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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소망 담은 새터민들의 경주 나들이
부산일보 2009-12-30 10:51: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905 2010-01-05 00:35:07
29일 오후 9시. 천년고도의 경북 경주시 안압지 주변으로 40여 개의 팔각등을 든 사람들이 등장했다. '포기하면 지는 거다' '경축 통일' '행복'…. 각자 새해 소망을 담은 '팔각등'에 불을 밝히고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이들 모두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터전을 새로 잡은 북한이탈주민(새터민)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부산지역 새터민 초·중학생 30여 명과 학부모들을 초청해 1박2일 가족동참 캠프를 열었다. 첫날 일정으로 동국대 경주캠퍼스와 국립경주박물관, 천마총과 첨성대 등을 찾아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문화를 체험했다. 이어 '희망을 불러 들인다'는 솟대를 만들고, 팔각등에 새해 소망을 담은 글과 그림을 채워 넣었다.

부산교육청, 초·중학생 30여명과 학부모 초청 캠프

행복·미래·통일 꿈 적은 팔각등 밝혀 들고 함박웃음


#경축 통일

함경북도의 한 탄광에서 평생을 바친 김석만(70)씨는 북에서 소고기를 구워본 적이 없었다. 주위의 도움으로 귀한(?) 음식을 먹은 김씨는 손녀 춘심(10)양과 함께 연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씨에게 경주 방문은 의미가 남다르다. 북한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한 것으로 삼국시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북한에서는 평양견학을 하려면 특별증명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손녀와 함께 자유롭게 구경을 다닐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와 춘심이는 팔각등에 '경축 통일'이라는 바람을 적어 넣었다. 이북에 남아 있는 가족을 보고 싶어하는 엄마의 소망을 담아 춘심이가 선정한 문구다.

#행복, 그리고 장미 한 송이

춘심이의 친구 혜선이(10·여)는 이번 캠프가 남한에 들어온 후 엄마와 함께하는 첫 나들이다. 박미연(47·여)씨는 지난 1월 자신보다 1년가량 늦게 입국한 혜선이를 위해 큰 마음을 먹고 회사에 휴가서를 냈다.

박씨는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함께 붙잡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딸 아이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제 남한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는 일만 남았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씨는 팔각등에 '행복'이라는 두 글자와 커다란 장미 한 송이를 그려 넣었다. 박씨는 불빛을 받아 환하게 피어오른 장미꽃을 한동안 말 없이 바라봤다.

#포기하면 지는 거다

아버지, 여동생과 함께 캠프에 참가한 이금혁(14)군은 동국대 도서관을 방문한 뒤 학구열에 다시 불을 지폈다. 지난 3월 중학교 입학과 함께 유도를 시작한 이군은 훈련을 위해 정규 수업을 빼먹기도 했다. 그는 국가대표유도선수의 꿈과 공부, 둘 중에 하나라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각오를 담아 '포기하면 지는 거다'는 글귀를 적은 팔각등에 불을 밝혔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부산시교육청 평생교육과 하승희 장학사는 "새터민 중에는 중국 등지에서 장기간 탈북자 생활을 하면서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남한의 전통문화 체험과 가족의 기능회복을 돕기 위해 가족동반캠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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