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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서 온 심해 잠수부 ‘머구리’
동아일보 2009-08-28 03:10:00 원문보기 관리자 2534 2009-09-01 15:19:34
3년전 가족과 탈북한 박명호 씨의 생활 담아

‘머구리’들은 새벽마다 어김없이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보통 사람들에게 낯선 단어인 머구리란 두꺼운 가죽 작업복, 묵직한 청동 투구에 납덩어리까지 총 50kg에 이르는 장비를 짊어지고 해저를 누비는 ‘심해 잠수부’를 일컫는 말이다. 한 번 들어가면 문어, 해삼, 멍게를 찾아 몇 시간이고 바다 속에서 작업해야 하는 고된 일이다.

MBC가 28일 오후 10시 55분에 방영하는 ‘MBC 스페셜-북에서 온 머구리’(사진)는 2006년 5월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탈북한 뒤 강원 고성에서 머구리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는 박명호 씨(44)의 생활을 담았다. 고성군 대진항은 북한을 코앞에 둔 어로 한계선이라 1년 중 4∼11월만 조업이 허락되는 황금어장이다.

박 씨는 북한에서 군사대학을 졸업한 뒤 20년간 직업 공군으로 살았다. 머구리 일도 북한에서 군에 있을 때 배웠다.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하는데, 사병들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간부였던 그가 직접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자유를 찾아 탈북을 결심하는 과정에서도 ‘3면이 바다인 남한에서 머구리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큰 힘을 줬다. 그는 전국을 헤맨 끝에 전통 머구리가 남아 있는 고성군 대진항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도 자원 고갈로 인해 머구리배가 10척에서 6척으로 줄어든 상황이지만 박 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 40kg이 넘는 대왕문어도 어렵지 않게 잡는다.

처음엔 탈북자라는 이유로 함께 일하기를 꺼리고 배타적이었던 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그의 성실한 모습에 반해 마음의 문을 열고 인정해줬다. 탈북 때 이불에 된장독까지 싣고 왔던 억척스러운 아내와 함께 남한에 정착한 지 3년 만인 올여름, 박 씨는 번듯한 집도 장만했다. 박 씨는 생업 수단으로 배 한 척을 마련하겠다는 새 꿈을 꾸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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