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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해 … 남북정상회담 놓고 미묘한 시각차
REPUBLIC OF KOREA 관리자 602 2007-07-13 11:04:02


중앙일보 2007-07-13 04:01

북한 핵 시설의 가동중지 및 폐쇄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범여권 내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4자(남북한.미국.중국) 정상회담 논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에서 남북 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켜야 한다며 '정상회담 불가피론'을 역설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정략적 측면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비(非)한나라당 세 결집의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의 한 인사는 "DJ와 이 전 총리가 수차례의 공.사석 발언을 통해 공세적으로 정상회담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DJ는 "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못하는 대통령이 돼선 곤란하다"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이 전 총리도 "8월에 판문점에서 4자 정상회담을 열자고 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6월 22일, 제주평화포럼 행사에서)고 공개했다. 이후에도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 준비를 시작했다"(9일)고 말했지만 청와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정상회담보다는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11일 "(4개국) 최고위층의 만남은 평화체제와 비핵화, 관계 정상화의 프로세스의 끝에 이뤄지는 게 적절하다"(화해상생마당 주최 강연)고 역설했다.

그의 발언 속에선 핵시설 불능화(완전 폐기는 아니나 그에 버금 가는 수준)를 실현한 다음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또 미 행정부가 비핵화의 성과에 따라 북.미 관계 정상화의 프로세스(과정)를 연계하는 로드맵(일정표)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 때문에 남북 또는 4자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미묘한 시각 차가 나타나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미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데 은연중 반대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범여권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부는 엉거주춤한 자세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일궈 가는 과정에서 관련국 사이에서 다양한 차원의 회담은 항상 가능하다"(11일 내외신 정례브리핑)고 말했다.

외교부는 일단 평화체제 논의가 가능한 상황이 되면 남북 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미주연구부장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 틀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DJ와 이 전 총리가 연내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리려 애쓰지만 미측은 북한의 비핵화, 한국 대선 상황,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2009년 1월) 같은 다양한 변수들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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