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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 대학생의 '남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웹장 2011-02-11 21:52:33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1292 2011-02-15 00:00:41

누구나 꿈을 꾸며 살고 있지만 이들보다 더 절박하게 꿈을 소망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가졌던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이들 같은 사람들이 있을까? 이들은 바로 탈북자다. 최근에는 '새터민'이라는 순화용어로 고쳐 부르고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순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꿈을 이루려 왔지만, 이 땅을 밟는 순간부터 탈북자 브로커들에게 줄 돈으로 빚쟁이가 되어야하는 신세다. 그리고 '나와 다른'이 아닌 '나보다 못한'이란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 우리들의 태도에 그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그들의 삶 속에는 꿈에서 너무나 벗어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새터민 대학생들은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을까? 대학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취업'을 그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어렵지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 상황을 담담하게 이겨나가고 있는 새터민들의 삶을 알아보기 위해 황득현(31세)씨를 만나보았다. 현재 황씨는 한국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고 NKYN(새코리아청년네트워크)학술교육부장이다.

-탈북자란 꼬리표 때문에 받는 차별이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그렇죠. 북한에서는 그래도 고등교육을 받고 어느 정도는 지도층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는 다만 탈북자기 때문에 어딜 가도 하층 취급을 받으니 잘못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처음엔 들었어요.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쳤죠. 일단 여기에 뿌리를 내리려고 했으면 제일 밑에 어려운 경험부터 시작해 열심히 해보자고! 또 저는 경험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만 하면 오래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밖에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정말 다양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집집을 다니며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을 보기 위해 택배기사도 해봤고, 건설현장에서도 일해 봤고, 세탁소에서 빨래도 해봤고, 자동차 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도 해봤고 참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여러 가지 경험을 쌓고 보니 "나도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 자신감으로 늦은 나이지만 대학에 입학하게 됐어요. 근데 이러한 자신감으로 입학했지만 내가 과연 이 대학교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생겼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이대에서 제 전공에 대한 찬반토론 대회가 있어 참가했는데 3개월 동안 예선, 본선, 준결승, 결승을 치루면서 결국 수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로 "내가 학업적인 부분에서도 아직은 경쟁력이 있구나."라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북한의 대학생활과 남한의 대학생활은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표현의 자유죠. 북한은 어떤 규칙 속에 적응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거의 없는 편이죠. 이런 주입식 교육에 적응되어 있었기에 발표나 조사처럼 창의적인 사고를 많이 요구하는 남한의 교육방식을 따라가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잘 할 수 있는데 막상 앞으로 가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거죠. 하하. 표현을 하는 이 행동자체가 어색해서 뜻대로 잘 안됐지만 몇 개월이 흐른 뒤 많이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발표 나가서 또박 또박 말 잘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며 감탄합니다.

-북한의 대학교육 방식은 어떤가요?

중간?기말고사가 있고 졸업학년 때 논문을 내는 형식 자체는 같아요.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시간표를 짜는 남한과 달리 학교에서 이미 정해준 수업시간에 맞춰 듣죠. 그렇기 때문에 대학 4년 동안 과 동기들과 한 반에서 같은 수업을 들어서 여기처럼 학과 동기를 모르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이죠.

-북한 대학생들이 남한에서 많이 선택하는 전공은 어떤 건지요?

거의 대부분이 중국어를 선택해요. 중국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일단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는 과정에서 중국 현지에서 오래 산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죠. 어떤 친구들은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어요. 이런 면에서 남한 학생들 보다 경쟁력이 높아 한 10명중 7명은 이 전공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요즘 어학을 전공해서 취업하기란 만만치 않죠. 나중에 취직하는 걸 보면 중국어 전공과는 전혀 상반되는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더라고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남한학생들이나 북한학생들이나 스펙을 쌓기 위한 노력과 방법은 비슷해요. 영어가 취약한 학생은 영어 학원을 통해 실력을 쌓고, 리더십 캠프에도 참여하고 자기 스펙을 쌓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합니다. 물론 차이가 있다면 경제적인 차이입니다.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남한 대학생들은 부모님께서 대학등록금을 내줍니다. 하지만 북한 대학생들은 스스로 자립을 해야 하는 상황이죠. 교육비가 만만치 않지만 P어학원에서는 새터민 학생들을 위해 수강료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잘 찾아 잘 활용하면 매우 좋죠.

-취업정보를 얻는 경로는?
남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또는 NGO단체나 새터민을 위한 취업박람회 등에서도 얻죠. 하지만 취업박람회의 경우 제조업이 대부분이고, 막상 가보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곳이에요. 한마디로 임금과 복지혜택이 완전히 저조한 곳들이 대부분이란 말이죠. 궁여지책이죠. 그 기업들은 일반 사람들이 잘 찾지 않으니 스스로 인력을 찾는 거죠. 한 번은 취업박람회를 통해 대기업에 취직이 된 사례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기업 사장님이 실향민이었더라고요.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박람회를 통한 취업은 그다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죠.

새터민 초중고학생들은 어떻게 교육을 받나요?

저 같은 경우는 북한에 있을 적 남한 드라마를 몰래 몰래 많이 봤어요. 기억나는 드라마가.. 토마토부터 시작해서 이브의 모든 것, 아름다운 날들...^^ 그래서 그런지 남한에 와서 다른 사람들보다 적응이 빠른 편이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어투나 생활 방식을 고치는데 매우 어려움을 느껴요. 그래서 아이들이 일반 학교로 바로 입학을 하면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살았고 또 어린 마음에 서로를 포용하기가 더 힘들죠. 그래서 대안학교를 많이 가요. 대안학교가 잘 되어있고 그 시스템도 굉장히 도움이 되요. 수준별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도 덜 부담을 느끼고, 우리들에게 관심이 많은 남한 대학생들이 봉사 하러 와서 친근하게 문화교류도 할 수 있죠.

-북한에 대해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인지?
이웃 간의 화기애애한 정이 그리워요. 지금 사는 집에서 2년째 살고 있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 전 몰라요. 인간적인 유대가 너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워요. 북한과 남한은 너무나 다른 문화를 이루고 있어요. 같은 언어를 쓰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죠. 그리고 여기는 외국 문물이 너무나 많이 섞여 있어요.

-대학생들이 새터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을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새터민들이 대학생활에서 많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영어와 수학인데,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학생들이 있어요.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 주어서 먼저 다가와 도와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이러면서 지금까지 달랐던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죠? 대안학교에서는 멘토링으로 새터민들의 적응을 도와줄 수 있고요, 대학 진학이나 학과 정보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그리고 개인지도나 과목 선생님으로써의 활동도 가능해요. 현재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고 있어요. 현재 NK지식인연대에서 대안학교 하나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곳에도 많은 관심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알게 모르게 이방인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취급을 당할 때가 아직까지도 많이 존재해요. 단지 태어난 곳이 다를 뿐인데... 좀 편하게 스스럼없이 다가설 수 있는, 같은 사람이라는 마인드를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들도 처음부터 여기서 같은 생활을 했다면 다 같았을 것이에요. 편견 없이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엄마 세대들은 분단에 대한 슬픔을 아직 마음으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지금 어린 세대들은 간접적으로만 알기 때문에 점점 더 관심이 사그라지고 있어요. 그래서 새터민들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취재를 마친 최서연의 생각>
황득현씨의 말에 따르면 현재 새터민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이나 그 외의 주변국에서 더 관심이 많다고 한다. 주변국에서 탈북자들에게 많은 취재 의뢰가 들어오고 상당한 액수의 돈을 권하며 북한의 모습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담아 올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방인이 아닌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편견은 남과 북의 분단으로 만들어 진 것도 아니고, 세월이 만든 다른 문화로부터 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에 대한 우리들의 무지한 판단으로 만들어 진 것 이다. 우리에게 다가오기 지쳐있는 그들에게 이번엔 우리가 먼저 다가갈 차례가 아닐까?


최서연/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인턴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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