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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하 기자들 매체 만들고 싶어해”
REPUBLIC OF KOREA 관리자 590 2007-11-23 17:55:30
데일리NK 2007-11-22 15:10

['림진강' 대표 인터뷰] “북한에도 배포 하겠다”

20일 서울에서 창간 기자회견을 가진 북한 지하 저널리스트들의 잡지 ‘림진강’이 발간과 동시에 국내외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매년 세계 최악의 언론 탄압국으로 분류되는 북한에서 개인의 자발적인 요구로 언론 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다.

북한의 현실을 스스로의 목소리로 외부세계에 전달하고 싶다는 이들 지하 기자들의 외침은 북한 사회 밑바닥부터 자유에 대한 요구가 소리 없이 커지고 있음을 대변해 준다.

이들은 물론 북한 당국의 철저한 감시 체계 아래에서 목숨을 걸고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북한 사회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북한 전역을 취재하고 있다.

‘림진강’의 발행을 맡고 있는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를 19일 데일리NK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의 지하 저널리스트를 발굴·육성하고, 이들의 북한 내 취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사태부터 북한을 취재해온 이시마루 대표는 “언론은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사회자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 사회에 저널리즘의 씨를 뿌리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탈북자들이나 북한 주민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 모두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북한 내에 정보의 흐름이 활발해질수록 개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림진강’이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 세계의 소식을 전하고 싶은 기자들의 간절한 열망 때문이었다.

이사마루 대표는 “내부에 매체를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고민이 됐었다”며 “그러나 북한 기자들이 ‘내부 사람들이 머저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외부의 소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매체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 림진강의 창간 목적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하나는 북한에 저널리즘의 씨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저널리즘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대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사회자본이다. 우선은 바깥의 사람들이 북한 내부 상황을 알아야 하고 내부의 사람들도 자각을 가지고 북한 내 현실을 밖에 알려야 한다.

두 번째는 북한 내부에 기자를 육성한다고 해도 기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은 내부의 정보를 외부에 알리는 단순한 전달자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북한 주민이 직접 취재와 기사 작성을 담당한다면 지금까지의 방식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른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는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만들고 싶었다.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매체로 키우고 싶다. 지금까지는 정보의 흐름이 일방적이었거나 몇몇 탈북자들의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 북한 저널리스트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90년대부터 북한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주 폐쇄적인 국가였고, 입국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외부사람들이 마음대로 취재도 할 수 없는 국가이다. 이러한 현실에 한계를 느끼며 결국 북한 내부에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생겼다.

처음에는 내부 소식을 알려주거나 사진을 전해주는 역할에 그쳤는데, 북한 사회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내부에 저널리스트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기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2002년 이준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됐다. 그는 외국 기자가 중국에까지 와서 북한에 관해 취재하는 것을 매우 놀라워했다. 당시 그는 북한 사회의 변화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기자 활동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리게 됐고, 그때부터 저널리즘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그 후 북한에 들어가 다양한 취재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 북한 내부 영상을 외부에 전하고 있다. (이준 씨가 촬영한 각종 영상은 데일리NK를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이후에는 북한 내에 저널리즘의 흐름을 만들고 싶다며 자신의 후배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모인 것이 ‘림진강’의 기자들이다.

- 북한의 기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기자들은 출신성분이 보통인 사람들로 특권층은 없다. 그러나 역시 기자 일을 해야 하니까 지식도 조금 필요하다. 교육 수준도 보통인 사람들이다. 정보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도시 주민들이 많다.

중국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북한에 들어가 협조자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을 포섭한다. 새로운 기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에서 만나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몇 개조를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다.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다 같이 움직이지는 못한다.

평양이나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국경지역은 요즘 단속이 아주 강해졌기 때문에 활동을 조심해야 한다.

- 잡지를 처음 만들자고 제의한 것은 본인인가?

이런 식의 잡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금년 초부터 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이나 일본, 미국 등에 보도된 취재의 성과물을 보여줬는데 자신들의 기사를 외부세계에 표출하고 싶은 북한 기자들의 요구가 높아졌다.

북한 기자들이 내부에 매체를 갖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외부의 소식을 북조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제의를 했다. 생각해보자고는 했는데 책을 만든다고 해도 반입하는 일이 워낙 위험한 일이다 보니까 간단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기자들이 “내부 사람들이 머저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그때부터 어떻게 할 수 있을 지 토론을 많이 하게 되었다.

- 북한과 같은 통제사회에서 기자들의 취재 활동이 어떻게 가능한가?

가장 위험한 일은 성과물(영상)을 가지고 중국으로 넘어오는 일이다. 경비가 매우 심해졌기 때문에 국경을 왔다 갔다 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 영상 취재는 어렵고 위험한 일이지만 내부에서 목적을 가지고 취재하는 일은 큰 문제가 없다고 북한 기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취재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각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녹음도 해야 하긴 하지만 단속에 걸릴 위험은 적다고 한다. 내부 취재 보다는 이 정보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일이 더 어렵다.

- 북중 국경 지역에서 오랫동안 취재 활동을 했다. 북한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에 북한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배급망이 무너지면서 시장 경제가 자연발생적으로 생겼다. 먹고, 자고, 입고, 일하는 모든 기본 행동이 변했다.

95년도 이후에 수많은 탈북자가 중국에서 잡혀갔다. 또 중국에 나온 사람들의 90% 이상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런 와중에 엄청난 정보들이 외부에서 북한 내부로 전해졌다.

지금은 거의 모든 조선 사람들이 북한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개방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유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풍요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바로 민주화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그러다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의 활동을 보고 이러한 언론 활동이라면 자신들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언론 활동을 통해 조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한국 내 탈북자들도 많아지고, 북한에 관한 정보도 많이 유통되는 편이다. ‘림진강’이 기존의 매체와 차별화 된 점은 무엇인가?

지금은 북한에도 정보의 유통이 활발해졌다. 내부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정보량도 많아졌다. 그걸 가능하게 만든 것이 역시 시장경제다.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보도 상품이 된다. 정보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정보 유통의 경험이 많아지면서 그만큼의 의식도 높아지고 노하우도 생겼다.

제일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비디오가 북한 내에 널리 유포되고 있는 현상이다. 사람의 호기심이 수요가 되서 시장이 생긴 것이다.

내부 정보를 외부에 가져가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부 문건이 유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검증하기가 어렵고 정확성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확한 정보력을 가진 취재를 해보자고 했다.

한 사람이 말했다고 해서 북한 전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여러 곳에서 취재하고 또 그것을 반복하면 북한 사회 전체가 어떤 힘으로 움직이고 있고,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북한과 관련해 사건사고를 단편적으로 보도하는 때는 지난 것 같다. 북한의 꽃제비를 촬영한 영상이 있다고 하자. 예전에는 단순히 꽃제비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에서 끝났지만 이제는 꽃제비가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 구조를 알아야 한다.

또한 한국 및 외국의 독자들로부터 받은 질문이나 의견을 종합해서 북한에 내보내는 소식지에 포함할 생각이다. 북한 주민들과 외부 사람들을 서로 소통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북한에서 잡지를 어떻게 발간하고 유통시킬지는 구체적으로 말 해 줄 수는 없다.

- 이러한 정보의 유통이 북한의 변화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전 세계적으로 정보를 통제하는 국가는 아직도 많다. 어떻게 보면 중국도 아직까지 정보 통제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나라들과 차원이 다르다. 북한 같은 나라는 이제까지 없었다.

버마(미얀마)도 아주 폐쇄적인 국가이지만 일본 기자가 시위 현장에서 사망했을 때 주변에 카메라와 저널리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이다. 북한도 버마 정도는 되어야 한다.

북한 당국이 철저히 정보를 통제하는 것은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이 체제 유지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의 실상을 바깥에서 알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정보가 들어가고 나가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한계선을 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물리적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북한 당국도 한걸음 물러서서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실천이 반복될수록 북한은 개방된 사회가 될 것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자본이 마련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 ‘림진강’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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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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