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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 교육은 '카드 돌려막기'로 하라고?"
동지회 552 2006-08-16 11:02:43
국내에 하나뿐인 새터민(탈북자) 정규학교가 개교 5개월 만에 운영난을 겪고 있다. 학교 설립 당시 정부가 약속한 예산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터민 청소년들을 위해 첫 학교로 출범했건만…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위치한 한겨레 중·고등학교는 올해 3월 1일 첫 입학생을 받았다. 당시 이 학교는 새터민들이 한국의 정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최초의 학교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새터민 청소년들이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주로 남북한의 교육과정과 문화의 차이, 탈북 과정에서 빚어진 학습 공백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령기 새터민 청소년의 수는 1200여 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터민들이 한겨레 중·고교의 개교를 반긴 것은 당연한 일. 이 학교 학생 중에는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했다면 대학을 다니고 있을 나이인 경우가 많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배움의 꿈'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업종에 관계 없이 학력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풍토는 한겨레 중·고교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더욱 절박하게 했다.

하지만 새터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한겨레 중·고교는 개교 이후 첫 학기를 넘기자마자 재정난에 부딪혔다. 이 학교의 재정은 원불교 계열 재단인 전인학원과 교육부, 통일부가 각각 나누어 부담하도록 돼 있는데 통일부가 재정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카드 돌려막기'로 학교 운영비 마련할 수밖에 없어

이 학교 예산 중 교직원 인건비는 교육부, 식비와 기숙사비를 비롯한 학교 운영비는 통일부, 학교 부지와 설립 비용 등은 재단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통일부의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은 탓에 식비와 기숙사비 등의 학교 운영비가 크게 부족해졌다.

더구나 새터민을 위한 정규 학교가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2명에 불과하던 학생 수가 한 학기 만에 48명으로 늘어난 것도 이같은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학습기자재 구입과 학생들의 남한사회 현장학습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카드 돌려막기'로 해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학교 곽종문 교장은 "(새터민인) 이 학교 학부모들의 경제적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아닌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학부모들에게 학교 운영비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통일부가 학교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런 경제적 여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장은 "지난 5개월 동안 학교 운영을 위해 신용카드로 빌린 돈이 1억 원이 넘었다"고 덧붙였다.

까다로운 예산 지원 절차…"새터민 청소년들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한겨레 중·고교 설립에 대해 교육부와 논의할 때 전교생 120명을 기준으로 학교 운영지원비 6억4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이 예산이 전액 지원되지 않는 이유는 (이 학교의 학생 수가) 당시 설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의 이런 태도는 기획예산처가 학교 운영 실태를 보고 학교 지원을 결정하겠다며 통일부가 요구한 학교 지원예산을 줄인 데에서 비롯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예산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6억4000만 원이 모두 지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터민 청소년들이 배움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워진 한겨레 중·고교는 당분간 카드빚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2006.7.26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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