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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염치불구하고 남한에 대화 제의한 이유는?
데일리NK 2011-01-26 10:39: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789 2011-01-27 02:44:17

[이영화 칼럼] 새해 초 이례적 물가 폭등…비료 지원 시급

북한은 지난 20일 군사고위급회담을 한국에 제안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은지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만행(蠻行)의 피가 아직 마르지도 않은 상황에서 피로 물든 손을 내밀면서 '무조건 대화'를 요구한 셈이다. 비핵화 문제,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인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싶다'는 제멋대로의 요구다.

당연히 뻔뻔하고 너무나도 이기적이다. 이러한 세상의 평가를 알면서도 북한은 회담을 제의했다. 한국도 북한의 이같은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어 빠르면 2월 내에 예비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북한이 대화를 제안한 의도는 무엇인가? 그리고 대화를 받아들인 한국은 또 어떤 의도인가? 북한의 의도는 의외로 단순하다. 한국으로부터의 경제 원조, 특히 비료지원과 식량지원을 조속히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다.

그만큼 지금 북한 경제는 몹시 곤궁(困窮)한 상황이다. 

북한 내에서 연초부터 물가 폭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춘궁기(3∼4월)를 맞이하기도 전인 1월 초순부터 불과 1주일 사이에 곡물가격이 40% 이상 급등했다. 이례적인 물가동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멈출 줄 모르는 북한의 기초 경제상황의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외화 획득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철광석과 석탄의 대중국 수출이 부진과 혼란을 겪고 있다. 예를 들면 북한 당국은 지난 1년 동안 석탄 수출의 '장려'와 '금지'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했던 명령을 저녁을 바꾼다)식의 정책을 펴고 있다. 외화를 얻기 위해 수출을 늘리면 국내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 발전소와 탄광이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에 국내 공급을 늘리면 외화가 부족하다. 설비 투자의 절대적인 부족도 원인이다. 이처럼 북한 경제는 완전히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세계적인 달러 약세 추세인데도 북한은 연초부터 달러 환율이 급속도로 오르고 있다. 1월 25일 현재 북한 원화의 교환 비율은 100달러 당 340,000원 선을 넘어섰다. 북한 상인들은 앞으로도 달러 강세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 아래 일제히 매점매석에 나서고 있다. 이례적인 물가 폭등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주요곡물의 국제시세가 곡물수출국의 이상기후와 투기 자본의 대량유입 등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외화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써는 곡물수입도 뜻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곡물지원의 유일한 창구인 중국도 실상은 대규모 곡물수입국으로 가격 상승의 여파로 국내 수요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북한은 향후 중국의 곡물 지원, 특히 중국에서도 크게 부족한 쌀 지원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물가폭등이 현재의 기세로 진행된다면 춘궁기에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민심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무모한 화폐개혁으로 입은 상처에서조차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김정은에 대한 후계작업은커녕 독재체제 자체도 큰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올해는 물론 내년 농사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늦어도 2월 중에 한국으로부터 화학 비료를 조달하지 않으면 올 농사에 맞춰 비료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생산량 감소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위의 사정을 감안하면 내년은 올해보다도 더 큰 위기가 초래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수치심도 세상의 평판도 무시한 채 황급히 한국에 대화를 요구한 것이다. 그만큼 북한은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위기 속에서 북한이 일으킨 '연평도 포격'은 '기묘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인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무차별 포격을 가해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이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겪으로 이번 '대화공세'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역시 연평도 포격은 대남협상 흥정과는 전혀 다른 국내 정치(파벌 항쟁) 차원에서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북한이 연평도 포격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북한의 범행은 누구의 눈에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명백한 사과와 관계자의 처벌이 없이는 북한이 원하는 경제지원은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김정일과 김정은이 책임을 질 이유는 없다. 만약 북한이 회담의 조기 성공을 기대한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화폐개혁의 실패 이후 노동당 간부들을 숙청했던 것과 같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면 될 일이다. 이번에는 인민군 간부 중 한 사람이 희생양이 될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인민군의 내부 투쟁에서 낙오된 파벌에서 희생양이 뽑히게 된다.

한국이 북한의 제멋대로식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포격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협박조로 나온다거나, 아니면 솔직하게 사과하거나 둘 중 어느 쪽으로 나오더라도 한국으로써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북한이 협박조로 나오면 국내 여론은 물론 국제 여론도 강경해질 것이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사죄한다면 이명박 정부에게는 큰 점수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사과 자체가 재발 방치 조치가 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처한 현실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군사고위급회담의 속도를 될 수 있는 한 늦출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회담은 한국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은 시간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영화/일본 간사이대 경제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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