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실제로 모든 게 끝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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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실제로 모든 게 끝났었다' 2002년 체코에서 탈북한 전 조선·체코 신발기술합작회사 사장 김태산(53)씨는 24일 인터뷰에서 “1996년엔 평양 시민도 굶어죽었다”며 “간부들이 모여 ‘이제 끝났다’고 웅성거렸고, 실제로 끝났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 내각 경공업성 대외사업부 책임지도원으로 있다가 2000년에 북한 여성근로자 250명을 데리고 체코로 나가 사업을 했다. 북한 경제 간부로는 가장 최근 탈북한 사람 중 한 명인 김씨는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문답 요약. ―기근이 심해진 1990년대 북한은 어떤 상황이었나? “1996년에는 우리 가족도 당장 끓일 식량이 떨어졌으니 일반 인민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평양시의 보위원도 굶었다. 군수공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다. 간부들이 모여 이젠 끝났다고 웅성거렸다. 실제로 모든 게 끝났었다. 상부로부터 학습회나 강연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고, 생활총화도 하지 않았다. 군수품공장도 섰다.” ―그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00년부터 군수공장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남포항에는 사복을 입고 군 번호판을 지운 군대차들이 남쪽과 미국에서 온 쌀을 실어가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쌀이 시장에 돌자 쌀값이 처음으로 내려갔다. 김정일은 미국과 남조선이 쌀을 갖다 바친다고 선전했다. 주민들도 그렇게 착각했다.” ―북한 경제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남쪽에선 북한의 변화를 얘기하던데, 사람들이 하도 굶어죽어 시장을 조금 확대한 것을 과하게 해석하는 것 같다. 국가에서 배급을 주지 않으니까 알아서 먹고살게 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북한은 노동당 위에 군대가 있어 북한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경제부문 간부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북한 경제는 외부 지원으로 돌아가는데, 그것도 군수부분을 빼면 파산상태다.” ―2002년 7월에 신 경제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당시 나는 체코에 있었다. 갑자기 월급을 예전에 비해 10배 올린다고 했다. 생산물은 한정돼 있는데 돈만 찍어내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석달만 지나면 그렇게 줄 돈도 없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지금 1달러에 2500원까지 환율이 폭락했다. 군부, 보위부, 일부 경제 일꾼들만 돈을 벌어 부익부빈익빈이 너무 심해졌다. 여기다 온갖 공과금까지 부과하니 인민들은 더 어렵다.” ―나진·선봉 경제특구는 어떻게 됐나? “싼 중국 물건을 사서 내륙에 비싸게 팔려는 거간꾼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국가무역일꾼들은 거의 나진·선봉을 이용하지 않는다. 거기엔 지금 보위부 반, 장사꾼 반이다. 거기 보위부는 장사꾼들 돈을 뜯는 데 이골이 난 왕모기들이다.” ―개성은 지금 어떤가? “가급적이면 남쪽과는 거래를 피하려는 게 북쪽이다. 너무 빨리 남쪽 문화를 북한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김정일이 신의주특구를 하다 안 되니 할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개성주민 70%가 교체됐다. 함남 출신 제대군인들을 골라서 개성공단 근로자로 교육했다.” ―북한 엘리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황장엽 비서 망명으로 북한 사회는 출렁거렸다. 그런데 그가 연금됐다는 소문이 북한에 돌았다.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전 이집트대사도 미국놈들이 정보를 다 빼먹고 남조선에 보내 청소부로 만들었다고 선전했다. 그게 먹혀들었다. 북한 인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전쟁이나 하자고 악악거린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보위부는 이런 분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인민들이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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