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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에 영어 가르치는 대원외고생들
조선일보 2010-03-01 02:26: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875 2010-03-02 13:36:05
작년 12월부터 매주 봉사, 탈북자들 반응 뜨거워

"원숭이는 몽키예요. 엠씨몽을 연상하시면 돼요." "가수 엠씨몽? 아~ 고저 '몽'이 원숭이래? 그라고 보니 닮았구먼!"

지난달 20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인의동 인의빌딩 12층 사무실 안에서 폭소가 터졌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탈북자들과 대원외고 학생들. 탈북자들을 돕는 민간단체 '새조위'(새롭고 하나 된 조국을 위한 모임)에서 마련한 '기초 영어 교실' 수업 시간이다. 대원외고 1학년 홍주원·진현아양과 김상현·박동섭군은 20~40대 남녀 탈북자 8명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작년 12월 중순부터 매주 토요일 이곳으로 출근하고 있다.

동섭군이 "자, 오늘은 알파벳 'M'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배울 거예요"라고 말하자 탈북자들이 볼펜을 들었다. "머드(mud)는 진흙이에요." "엥? 진흙이 뭐드래?". "진흙 있잖아요, 질척질척한 흙", "아~ 찰흙". 북한에서는 '진흙'보다 '찰흙'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같은 말이라도 한국과 북한에서 쓰는 단어가 다른 경우가 많아 이들 '학생 선생님'은 영어와 국어를 동시에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종종 부닥친다.

이번엔 상현군 차례. 영어 그림책을 들고 새터민 남자 2명에게 "이건 매트리스(mattress)라고 읽어요"라고 했다. 그러자 "뭐드래? 아~ '매트리스'라카는건 북한에도 있다우"라며 "북한에서는 '마다라스'라고 하네"라고 했다.

이들 대원외고 학생들이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 건 홍주원양 힘이 컸다. 언론인 출신 아버지가 '새조위' 신미녀(50) 대표와 아는 사이인 주원양은 지난해 3월 '새조위'가 주관한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영어 토론 모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탈북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사는 동안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익숙하지 않은 영어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기초 영어교실'을 생각해냈다.

탈북자들은 식당 벽에 붙은 '물은 셀프'라는 문구를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해하거나, 화장품 매장에선 '마스카라' '아이섀도' 같은 상품 뜻을 몰라 매번 물어봐야 하는 일이 많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라"는 전갈을 받고도 에스컬레이터를 찾아 헤매는 일도 있다고 한다. 주원양은 "온통 영어 투성이인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고 싶어 학교 친구 3명과 뜻을 모았다"고 했다.

탈북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탈북자 김진수(가명·28·경기도 광명)씨는 "취업 준비를 위해 시중 영어학원 기초반에 다닌 적이 있는데, 한국 학생들과 실력 차이로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며 "영어를 처음 접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가르쳐 주니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2007년에 한국으로 넘어온 김금자(가명·36·경기도 남양주)씨는 "컴퓨터 학원 다닐 때도 컴퓨터보다 영어로 된 용어를 이해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새조위' 신 대표는 "북한 이탈주민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필요한 게 영어"라며 "영어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데 학생들이 이렇게 나서 주니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대원외고 학생 4명은 "이번 기초 교실이 오는 5월 끝나도 대학 입학 전까지 탈북자들을 상대로 한 영어 봉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조만간 봉사활동 단체 이름도 정하고 후배들을 2기, 3기로 맞아 탈북자 영어 가르치기 전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전은혜 인턴기자 (한동대 국제지역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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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구싶다 2010-03-05 17:21:02
    와! 남한엔 돈박에 모르는 자본주의 사회인줄만 알앗는데
    좋은 사람들도 많네요..
    저도 몇달전에 한국에 입국한 새터민이에요...
    요즘 학원에 다니는데...(영어학원은 아님) 영어와 외례어가 대부분이라
    이해를 하지 못하여 많이 애먹고 잇는 사람들중에 한사람이에요.. 기초영어라도 배울까 생각하고 잇는데.남한사람들을 따라갈것같지 못하여 선뜻 결심을 못하고 잇죠.. 그런데 이런 대학생 분들이 잇다니.. 너무 고맙네요..
    저도 배우고 싶은데..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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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에도 2010-03-05 17:43:04
    이런 따뜻한 마음이 꽃피는 곳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남한에서 올라간 사람들은 모조리 찬밥신세로 살고 있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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