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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에게 의학상금 전액 기부한 류인균 교수 "목숨 걸고 한국 왔는데 사람답게 살아야죠"
조선일보 2011-01-13 09:21:00 원문보기 관리자 840 2011-01-14 00:26:32

탈북 청소년의 교육 돕고자 "연구 위해 탈북자 만났지만 그들의 인권에 대해 깨달아"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동의 여명학교. 서울대 의대 정신과 류인균(47) 교수가 외투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우기섭(64) 교장에게 건넸다. 이곳은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다. 류 교수는 "학생들에게 전자사전을 하나씩 사주세요. 요긴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우 교장은 "감사합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졸업선물이 되겠네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류 교수가 전달한 돈은 지난달 서울의대 동창회에서 함춘의학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1000만원이다. 다음 달 1일 졸업하는 탈북학생 17명을 위해 기부했다.

▲ 류인균 교수는“보다 많은 사람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고, 탈북 학생들의 정착을 돕도록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류 교수는 1992년 서울의대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미국으로 가 하버드 의대에서 교수로 일했고, 1996년부터 서울의대 정신과 교수를 맡고 있다. 2006년 미국정신건강연구연합의 중견연구자상과 2007년 미국국립보건원이 주는 국제저명과학자상 등을 받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포함한 뇌영상 연구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다.

10년 전 류 교수는 베트남전(戰)이 끝난 뒤 미국으로 망명해온 베트남인들을 만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연구했다. 2003년에는 대구지하철 참사를 당한 사람들을 만나 같은 연구를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연구 대상으로 2008년부터 탈북 청소년들을 만나 왔다. 그는 "애초 목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자주 만나다 보니 탈북자들의 인권에 대한 깨달음이 생기고, 그래서 기부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만난 김모(당시 17세)군을 떠올렸다. 김군 어머니는 기근이 극심해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1998년에 굶어 죽었다. 동생도 이듬해 굶어 죽었다. 다시 2년 뒤, 탄광에서 일하던 아버지 역시 굶어 죽었다. 김군은 2004년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이듬해 붙잡혀 북한에 끌려가 심하게 고문당했다. 하지만 다시 탈출해 2008년 한국에 왔다. 류 교수는 "나는 '의사 특유의 이성적 사고'에 익숙한 편인데 탈북 청소년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듣고 '인권'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류 교수는 "목숨 걸고 탈출해 한국에 왔는데 여기서마저 사람답게 살기 힘들다면 말이 안 된다"며 "탈북 청소년 중에서도 특히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여기(대안학교)까지 온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미국을 적대시하는 북한에서 영어를 접하지 못한 그들이 영어 공부에 애먹는 것을 보고 이날 전자사전 구입비를 낸 것이다.

12일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에 영어사전 구입을 위한 천만원의 성금을 기부한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 류인균교수가 탈북자와 탈북청소년들의 탈북이후 겪는 상황에 대해 말했다. /이진한기자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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