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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탈북 소년,한국 사회서 겪는 애환… ‘나는야,늙은 5학년’
국민일보 2010-01-07 18:01: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673 2010-01-12 17:28:51
나는야, 늙은 5학년/조경숙 지음·정지혜 그림/비룡소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중국 등을 통한 탈북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탈북자는 이제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존재다. 탈북자 문제를 국내 아동문학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의 반영일 것이다.

월간 ‘샘터’의 ‘엄마가 쓴 동화상’ 수상작가 출신인 저자는 한 탈북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탈북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주인공 명우는 스무 살 형 명철을 따라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들어온 탈북 소년이다. 열다섯 살이지만 키 130㎝, 몸무게 27㎏으로 왜소하다. 북한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성장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탈북자 정착 지원 기관인 하나원을 퇴소해 형과 함께 살게 된 명우는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간다. 중학교 2학년 나이지만 키나 몸집이 너무 작아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아 그렇게 결정한 것.

명우는 서울에서는 굶주리지 않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반 친구들은 명우를 보고 자기들끼리 쑥덕거린다. 학교 짱인 동진이는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식판에 휴지를 던지는 등 명우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명우와 한바탕 치고받는 싸움을 벌인 동진이는 매정하게 내뱉는다. “굶어죽는 걸 구해줬으면 감사합니다, 하면서 엎드려 있어야지 건방지게 우리랑 같아지려고 하는 거야?” “이 거지야! 네까짓 게 무슨 학교냐? 가서 먹을 거나 구걸하고 살아!”

영어공부도 명우에게는 고역이다.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에 서글퍼하는 반 친구 은지의 모습도 낯설다. 간까지도 빼줄 것 같던 형의 애인은 형이 누나를 탈북시키려고 모아 둔 돈을 훔쳐 달아난다. 하지만 방과 후 학교 자원봉사자 김 선생님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따뜻한 사람도 있다.

명우는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때로는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용기를 보여준다. 명우의 이야기는 탈북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고민과 애환, 그리고 그들의 꿈과 희망에 대해 들려준다. 탈북자들에게 무관심한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작가는 말한다. “명우는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겨왔습니다. 앞으로도 이겨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이 있다면요.”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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