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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 어버이날 편지 "어머니, 남한서 꼭 만나요"
매일경제 2010-05-07 17:52:03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844 2010-05-11 14:32:19
"우리 학교에 안 계시면 안될 어머니, 매일 세 끼 따스한 밥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버이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경기도 안성시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는 매년 특별한 어버이날 행사가 열린다. 학생들은 매일 세 끼 밥을 챙겨주는 `엄마 같은` 학교 식당 아주머니에게 엄마, 아빠를 대신해 감사편지를 쓴다.

2006년 3월 문을 연 이 학교는 북한 이탈 청소년들이 공부도 하면서 생활도 하는 학교이자 집이다. 전교생 164명 중 90%가 결손가정 학생이다. 이들의 아버지, 어머니는 아직 북한에 남아 있거나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어딘가에 살아 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생사가 불분명하다.

학생들은 학교 식당 아주머니를 `어머니`라 부른다. `식당 아줌마` 양미숙 씨(가명ㆍ44)도 학생들을 `아들, 딸`로 생각한다. 고향이 함경북도 회령인 양씨는 13세짜리 아들을 놔두고 4년 전 혼자 탈북했다.

부모님이 북한에 계시는 김희경 양(가명ㆍ19ㆍ고2)은 고향이 양씨와 같다. 희경 양은 올해도 양어머니한테 어버이날 감사 편지를 쓴다.

"어머니, 매일 맛있는 밥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때문에 고생 많으시죠. 어버이날 제가 기쁘게 해드릴게요. 어머니 사랑해요.(하트)"

양씨는 "북한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데, 아들, 딸들은 한국 적응이 참 빠르다"며 "사랑한다는 말을 접할 때마다 쑥스럽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들이 보낼 수 없는 편지도 있다. 북한엔 어린이날, 교원의 절(스승의 날)은 있지만 어버이날은 없다.

브로커에게 줄 돈이 부족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과 쌍둥이 형만 두만강을 건너게 했다는 강효민 군(가명ㆍ19ㆍ고1)은 처음에는 "어버이날이 한국 대통령 생일이냐"고 물었다. 형제는 작년 11월 19일 함경북도 청진을 거쳐 두만강을 건너 중국, 태국을 넘어 석 달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여기는 꽉 막혀 있다. 꼭 세상 구경시켜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효민이 어머니가 쌍둥이 아들들에게 구경시켜주겠다는 세상은 한국이었다.

효민이는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니 걱정을 많이 했다. "아버지는 다행히 어렵게 탈북해 현재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지만 우리 어머니는 이번에 실패하면 이제 기회가 없어요."

효민이는 처음 쓰는 어버이날 편지를 어머니가 한국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 보고 싶어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걱정에 실려 무사히 한국으로 왔어요.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성공하여 편안하게 해드릴게요. 낳아주셔서 고마워요. 쌍둥이 막내 올림."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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