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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님 배려전기’ 목빠지게 기다리는 사람들
주성하기자 2011-02-10 07:25:15 원문보기 관리자 800 2011-02-24 02:57:51

얼마 전에 한 탈북자가 SBS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하루에 전기가 많이 오면 2시간, 그나마도 안 올 때는 닷새에 한 번씩 그것도 기껏 2시간 온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 탈북자는 한 달 전에 북한을 나왔다고 한다.

북한 전력난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전혀 달라질 기미가 없다.

그럼에도 김정일은 벌써 10년 넘게 지방시찰을 나갔다면 발전소만 돌아본다. 1990년대 중반에 금강산발전소(현 안변청년발전소)만 완공되면 전기 사정이 일시에 풀릴 듯이 주민들을 기만하더니 그것이 완공돼도 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또 1990년대와 2000년대는 지방마다 하천을 이용해 중소형발전소를 건설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수많은 청장년들과 아낙네들이 발전소 건설장에 끌려가 노역에 시달렸다. 마치 봉건시기에 부역에 끌려 나가는 것과 똑같다.

중장비 한대로 뚝딱 팔 수 있는 강바닥을 기계가 없어 수 백, 수천 명이 몇 달 매달려 파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사람들도 아침에 도시락을 사가지고 두어 시간 걸려 건설장에 도착해서 한 두 시간 일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밥을 먹고 다시 한 두 시간 하는 척하다가 서둘러 돌아오기 일쑤다.

발전소를 건설한다면서 허구헌날 인민반과 학교, 직장에 자갈 얼마 내라, 부식물 얼마 내라, 시멘트 얼마 내라 하면서 주민들의 주머니를 턴다. 말로는 건설자재를 걷는다고 하지만 매 집에 자재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면 장마당 시세로 환산해 돈으로 거두어들이는데 대다수가 간부들 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 북한 간부들에게는 그것이 주민들을 수탈하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일반적인 방법이다.

어찌됐건 필요한 자재의 10배를 거두어 다 떼먹고 나머지로 대충 새로 발전소를 만들면 간부들이 자기들 생색을 내기 위해 중앙에 자력갱생으로 발전소를 만들었다고 보고한다.

물론 페인트도 없어서 주민들 주머니를 털어 기계를 새파랗게 칠해 놓고 장군님을 모신다면서 누구도 얼쩡거리지 못하게 청소만 하게 한다.

이러면 전국에 뭐 경제성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골머리를 앓는 김정일은 제꺽 현지에 내려와서 현지지도 함네 하면서 생색을 낸다.

발전기 앞에서 이리 저리 두서없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말을 생각나는 대로 늘여놓고 북한 간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올라가면 중앙당 선전부에서 다듬어서 장군님의 가르치심이라면서 노동신문에 싣는다.

그런데 알맹이 없는 김정일의 말을 다듬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맨 날 노동신문에는 똑같은 내용이 실린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김정일은 왜 전국에 가서 하는 소리가 늘 똑같냐고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김정일이 올라가면 간부들끼리 훈장 파티가 열린다.

이른바 장군님께 기쁨을 드렸기 때문에 누구는 영웅, 누구는 국기훈장 1급 이런 식으로 가치도 없는 훈장을 막 퍼주고 나면 발전소 건설로 이루려고 했던 목적의 80%는 달성된다.

그다음에 발전소가 잘 돌아가고 말고는 간부들이 별로 관심도 없다. 이미 떡은 다 받아먹은 터, 골치 아픈 운영까지 얼굴 내밀어야 떨어질 떡고물도 없다.

발전소 자체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대충 만들었으니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쩍하면 이곳에 균열이 생겼니 저기에 균열이 생겼니 자재가 떨어졌니 하면서 아예 가동되지도 못한다. 이렇게 서있는 허울만 발전소인 건물이 전국에 천지다.

전기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7년에 북한 전역에서 하루 생산되는 전기가 160만kw인데(참고로 한국은 7700만kw) 이중 80만kw를 철도가 잡아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물론 철도도 전기가 충분한 것이 아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2000년 1월에는 라진에서 평양까지 23일 동안 가는 공화국 기록을 내기도 했다. 당시 여러 명이 기차에서 굶어죽어 중앙에서 헬기를 파견해 환자를 수송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북한처럼 김정일에게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하에서는 아무리 발전소를 많이 건설해도 쓸만하게 건설될 수가 없다. 그나마 제대로 가동되는 것은 일제시기에 건설된 수풍발전소와 전후 소련에서 들여온 화력발전소들뿐이다.

전기가 귀하다보니 북한 가정집들은 늘 새까만 암흑 속에서 산다. 군수공업 철도처럼 중요한 곳에 우선 배정되고 지금처럼 가을과 겨울철에는 탈곡기 돌릴 전기도 변변히 없는 상황에선 가정집들이 가장 나중에 전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에선 전기가 없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지만 북한에선 늘 어둠 속에서 살다보니 사람들이 습관돼 전기란 의례 오지 않는 것인 줄로 여기고 살 고 있다.

전기가 없으면 초라도 켜고 싶지만 북한에는 초도 매우 귀하고 비싸다. 그래서 도시에선 많은 집들이 석유등잔, 카바이드 등잔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석유와 카바이드도 만만치 않게 비싸다.

북한에선 석유가 수입물품이기 때문이다. 카바이드도 생산하는 공장 기업소들이 잘 돌지 않아 정말 힘들게 구해야 한다.

현금이 없는 농촌 집들에서는 소나무 옹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소나무 옹이에는 송진이 많아 한참을 타들어 가는데 문제는 그을음이 장난이 아니다. 천정이 얼마안가 새까맣게 되는 것은 물론 오래 켜고 있으면 다음날 아침에 코 구멍에 꺼멓게 그을음이 맺힌다.

가장 좋기는 그냥 어두워지면 빨리 자는 것이다. 석유걱정, 송진걱정, 그을음 걱정에서 해방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에는 해가 너무 길다는데 있다. 저녁 6시면 어두워져서 다음날 오전 7시에 날이 밝으니 그 긴 시간 누워있으면 잠도 안 오고 허리가 성할 리 없다.

남한 직장인들이 여러 이유로 늦게 잠을 자다보니 늘 잠이 부족해 있는 데 비해 북한 주민들은 너무 오래 누워 있다보니 겨울이면 아침마다 ‘아이구 허리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설날이나 김정일의 생일인 2.16일에는 가정집에도 오랫동안 불이 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것조차 24시간 내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이때 어쩌다 전기불이 오래 오게 되면 이것을 ‘배려전기’라고 부른다. 실제 당 간부들 자체가 전기가 명절에 특별히 공급되는 것이라고 선전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사실 무슨 은혜를 베풀어서 전기가 오는 것이 아니고, 이날에는 공장 기업소들이 휴식하기 때문에 여유분을 가정에 돌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려전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북에선 이처럼 나쁜 것은 절대 김정일이 책임이 아니고, 좋은 일은 다 김정일 덕분이라고 한다. 당연히 와야 하는 전기도 늘 주지 않다가 어쩌다 주면서도 이것을 배려라고 선전한다.

올 2월 16일에도 사람들은 배려전기에 희망을 걸고 있을 것이다.

최근 북한 국경 일대에서는 특히 전력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고 한다. 북한과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 전기가 오지 않아 충전 못해 전화를 못했다는 말을 예전보다 자주 듣는다.

이 사람들도 배려전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핸드폰을 충전해 남쪽하고 통화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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