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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외고 사건과 빼닮은 김일성대 시험지 유출사건
REPUBLIC OF KOREA 관리자 656 2007-11-13 14:51:03
데일리NK 2007-11-12 18:09

[기자의 눈] 남북 학부모 교육열 과잉이 근본원인?

요즘 김포외고의 시험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충격적인 사건이 불거져 ‘특수목적고 입학시험 결과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정권말 국가기강 해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만연한 교육 비리 중 빙산의 일각이라는 진단도 적지 않다.

북한도 남한 못지 않게 유사한 교육계 비리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열이라면 북한 학부모들도 남한 학부모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이런 과도한 교육열이 교육계 비리의 근본원인일까? 몇해 전 김일성종합대학 입시 본고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해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대학 본고사 과정이 없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예비시험’(남한의 수능과 같은 절차)보다도 대학 본고사의 비중이 더 높다. 대학에 최종입학하려면 본고사에서 대학별로 마련한 기준점수를 초과해야 한다.

특별히 김일성종합대학은 각 학부별로 기준점수가 다르다. 실례로 35점 만점에서 법률대학의 기준점수가 22점 정도이지만, 경쟁률이 약한 원자력학부의 기준점수는 14점이다. 따라서 본고사 점수가 높아야 좋은 학부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김일성종합대학 본고사는 3월초에 치르는 다른 대학 본고사와 달리 2월초에 치러진다. 물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에 오는 직통생에 한한 것이다. 김일성대학 입학결과는 2월말 경에 나오는데 이 때 불합격된 대상들은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의과대학을 비롯한 1류대학을 제외한 경공업대학, 인쇄공업대학, 기계대학 등과 같은 2~3류 대학에 다시 지원할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본고사에는 수험생들을 대학체육관에 모아놓고 교수들이 직접 시험감독진에 나선다. 감독이 엄해 카메라까지 동원해 부정행위를 감시한다. 또한 시험지는 다른 대학으로 옮겨져 엄격한 감시 하에 채점한다.

따라서 일단 시험을 치른 다음에 점수를 조작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중앙당 간부의 자녀들인 경우에는 대학에서 ‘추가입학’이라는 절차를 통해 시험성적이 낮아도 입학시키지만 일반 가정의 자녀들은 본고사에 생사를 걸 수밖에 없다.

북한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런 부모의 심리를 이용하여 돈벌이 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마련인데, 몇년 전 북한의 일류대학에서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 터졌다.

2003년 2월 초 김일성종합대학 본고사가 치러지는 날. 시험 시작 1시간 전부터 대학 정문에는 수험생들과 부모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 몇몇 사람들이 차림새가 좋은 학부모들에게 시험문제를 일부 팔았다. 거래는 100달러에 이뤄졌다고 한다.

100달러에 시험문제를 산 부모들과 응시생들은 그 문제에 맞춰 답을 미리 맞춰보고 본고사를 치렀다. 그러나 시험문제가 거래되는 과정에서 일부 목격자들이 이를 발견했다. 당시에 진짜 시험지겠냐고 생각했다가 사실로 확인되자 학부모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했다. 학부모들의 집단 반발로 북한 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조사결과 교육성(남한의 교육인적자원부에 해당)에서부터 시험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성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시험문제를 최종 정리한 타자수가 시험문제 복사본을 일부 학부모들에게 500~600 달러를 받고 유출시켰고, 그 시험문제로 자기 자녀를 공부시킨 학부모들이 ‘본전’을 뽑기 위해 시험문제를 일부 학부모에게도 평균 100달러의 가격에 판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일성종합대학 본고사를 다시 치러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시험문제를 미리 알고 응시한 학생들을 탈락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수습했다.

한편 시험문제를 처음 유출시킨 타자수는 징역형을 언도받았고, 자신들이 구매한 시험문제를 되팔아 ‘본전’을 건지려했던 학부모들은 지방 추방이라는 된서리를 맞아야 했다.

북한 사회의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교육계의 비리는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자식에게 좋은 학벌을 안겨주려는 일부 학부모의 빗난간 자식사랑은 남북이 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는 남북이 공히 성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김민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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