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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가 우리들 밥 먹여주나?”
동지회 827 2007-01-04 09:54:13
北주민 화두는 '돈'과 '장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전세계의 이목이 북한으로 집중된 2006년을 지나 신년을 맞이한 지금 북한주민들의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데일리NK는 2회에 걸쳐 북한 핵실험 발사와 대북제재, 계속되는 경제난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과 국제사회의 원조로 연평균 2%대 플러스 경제성장을 기록하면서 ‘고난의 행군’시기에 비하여 안정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94년을 전후로 중단된 식량배급은 13년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수백만 명의 아사자를 발생시킨 ‘고난의 행군’은 역설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배급없이 살아남는 생존능력을 키우게 만들었다.

2006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삶을 이어 갔다. 대도시를 비롯해 북한 전역의 대다수 사람들이 종합시장을 중심으로 장사와 연관돼 살아가고 있다. 여성들만 장사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중국 단둥에 머물고 있는 북한 00무역회사 사장 김명국(가명) 씨는 “평양, 신의주, 함흥, 남포, 청진을 비롯한 북한의 대도시들에서는 대규모 종합시장들을 통하여 활발한 도소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며 여기에는 “쌀, 수산물, 가구류, 각종 전자제품, 경공업제품, 각종 약초 등 없는 것이 없다” 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도시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장사에 매달리고 있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장사하려고 한다고 보면 된다. 매대가 없는 사람들은 리어카로 짐을 운송해주는 일을 많이 한다. 부녀자들은 집에서 옷 가공, 수공예품을 만들어서 하루하루 먹고 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 대다수 장사로 먹고 살아

또 “바닷가 어부들은 각종 수산물을 팔아 연명하고 있다. 해안가 주민들은 해마다 4~10월까지 서해안과 동해안의 일부지역에 천막를 치고 조개잡이에 나선다. 조개가 먹고 사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종합시장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개인 장사는 최근 몇 년간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종합시장은 북한 주민들의 중요한 생업의 터전으로 자리 잡혔다.

북한의 민심은 쌀 가격에 따라 오르내린다. 시장의 쌀 가격이 내리면 민심은 다소 안정되지만 쌀 가격이 오르면 민심은 날카로워지고 더욱 악화된다.

북한 주민의 40% 가량은 이제 쌀밥을 먹는다. 그리고 나머지 30, 40%는 잡곡과 쌀을 섞어먹고, 나머지는 강냉이로 연명하는 수준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현재 북한 주민의 30%가 월 평균 소득 5만원(16달러 수준) 이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기아상태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배불리 먹기는 어려운 수준을 의미한다. 며칠만 일을 하지 않아도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다. 돼지고기는 여전히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다.

이처럼 먹는 문제에 있어서 형편이 낳아진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이 굶어 죽었던 10년 전에 비하면 극도로 흉흉했던 인심도 조금 누그러졌다.

"북한은 야생동물 사는 곳"

당장 굶고 있지는 않지만 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사는 삶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미래는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자식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 고생을 자식까지 대물림 해야하냐'며 한숨을 쉰다고 한다. 그래도 교육은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허리띠를 졸라맬 뿐이다.

전기나 난방도 여전히 태부족이다. 오죽하면 친척방문을 다녀온 조선족이 야생동물이 사는 곳이라며 입고 있는 외투까지 벗어주고 왔을 정도다.

이러다 보니 쌀값이 올라가면 민심이 성을 내게 돼있다. 내년에는 식량난이 심해질 거라는 예상 때문에 걱정도 많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가을이 지나면서 혜산에서 발생한 ‘성홍열’이 동해안의 주요 도시들로 펴져 나갔다.

‘성홍열’이 발생한 지역의 학교엔 휴교령이 내려지고 일반인들의 여행 제한이 아직까지 풀리지 않았다. 보따리 상인들의 철도운행이 제한되어 장마당 물가가 급등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시장상인들까지 살기 힘들다며 아우성을 칠 정도였다.

북한정권은 핵실험을 성공한 2006년을 5천년 역사에 가장 ‘빛나는 해’로, 선군정치의 ‘승리의 해’로 강연과 회의를 통해 체제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전투를 치르느라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말한다.

북한 특권층은 핵무기를 반기지만, 일반 주민들은 "핵무기가 우리 밥먹여 주냐" "공기밥(쌀밥) 한 그릇이라도 밥상에 올려주냐"며 도통 관심이 없다. 강성대국이나 선군정치라는 요란한 정치구호는 주민들의 입에서 떠난 지 오래다.

내부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이 "TV만 틀면 장군님이고, 선군정치 떠들어서 머리가 시끄럽다"는 반응이다. 북한 주민들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역시 '장사'와 '돈'이다.

북한 지도부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은 매우 강하다. 김정일에 대해서는 장년층은 주위 눈치 보느라 별 말이 없지만, 청소년기에 식량난을 겪은 20, 30대는 김정일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배불뚝이 돼서 현지지도도 힘들겠네"

평양 젊은이들은 김정일을 '저치'라고 부르는 일이 흔하고, 함경도에서는 김정일에 대해 물으면 '아∼ 개' 또는 '아∼ 재'라고 부른다. 북한을 탈출한 여성 병원장은 "김정일이 계집질하고 술만 먹었지 하는 게 뭐있나"라고도 했다.

함경북도에서 가족이나 친지가 모인 자리에서는 "장군님은 배불뚝이 돼서 현지지도도 힘드시겠다"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군대와 보안원(경찰)의 권위도 크게 실추됐다. 인민의 자랑이었던 인민군대는 주민 재산 약탈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보안원은 주민들 등쳐서 뇌물이나 받는 집단으로 낙인 찍혔다.

주민들은 "보안원들이 일제 때 순사들이나 똑같다"고 말한다. 정권기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이제 도를 넘어섰다.

길거리에서 보안원과 멱살을 잡고 싸우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탈북자들도 이러한 영상을 보고 "정말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북한 청소년들은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외국 VCD를 보는 것이 취미생활이다. 한국의 드라마도 인기다. VCD를 어울려 보면서 "아랫동네(남한) 사람들 진짜 잘산다", "선진국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는 말을 곧잘 한다. 이들에게는 배용준과 장동건, 김희선 등이 인기가 많다.

장년층은 밥만 먹을 수 있으면 고향 떠나기를 싫어하지만, 젊은이들은 "저런 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정보에도 많이 노출된 북한 주민들에게 '지상낙원' 같은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2007년 정초에도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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