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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북한 인권 또 외면
REPUBLIC OF KOREA 관리자 733 2007-09-11 10:35:27


중앙일보 2007-09-11 05:13

국가인권위원회가 또다시 북한 인권 문제에 등을 돌렸다. 인권위는 10일 전원회의(11명)를 열어 다음달 2~4일 평양에서 열릴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회담 의제로 삼도록 대통령에게 권고하자는 안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찬성이 과반에 미치지 못해 이 권고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명재 인권위 홍보협력팀장은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채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위원들의 중론이었다"고 전했다.

◆소수 의견으로 묻힌 북한 인권 의제=이날 권고안은 김태훈(변호사.비상임) 위원의 발의로 안건으로 상정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김 위원은 "이제는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게 필요한 때"라고 발의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두 명의 위원이 동의해 권고안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러나 김 위원의 견해는 '소수 의견'으로 묻혔다. 이 홍보팀장은 "11명의 인권위원이 한 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정족수 미달로 기각(※부결을 뜻함)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행위는 인권위의 조사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공식 입장을 채택했다. ▶북한에는 인권위의 실효적 관할권이 미치지 않고 ▶유엔에 독립국으로 가입하는 등 남북한이 특수관계라는 이유를 들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의견을 주장하는 위원이 있지만 번번이 소수 의견으로 밀리고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인권위원들의 대체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에 침묵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인권위의 이런 입장은 대북 포용정책을 펼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에도 입을 닫았다. 2003년부터 3년 연속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 규탄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 또는 불참으로 일관했다. 북한 핵실험 후인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 찬성 표를 던진 것이 유일한 예외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참석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폐막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북한과 특수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인권 문제에서도 특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평양방송은 이날 "세계 모든 나라에 똑같이 맞는 유일한 인권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영준.최선욱 기자

북한 인권 문제 관련 일지

▶2003년 4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 규탄 결의안 채택. 한국은 표결 불참. 이후 3년 연속 한국은 기권 또는 표결 불참

▶2005년 12월 국가인권위, 위원 5명으로 북한인권특위 구성. 이후 10여 차례 간담회.공청회.해외출장 등에 예산 4억5000만원 투입

▶2005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북한 인권 문제는 큰 틀에서 전략적 접근 필요"

▶2006년 9월 노 대통령 "한국은 북한과 특수관계여서 인권 문제도 특수한 태도 취해"

▶2006년 12월 국가인권위, 북한 인권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행위는 인권위의 조사 대상에서 배제한다"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대북 인권 결의안 채택. 한국 정부는 찬성 표 던짐

▶2007년 9월 국가인권위, 남북 정상회담 의제 채택 권고안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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