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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막둥이 볼 생각에 떨려”
동지회 505 2006-06-28 10:30:58
김영남씨 모친, 아들 상봉위해 금강산으로


◇ 설렘
납북된 아들 김영남씨를 만나러 금강산으로 떠나는 최계월(82)씨가 27일 오전 전북 전주시 호성동 집을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김영근기자 kyg21@chosun.com

“겁나게 좋아요. 떨리기도 하고.” 28년 만에 아들과의 해후(邂逅). 팔순 노모는 설?다.

제14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27일. 어머니는 전북의 집에서도, 금강산행 유람선이 출발하는 속초에 도착해서도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1978년 전북 군산 선유도에서 납북된 김영남(당시 17세)씨의 어머니 최계월(82)씨.

“아들 만나러 간다는데 곱게 하고 가야지. 분홍색 한복도 새로 샀어요. 여러 사람 보는데 아들 창피하지 않게….”

최씨는 보랏빛 꽃무늬가 새겨진 티셔츠에 하얀색 재킷, 청록색 바지를 곱게 차려 입었지만 안색은 힘들어 보였다.

“많이 아파요. 잠도 안 오고, 목구멍에 뭐가 넘어가지도 않아. 그래도 아들 만난다니까 그냥저냥 약 먹으면서 버텨요. 죽기 전에 아들 얼굴은 봐야지.”

딸 영자(48)씨는 “어머니가 요즘 통 잠을 못 이루시고 수면제를 계속 드셔서, 제가 약을 치웠어요”라면서 “뭘 드시지도 못해서 링거 맞으면서도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디 가냐’고만 하세요”라고 말했다.


◇ 지침
27일 오후 5시쯤 강원도 속초의 한화콘도 객실에 도착한 최계월씨가 지친 모습으로 링거를 맞으며 침상에 누워 있다. /김상훈 객원기자

최씨는 “어젯밤엔 누워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느라 잠이 한숨도 안 옵디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어떻게 잘 컸을까? 막둥이 잃고 화병에 죽은 영감 생각도 나고. 살았으면 같이 갈 텐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최씨는 아들과 손녀 혜경(18)양에게 주려고 산 선물을 꺼내 보일 때는 환하게 웃었다. “어렸을 때 내가 옷 입히던 생각나서 속옷은 꼭 사라고 했어요. 날 더우니까 하얀 모시메리 사라고 했지.”

이 밖에도 남방, 티셔츠, 시계, 영양제와 소화제 등 각종 상비약, 말보로 담배 등 빨강, 파랑 색색 포장지에 싸인 선물이 가방 하나 가득했다. 최씨는 “마음 같아선 이것도 주고 싶고, 저것도 주고 싶은데”라면서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

영자씨는 “아버지도 담배를 하루 두 갑이나 피운 골초였는데, 동생도 골초라고 해서요.”라고 말했다. 최씨는 “우리 영남이도 학생이었는데…. 손자도 학생이라니까 학용품 사라고 했어요”라며 또 눈물을 흘렸다.

오전 9시30분에 집을 나와 유람선이 떠나는 속초까지 6시간의 긴 여행을 한 최씨는 결국 속초의 숙소에서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았다. 그래도 웃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까…. 이렇게 얼굴도 보게 되네요.”

최씨는 28일 오전 숙소를 출발해 오후 1시 금강산 이산가족상봉장에 도착한 뒤 오후에 두 시간 동안 꿈에도 그리던 아들을 만난다./안준호기자 libai@chosun.com 200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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