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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2만명, 통일준비에 귀중한 인적자원
cnb저널 2010-11-30 17:41: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721 2010-11-30 17:54:03
여러 문제로 적응률 낮아…이들을 잘 품어야 통일 순조롭다

지난 15일 통일부가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이 2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국내 입국 탈북자는 1999년 1,000명을 넘어선 이후 2007년에 1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이후 3년 만에 2만 명대를 넘어섰으니 그 유입 속도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통일 준비세대를 살고 있다.

통일은 정치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정치적 통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서, 남한의 주민들과 북한의 주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지 못한다면, 어떤 형태의 정치적 통일이 되든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재앙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원수로 느꼈던 사람, 혹은 평소에 무관심하던 타인과 갑자기 한 집에 살게 된다면 얼마나 당혹스럽고 불편하겠는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멘토링이나 탈북청소년 학교의 교사 활동 등을 통해 적지 않은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 왔지만, 우리가 그들에 대한 사전 이해의 과정을 가지지 않고서는 그들의 상처와 욕구를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북한에 가족들은 두고 혼자 온 거야?” “북한은 정말로 사람들이 막 굶어 죽어?” “남한이 좋아, 북한이 좋아?”와 같은 호기심어린, 또는 하대하는 듯 한 질문들…. 이런 괜한 관심이나 호기심은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며, 또는 그릇된 동정심이 그들의 사회 적응을 방해하게 되는 일이 꽤나 빈번하다.

그들을 사회적으로 품기 위해 다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하려는 노력도 적잖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들은 다문화 이주민과는 분명 다르다. 지구상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이주민이 우리와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겠으며, 우리와 같은 언어를 가지고 있겠는가. 또한 지구상 어느 나라의 이주민이 북한이탈주민들처럼 서로에 대한 적개심과 몰이해와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었겠는가. 북한이탈주민,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북한이탈주민의 출신 지역

통일부가 15일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입국 탈북자의 출신지는 함경도가 77%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평안, 자강, 양강도(무순) 등 중국 접경지역 출신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압록강에 비해 함경도의 두만강이 강폭도 좁고 수심이 얕아 탈북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탈북의 동기로 볼 때 예전과는 달리 정치적 이유로 인한 탈북보다는 기근으로 인한 우발적 탈북이 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북한의 경우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일수록 식량배급이 원활하지 않고, 중국접경지역은 상거래 등을 통해 외부 문화에 대한 접촉이 상대적으로 잦다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또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성별은 여성이 68%로 남성의 2배이고, 탈북자들의 입국 당시 연령대는 30대가 33%로 가장 많고 이어 20대(27%), 40대(15%), 10대(12%) 순이다. 아무래도 탈북과정이 험난하고, 젊은 층의 사회이탈욕구가 높다보니 이들 인구의 유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주로 교류하는 남한의 젊은이들은 북한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고, 반공교육을 받았으나, 지금은 탈이념적 성향을 많이 띄게 됨으로써 가치관의 혼란을 느낄 수 있는 세대이다. 따라서 북한의 정서적, 정치적 배경 등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여성, 아이들은 남한 사회에서도 사회적 약자일 수 있으므로, 이중의 고통을 당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이들 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탈북 어린이는 정착 비교적 잘 하지만, 청소년 이상만 돼도 영어 낯설어 하고, 학력 편차 등 있어 사회부적응 비율 높아.


북한이탈주민의 학업과 취업

10대 이하의 어린 아이들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데 가장 무리가 없는 편이다. 편견에 사로잡히기 이전의 나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남한의 또래집단에 비해 작은 체구와 다른 말씨, 교육 수준차, 학년에 비해 높은 연령 등 때문에 학교 적응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그들은 여명학교, 셋넷학교, 하늘꿈학교, 한꿈학교, 한겨레학교 등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 몰리거나 학교를 떠나게 된다. 대학에 이르러서는 대학생들의 개방적인 특성 덕분에 정서적으로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지만, 대학에서의 학습부진으로 인한 도중이탈률이 높다.

특히 북한에서 영어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대학교의 원서 교육은 굉장한 고통과 괴리감으로 다가오게 된다. 탈북 대학생 3명 중 1명이 퇴학을 하고, 40%가 휴학을 하는데 그 이유가 영어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윗세대로 올라갈수록, 정치적, 사상적 편견 때문에 적응이 또다시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탈북자들의 생활수준은 일반국민들에 비해 낮다.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자들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27만원이고, 취업 분야는 단순 노무(31.5%)와 장치·기계조작(23.2%)에 집중돼 있다. 탈북자들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도 각각 48.6%와 41.9%로 일반국민의 70~80% 수준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거한 생계비수급대상자도 52.3%에 이른다.

이로 미루어 향후 북한의 비상사태나 대량난민 발생시, 혹은 통일 시에도 북한 주민들의 대량 실업 사태와 남한 노동시장의 붕괴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준비가 시급하다. 현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에 있어서도 교육 분야는 5대 중점 추진 프로젝트 중 하나지만,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서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에서 극심한 생활고와 부자유를 경험하다가 탈북기간에는 제 3국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신분을 숨긴 채 살아오면서 수차례나 적발당하여 모진 수용소 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리고 남한에 와서는 대성공사에서 조사를 받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적응기관인 하나원 입소기간이나 그 이후의 적응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터뷰를 요청받게 되고, 민감하고 예민한 질문들에 노출된다. 따라서 그들 대부분은 육체적 질병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외상을 안고 있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도 적지 않다.


‘북한을 가장 잘 아는 남한인’들을 우리 사회에 잘 정착시키는 노하우 마련해 놓아야 통일 시대에 발생할 대량의 인구 섞임에 대비할 수 있어


그래서 그들에게 처음 다가가기는 어려운 면도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기질적으로 인간미가 넘치고, 유머가 넘치며 성격이 순수한 편이라,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그 깊이가 남한 사회에서의 그것보다 깊어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아동, 청소년 계층의 경우 부모를 따라온 비자발적 탈북이 많고, 가족이 온전히 남한에 정착한 경우도 많지 않다. 또한 어른들 역시, 사회부적응 속에서 도태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이들이 소외감과 자기비하, 우울증 등을 안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그리고 그들의 자기보호본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그러나 지속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동시에, 남한사회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멘토 역할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먼저 묻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도가 필요하고, 동정심이나 괜한 걱정 때문에 우울한 이야기에만 머무르기보다는 밝은 화제를 나눌 필요도 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은 “북한 이탈주민은 난민 경험자로서의 과거 관점이나 다문화 이주자나 소수자로서의 현재적 관점보다는 통일한국을 만들어갈 주체로서의 미래관점에서 인식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북한이탈주민, 그들은 ‘북한을 가장 잘 아는 남한인’인 동시에 ‘남한을 가장 잘 아는 북한인’이다. 따라서 이들은 앞으로 다가올 통일을 미리 시험해보고 준비해볼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하는 귀한 통일인적자원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호기심이나 동정심으로 접근해서도 안 되고, 정치, 종교적 전략의 도구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반대로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들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정보 없이 다가가서도 안 된다.

우리가 같은 남한 사람이라도 개개인이 서로 다른 것처럼 북한이탈주민도 출신지역마다, 나이대마다, 그리고 개개인마다 성격과 특성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편견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동반자로서 다음 세대를 준비해나가려는 열린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들은 우리의 친구이며 미래이기 때문이다.

윤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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