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맥주보다 낫다는 북한 맥주 맛. 그 비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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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 관련 회고담 계속 쓸 것이냐, 아니면 저번에 대동강 맥주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이 많았는데 그것에 대해 먼저 쓸 까 약간 고민하다가 결국 대동강 맥주를 먼저 쓰기로 했습니다. 머리 속에 있는 기억은 아무 때나 꺼내서 쓸 수 있지만 찾아놓은 자료는 빨리 써버려야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제가 평양에 있을 때도 대동강 맥주가 있었습니다. 생맥주였죠. 그런데 이 생맥주 판매소가 평양에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보통강구역에 있는, 빙상관을 지나 쭉 올라가면 있는 판매소에 자주 갔던 것 같습니다. 생맥주 판매도 돈 내면 사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배급권 배슷하게 표가 있어야 했습니다. 이 표가 귀해서 암표로 비싸게 사야 생맥주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였던지 잘 기억나지 않네요. 직접 돈 주고 암표를 구입한 적이 없어서요. 그러나 1990년대 말에 유명한 옥류관 국수 한 그릇을 먹으려면 암표를 100원을 줘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근로자 평균 월급이 100원일 때였습니다. 이 암표와 양표라고 불리는 식량 구매권, 그리고 북한돈 1원인가 1원50전인가 내면 옥류관 국수 한 그릇이었죠. 그리고 고려호텔 앞에 음식점 거리 식당들은 50원을 내야 암표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생맥주 500미리 암표도 수십 원 정도는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암표 문화는 북한만 그런 것이 아니고, 물자가 귀했던 나라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1990년대에 북한을 대표하는 맥주는 용성 맥주였습니다. 그 외 봉학맥주, 금강맥주 등이 있었고 대동강 맥주는 별로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부터 대동강 맥주가 북한을 대표하는 맥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2000년에 김정일의 지시로 180년 전통의 영국 어셔 양조장을 350만 달러에 사왔습니다. 영국 윌트셔카운티의 트로브리지에 있던 이 양조장의 부품들은 북한에 실려가 대동강 맥주공장으로 변했습니다. 대동강 맥주공장은 현재 평양 사동구역 송신1동에 있고 근로자 숫자는 800명 정도라고 합니다. 1차로 영국에서 설비를 들여간 뒤 2002년과 2005년에는 독일에서 설비를 들여와 설비보강을 했습니다. 원료가 충분히 보장될 경우 하루 200~300톤 생산능력이라고 합니다. 북한 대동강 맥주는 한국 맥주와 비교할 때 더 맛이 좋다고 로이터 통신이 평가했습니다. 가장 큰 비결은 북한이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다보니 생산원가에 큰 관심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차이가 보리 함량에 있다고 합니다. 한국 일반 맥주는 원가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보리함량은 4%에 불과한데 북한 맥주는 그 3배인 12%라고 합니다. 맥주의 보리 함량은 맛의 풍부함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합니다. 제가 ‘라고 합니다’라고 쓰는 이유는 맥주 분야 전문가가 아니니 독자적 분석이 어려워 전문가들의 평을 따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맥주에서 풍부함은 그 맛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는데 북한 맥주는 남한 맥주에 비해 상당히 풍부한 셈입니다. 그리고 봉학맥주와 대동강 맥주의 맛의 차이는 기린맥주와 아사히 맥주의 차이라는 한 전문가의 글도 검색해 보니 있더군요. 두 맥주가 성분은 큰 차이가 없지만 봉학 맥주가 좀 더 고전적인 맛, 즉 탄산 함량이 덜하고 부드럽게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대동강 맥주는 생맥주, 흑맥주, 병맥주 등으로 생산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궁금한 것이 사람 먹고 살기도 힘든데 원료는 잘 보장될까. 일반 주민들은 저 맥주를 마시고 살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제 생각에는(저도 직접 가본진 못했지만) 원료는 충분히 공급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요즘 북한에서 지방 된장 공장들까지 원료가 충분히 공급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김정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맥주공장이야 당연히 원료가 충분하겠죠. 어디서 돈이 나서 원료를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실에 저도 의아합니다. 원료공급이 얼마동안 갈지도 궁금하고요. 맥주시설이 만가동해서 하루 300톤이 생산되면 대략 계산해도 30만 리터입니다. 한사람이 하루에 500㎖씩 마신다고 해도 60만 명분이네요. 그러니 평양 사람들은 잘 마실 것 같습니다. 좀 비싸긴 하겠지만... 평양에 생맥주 판매소가 약 200개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방까지 다 공급될지는 모릅니다. 과거 지방에선 중국 맥주가 인기였습니다. 중국 맥주는 베이징 설화맥주, 칭다오 맥주 등이 많이 들어왔는데 10년 전에는 병당 옥수수 3㎏ 가격이었습니다. 맥주 한 병 가격에 닷새 분 식량이니 비싸긴 합니다. 일본 맥주는 더 비쌌습니다. 외화상점에 가면 일본 맥주는 아사히, 기린 등 유명브랜드들이 다 있었는데 주로 캔맥주고 엄청 비쌌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대북제재 시작한 이래 일본 맥주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선 개인들이 자체로 만든 술이 장마당을 점령했습니다. 맥주도 1995년경부터 개인들이 만든 맥주들이 장마당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맛은 맥주라고 하기엔 너무 부끄러운...그냥 보리로 만든 음료라고 해야 하는지 막걸리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맛은 한심했지만 그래도 보리로 만들어 맥주 반열에는 가까스로 올려놓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크게 인기는 없었죠. 개인이 만든 술 1병이 옥수수 500그램 가격에 팔리는데 맥주는 이보다 약간 더 비쌌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경제성을 따질 때 주정도가 높은 술을 사지 맥주를 사지 않거든요. 그냥 놀려가서 멋 좀 부릴 때 먹는 것이 맥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김정일이 맥주에 부쩍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하니 북한 맥주 문화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왜 김정일이 갑자기 맥주 생산에 큰 관심을 돌리고 그 귀한 외화를 들여 해외에서 맥주 공장까지 사오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하도 주민들이 이제는 각성하고 깨나고 하니 맥주를 마시게 해서 주민들 정신을 좀 헤롱헤롱 하게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요.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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