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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설마 설마 했는데… 불안해 못살겠다˝
동지회 592 2006-10-10 10:44:07
● 시민 반응 … 혹시 ‘방사능 낙진’ 흘러오면 어쩌나
‘남한 불바다 협박’ 현실화 될까 걱정
정부, 자주국방 외치며 다퍼주더니…

설마 했던 시민들은 경악했다. 북한이 ‘진짜’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이 9일 보도되자, 한동안 일손을 놓았다. 놀라움과 두려움, 분노가 뒤섞인 채 시민들의 마음은 흘러다녔다.

경기도 용인의 KTF 무선통신연구소. 이날 정오 무렵 TV를 통해 ‘북핵 실험 성공’ 보도가 나오자 점심 내내 “전쟁 터지는 것 아니냐”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 등의 걱정 섞인 대화가 오고 갔다.

식사를 끝낸 후 각자 자리로 돌아가 인터넷으로 주식시세를 확인한 후 “앞으로 주식동향이 어떻게 될지” 문의하거나, 시골 고향집에 전화해서 “혹시 모르니까 라면을 사 놓으라”고 얘기하는 직원도 있었다.

김영준(28)씨는 “심리적으로 정말 불안하다. 북한이 과시용으로 핵실험하겠다고 협박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 할 줄 몰랐다”면서 “요즘 먹고 살기도 힘들고 나라도 어려운 판에 여기서 더 나빠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친구들과 서울대 기숙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뉴스속보를 접한 최유미(24·중어중문과 4년)씨. 최씨는 “처음에는 영화 같고 소설 같고 해서 믿을 수 없었다”며 “실험을 한다고 선언을 했지만 이렇게 빨리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뉴스가 나가고 얼마 후 시골 고향의 어머니가 “(군대) 휴가 나와 있는 네 동생 어쩌냐”며 “서울은 괜찮으냐”고 전화를 해왔다. 함께 밥을 먹던 친구들 휴대폰에는 계속 “괜찮을까”라는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이날 오전 수업을 마친 고려대 영문과 4학년 박언주(여·22)씨도 마찬가지. 친구들과 함께 학교 근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방금 전까지 “추석도 끝났으니 북한이 핵실험 안 하겠지”라는 농담을 주고받았으나, TV에서는 정반대의 뉴스가 흘러나왔다.

“북한이 정말 왜 저러느냐”는 분노부터 “낙진이 심해져서 기형아가 태어나는 것 아니냐” “군대 가 있는 남자동기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는 현실적인 걱정까지 오고 가는 바람에 식사자리는 엉망이 됐다.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4평 남짓한 순댓국집에서 손님 2명이 소주를 마시면서 TV 뉴스에 집중하고 있었다. 동네 선배와 함께 술을 마시던 김형순(60)씨는 “핵이 서울에 떨어지면 서울인구 절반이 죽는다고 하는데, 6·25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김정일 정권이 핵을 자위(自衛)수단이라고 하는데, 50년 동안 핵 없어도 평화롭게 잘 살아왔다”며 흥분했다.

식당주인 신오동(64)씨는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호언장담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면서, “장사가 안 되는 건 둘째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씨는 9살 때 6·25 전쟁이 난 이후 5형제가 뿔뿔이 흩어져 몇몇은 생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에 대해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안보를 남의 손에 맡기고 말장난이나 하는 정권을 더는 믿을 수 없어요.”

10대 학생부터 주부, 공무원, 자영업자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도 불안과 걱정에 떨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면에 사는 주부 박봉희(45)씨는 이날 낮 12시쯤 집 근처 약국에 소화제를 사러 갔다 TV를 봤다.

당장 회사에 출근한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었다. 박씨는 “북한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이들도 키워야 하는데 이민이라도 가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기범(30)씨는 “지금까지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핵보유 발표, 핵실험 예고 등 많은 뉴스를 들어봤지만 덤덤한 편이었는데, 이번엔 ‘정말 큰일났구나’ 싶었다”며 “북핵 문제가 한반도의 현실이 됐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난다”고 했다.

공무원 민준현(34·광진구청)씨는 “김정일 정권이 내부 민심 이반을 무산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강행한 것 같다.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과시하고, ‘미국의 경제 제재 때문에 북한 주민이 굶어 죽었다’고 책임 전가할 명분도 생기지 않겠나. 결국 불쌍한 주민들을 볼모로 무모한 도발을 한 셈”이라고 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모 클리닉에서 물리치료를 받던 김순례(70) 할머니는 북한 핵실험 뉴스를 듣자마자 치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치료고 뭐고 불안해서 안되겠다”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 할머니는 “결국 일이 터졌다”며 “우리나라가 지원한 돈과 물자로 핵실험이나 했으니 앞으로 대북 지원을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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