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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절 北음식 만들며 고향에 대한 향수 달래요
제주일보 2010-09-23 00:00: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802 2010-09-24 12:21:46
탈북자 25명 적십자 봉사원들과 만두,냉면 등 만들어

“명절 때면 아들·딸과 두고 온 가족 생각에 고향 생각이 애틋합니다.”

7개월 전 함경남도를 떠나 제주에 정착한 김모씨(52.여)는 두부나 김치 대신 야채가 많이 들어가는 북한식 만두를 빚으며 외로움을 달랬다.

멀고 먼 북녘 고향에도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올랐던 옛 추억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북한 이탈주민들을 위해 북한 음식만들기 행사가 열렸다.

적십자봉사회 제주도협의회(회장 김대주)는 최근 추석을 앞두고 여자 21명, 남자 4명 등 탈북자 25명을 초청, 봉사원들과 음식을 함께 만들며 고향 이야기를 나누며 향수를 달랠 자리를 마련했다.

탈북자들은 이날 평양식 왕만두와 평양냉면, 함흥냉면을 만들며 고향 소식에 이야기꽃을 피운데 이어 2시간 동안 장기자랑을 통해 서로의 몸과 마음을 의지하며 즐거운 명절을 맞이했다.

신창덕 제주도하나센터 사무국장은 “탈북자들의 애로를 듣고 보니 가족과 생이별해 혼자 제주에 살면서 갖는 외로움이 가장 컸다”며 “이어 식당과 마트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등 직업 갖는 데도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탈북자들은 지난 5월 제주에서 문을 연 하나센터에서 적응교육을 받고 있는데, 북에서 온지 1년이 채 안 되면서 제주사회에 정착하는 데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를 맞아 이들은 고향의 음식을 만들며 서러움과 외로움을 털어냈다.
북한식 만두는 빚는 방식이 남쪽과 달리 옆에 나비 날개가 달린 것처럼 모양을 내고 야채와 고기 등 속재료를 기름에 볶는 것이 특이했다.

적십자 정착도우미 한 봉사원은 “북한 주민들은 명절에 콩요리를 많이 하면서 다음에는 메뉴를 바꿀 계획”이라며 “탈북자들을 위한 북한 고향음식 만들기를 올해 처음 시도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밝혔다.

음식 만들기에는 50대 여성 탈북자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20대도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탈북자들은 비록 고향에 갈수는 없지만 정성껏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면서 마음만은 풍성하고 넉넉한 민족의 큰 명절을 지냈다.

한편 제주에 정착한 북한 이탈주민은 지난해말 95명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12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좌동철 기자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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