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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엄마와 이국땅의 자녀 화상 만남
동지회 1101 2007-01-08 10:58:11
“어엄마~. 새해 보옥(福) 많이 받으세요. 어엄마~.빨리 데려가주세요오~.”

이제 제법 말을 할 줄 아는 네 살배기 영준이. 서툰 우리말로 영준이가 입을 열자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우는 걸 보지 못했는지 영준인 연방 웃음 띤 얼굴로 엄마를 불렀다. 컴퓨터 모니터 속의 영준이는 서울 어딘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7일 오후 3시 서울 사당동 두리하나선교원. 2005년 2월 한국땅에 입국한 탈북여성 박은미(32)씨는 이날 동남아 모 국가에서 두리하나선교원이 보호 중인 아들 영준이와 화상채팅으로 만났다. 자유를 찾아 차가운 두만강을 건널 때도, 기차만 90시간을 타고 국경을 넘을 때도 잊지 않았던 영준이다.

은미씨는 1997년 “중국에 가면 흰밥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길 듣고 무작정 두만강을 건넜다. 이후 조선족의 소개로 들어간 집에서 1년간 중풍환자의 대소변 수발을 들다 파출부 등 살기 위해 궂은 일을 다했다. 그러다 조선족 남편(52)을 만났고, 2003년 3월 영준일 낳았다.

하지만 남편의 온갖 학대에 시달렸다는 은미씨는 중국 공안에 적발돼 북한에 두 번째 끌려갔다 한 달 만에 재탈출한 뒤 임신 사실을 알았다. ‘아이가 생기면 남편이 달라질까’ 싶어 영준이를 낳았지만, 영준이가 태어난 뒤에도 남편의 폭행 등 학대는 계속됐다고 한다.

결국 왕칭(汪淸)에 있는 조선족 할머니에게 영준이를 맡기고 탈출 코스를 거쳐 넉 달 만에 한국에 입국했다. 다행히 탈북을 도왔던 두리하나선교원의 도움으로 중국 내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영준인 지난해 11월 동남아 지역에 도착했다.

영준이처럼 북한을 탈출해 중국동포 등과 결혼한 탈북 여성들이 낳은 ‘탈북자 2세’들이 중국과 동남아를 떠돌고 있다.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두고 올 수밖에 없는 2세들이 ‘고아(孤兒)’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선교원은 이 같은 탈북2세들이 5000명~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이 아이들이 ‘무국적 고아’로 버려진다는 것. 두리하나선교원 천기원 목사는 “영준이는 은미씨가 한국 호적에 올려 우리 당국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남겨놓은 아이들을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이날 은미씨와 함께 화상채팅으로 딸 최연(4)이를 만난 김향미(37)씨가 그런 경우. 김씨는 2001년 탈북해 만난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최연이를 시댁 쪽에 두고 한국행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최연이와 연락이 끊어졌다가 지난해 10월에서야 우연히 최연이가 두리하나선교원이 동남아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빨리 최연이를 데려오고 싶지만, 한국·중국 어느 쪽에도 호적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천 목사는 “무국적 탈북2세들의 문제가 심각한 만큼 한국행을 위해 정부의 인도적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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