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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김정남이 마카오를 활보하는 진짜 이유
중앙일보 2009-06-09 16:10:00 원문보기 관리자 749 2009-06-09 21:27:3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25)이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이어진 직후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38)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지난 주말 일본 니혼TV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김정남은 동생 정운에 대해 "아버지가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정운의 후계승계설과 관련,"나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후계자 문제는 순전히 아버지가 결정할 일이며,그렇기 때문에 결정사항을 나나 다른 사람에게 통보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인터뷰가 이뤄진 장소는 이번에도 마카오였다.

결정적 순간마다 언론에 나타나는 김정남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북한에 대한 무성한 추측과 루머,오해가 넘쳐 날 때면 어김없이 김정남이 나타난다는 것이다.그는 언론(대부분 일본언론)과 스스럼없이 만나 북한을 둘러싸고 흘러나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소방수'역할을 해 오고 있다.북한과 같은 절대 독재체제 하에서 서방 언론들을 자유스럽게 불러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김정남이다.6자회담 수석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김계관 외무성 부부장만 해도 그의 모든 멘트나 6자회담장 안에서의 발언은 철저히 평양의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아온 내용만을 전달하고 있다.발언은 엄격히 제한되고 통제된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들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해외 주재 북한 대사들은 입을 함부로 열수 없고 언론을 접촉할 수 없다.그만큼 완벽히 통제된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여기에 예외적인 인물이 김정남이다.

그렇다면 김정남의 이런 행동과 발언은 그의 자유의지에 따라 이뤄지는 것일까?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만일 김정일 위원장과 평양 통치집단 핵심부의 의중을 벗어난 언행을 나라 밖에서 하고 다닌다면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아직도 김정남을 마치 해외로만 떠돌아다니는 부랑아 혹은 김 위원장의 버린 자식쯤으로만 여긴다.

도쿄 디즈니랜드 가기 위해 중국인 '팡시옹'행세했다?

그 이유로 드는 게 김정남이 2001년 일본에 입국하려다 공안에 붙잡혀 북한의 위신을 국제적으로 망신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김정남이 잡힌 것은 그의 잘못이라기보다 미국 정보기관의 끊임없는 추적이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미 지난 2000년 10월과 12월에도 세 차례나 일본에 성공적(?)으로 입국했던 사실이 있다. 그는 도미니카 여권에 중국인 '팡시옹(PANG XIONG)'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을 자유스럽게 드나들었다. 김정남 여권의 생년월일은 1971년 5월 10일로 돼있었다.여권을 만든 것은 2000년 4월 1일이었으며 만료기간은 2006년 4월 1일이었다. 여권의 생년월일은 실제와 같다. 김정남은 이 여권으로 2000년 10월 3~6일, 12월 2~9일, 25~29일 등 세 차례 일본에 입국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면 그는 과연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자기 아들을 일본 디즈니랜드에 구경시켜 주기 위해서 위조여권을 갖고 일본에 들어가다 붙잡힌 것일까.그게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자신을 망신시킨 장남을 왜 지금도 자유스럽게 북한과 해외를 넘나들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당시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김정남 일행을 체포하여 66시간 동안 조사했던 일본 공안조사청은 김정남의 입국 목적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 대금을 수금하기 위해서라고 결론지었다. 북한은 SAM16A(견착용 대공 미사일) 300기를 이라크에 수출했다.김정남은 이 미사일 수출 대금을 찾기위해 일본에 들어 왔던 것이다. 이라크는 SAM16A 대금을 스위스·홍콩·시드니·도쿄 등 4곳의 비밀은행 계좌에 분산 예치했고, 이 대금을 송금한 지역은 국제 금융중심지인 런던이었다. 국제금융유통망이 투명해진 오늘날 거액의 검은 돈이 한꺼번에 이동하면 이 돈의 흐름이 모두 미국의 감시망에 포착되는 것은 상식이다. 때문에 이라크는 미국과 서방 정보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미사일 매입대금을 네 곳에 분산 송금했던 것이다.

김정남이 나리타 공항에 입국하기 전 그의 해외여행 일정을 보면 정확히 이 정보 내용과 일치한다. 김정남은 일본에 오기 전 호주 시드니에 가서 미사일 판매 대금 중 하나를 중국의 비밀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남이 미사일 판매대금을 세탁하는 장소는 중국이다.그가 베이징·마카오·상하이 등지를 오가며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김정남은 각지에 흩어져있는 수출대금을 중국 계좌로 보내고 거기서 돈을 세탁해 다시 평양으로 송금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그가 스위스·홍콩·시드니에 분산 예치된 돈을 모두 처리한 후, 마지막으로 일본에 들러 도쿄 구좌로 보내온 미사일 판매 대금을 처리하기 위해 일본에 입국하려다 미국 정보망에 꼬리를 잡힌 것이다.

BDA에 동결된 2500만달러와 김정남

여기서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김정남의 역할에 대해서 한 가지만 더 보기로 하자. 김정남은 그동안 중국령 마카오에서 거주해왔다. 그러나 그가 마카오에서 살고 있는 걸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북한 핵문제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지난 2007년 북한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anco Delta Asia:이하 BDA)에 넣어둔 2500만 달러를 미국이 동결하는 조치가 내려졌다.이 때문에 북핵 협상은 6개월 동안 정지상태에 있었다. 결국 이 돈을 미국이 풀어줌으로써 북핵 협상은 다시 시작되었지만, 당시에 미국이 동결한 BDA의 2500만 달러의 성격을 놓고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미국은 이 돈을 김정일의 해외 통치자금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 돈의 최종 관리자는 마카오에 거주하고 있는 김정남이라고 결론내렸다.

바로 이즈음 김정남의 동선이 본격적으로 외부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BDA 문제가 발생했을 때 김정남은 평양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김정일에게 이 문제를 독대 보고해왔었던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었다.

돈줄이 막힌 김정일은 2006년 1월에 중국을 방문한다.미국이 불법자금으로 규정한 BDA 문제를 중국 측으로부터 협조를 얻어내려는 것이었다.이 때 김정일은 김정남을 수행시킨다.이 때 김정남은 BDA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그는 2007년 6월 미국이 BDA에 동결된 북한의 불법자금 2500만 달러를 해제할 무렵 북한으로 들어가 당· 군·정을 모두 통제하는 핵심 부서인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정남의 행보는 더욱 거침이 없었다. 2007년 2월에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남은 일본 후지TV와의 짧은 인터뷰에서 “북한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가끔씩 아버지를 만난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그리고 세상을 더욱 놀라게 했던 건 그가 마카오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면서 자신의 신분을 '조광무역 총책임자'로 적었다는 사실이었다. 조광무역은 노동당 39호실 산하 회사로서 마카오에 설립되어 북한의 대외자금 결제와 무역에 관여해 왔으며, 좀더 정확히는 BDA에 묶여 있던 북한 예금 2500만 달러의 상당 부분을 관리해온 조직이다.

김정남 망명설의 알파와 오메가

이런 김정남이 최근 중국으로 망명했다는 설이 나돌았다.과연 그는 지금 중국에 망명한 것인가,아니면 동생 정운에게로 후계가 이양되면서 측근들의 숙청과 함께 망명길에 오를 운명에 처해있는 것인가.그는 지난 6일 니혼TV와 인터뷰에서 "난 북한 시민권을 갖고 중국이나 마카오에 체류하고 있다.망명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잘라말했다.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망명설은 왜, 어디서 나온 것일까.과연 그가 망명할 처지에 몰려 있다면 그토록 당당하고 공개적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 수 있을까.그리고 그가 망명을 했다면 왜 탈북자들까지도 북한으로 쉽게 재송환해버리는 중국을 망명지로 선택했을까.

꼬리를 무는 의문을 풀어줄 단서가 여기에 있다. 지난 4월 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위성을 발사하기 전,김정남이 기자를 만나 한 발언이다.당시 그는 북한이 조만간 위성 로켓을 발사할 것이란 사실을 예고했다.

그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사실 언론용은 아니다.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사려는 바이어들을 향하여 던진 발언이다. 그가 카지노 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마카오에 거점을 두고 있는 것 또한 북한 미사일 수출 거래처로서 마카오만큼 안전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나서 미국이 곧바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고 나선 이유도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 판매로 더이상 불법 외화벌이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핵심은 금융제재다. 김정남이 총책임자로 있는 조광무역의 계열은행인 조선무역은행과 대성은행· 단천상업은행등이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 세 은행 모두 북한의 미사일 판매대금이나 옥수수, 쌀, 농기구등의 대북 유입 업무를 맡고 있다. 김정남이 수행 비서 한 명도 데리고 다니지 않은 것은 주변으로부터 자신에게로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적 행위다. 그래야 자신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언론 접촉은 모두 평양으로부터 구체적인 메시지와 지침을 함께 받아 수행된다. 아버지 김정일의 체제유지를 위한 외화 조달의 핵심적인 창구역할을 맡고 있는 김정남을 북한으로부터 버림받아 쫓겨 나온 인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김정남은 2008년 10월 24일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을 치료할 프랑스 뇌신경외과 전문의 프랑수아 사비에르 루(57)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데리고 들어가기도 했다.

주치의를 데리고 평양으로 들어 가려면 먼저 주치의에게 김정일의 병세가 어떠한지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다시말해 그는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북한내 몇 안되는 인물이란 얘기다.

김정남은 지금 자신이 후계자로 인식되는것도, 그리고 북한에서 추방당한 인물로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고 있다.자신의 외화벌이 활동에 장애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권력 심장부로터 추방당했다거나 아니면 자신이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으로 망명했다는 설과 같은 루머들이 유포되면 그에게는 북한제 미사일을 매입하려는 해외 바이어들이 더이상 접근해 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는 김정남의 마카오 사업을 망치는 치명적인 행위가 된다. 김정남이 왜 일본 언론을 택해서 즉각 해명하고 오해를 푸는 언론 플레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가를 잘 봐야 한다. 김정남의 활동은 김정일의 체제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그의 발언과 활동을 한낱 웃음거리로만 넘겨버릴수 없는 까닭이다.

같은 이유로 3남 김정운의 후계설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하고 깊이 있는 통찰과 관점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만약 김정운의 후계설을 북한이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는 것이라면 왜 지금 그런 이슈를 흘리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도 더이상 미국과 세계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게 된 북한이 왜 '어린 왕자' 김정운 후계설까지 동원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를 전략적으로 계산해 봐야 한다. 스물다섯의 검증받지 않은 어린왕자에게 북한 권력이 넘어간다면 북한의 핵 통제권은 매우 불확실해 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주변국가들은 어린 왕자가 이끌게 될 체제 불안속의 북한 핵문제를 계속 방치하는 것이 좋을 지,빨리 안정국면으로 돌려놓는 것이 좋을 지 선택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북한이 왜 일련의 핵 실험, 미사일 발사와 더불어 '어린 왕자' 카드까지 꺼내 세계 여론을 북한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인지 전략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장성민

▶긴급진단, 北 김정운으로 권력세습되나

필자 장성민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북한정치를 연구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세인트존스대학 국제문제연구소에서 '현대 영국과 국제문제'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미국 듀크대 국제문제연구소에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연구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초대 국정상황실장과 16대 민주당 의원을 지냈다. 의원시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로 활약중이다. 저서와 역서로 '전쟁과 평화: 김정일 이후, 북한 어디로 가는가' '전환기 한반도의 딜레마와 선택"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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