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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호위병들 10년간 편지도 못쓴다
데일리NK 2011-05-12 11:57:10 원문보기 관리자 1353 2011-05-12 12:20:55

복무연한이 10년이나 되는 북한 군인들은 부모나 친구들과 어떻게 연락을 주고 받을까? 전화 등을 통해 자유롭게 가족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남한과 달리 북한 군인들은 편지가 거의 유일한 통신수단이다. 그나마 검열이 까다롭고, 전달되기까지 시간도 많이 들어 이조차 용이하지 않다.

북한군은 입대한 군인들에게 고향에 편지를 쓸 때는 '부대명과 위치를 밝히지 말 것'을 강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평양시 형제산구역 중당리 6반은 '조선인민군 군사우편함 제1072군부대(ㄱ-1)'이라고 써야 한다.

군사우편함으로 편지를 보내면 보통 20여 일이 지나서야 수신지에 도착한다. 편지는 보통 열차를 통해 운송되는데 경제난의 영향으로 운행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장시간이 소요된다. 

국경경비대 출신인 최철민(29. 2010년 3월 탈북) 씨는 "군사복무시절 제일 힘이 되는 것은 고향의 부모님들이 보내주신 편지다. 하지만 열차 사정으로 편지 받아보기가 힘들다"며 "1년에 한두 번 받아보는 편지도 보낸 지 20여 일이 지나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쩌다 받아본 편지는 주머니에 간직하고 닳도록 읽어본다. 이러한 기다림을 통해 10년이라는 세월을 이겨낸 것 같다"고 말했다.

군 위주 사회인 북한은 군사비밀 누설에 민감하다. 따라서 편지를 철저히 검열한다. 일반적으로 호위사령부는 각 여단 보위부에서, 인민무력부는 각 부대 기무과에서 편지를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대 위치 등이 편지에 기재돼 있을 경우 사상비판을 받기도 한다.

포병으로 복무했던 김민호(30. 2009년 탈북) 씨는 "부모님들에게 '며칠 있으면 정비가 끝나고 다른 곳으로 옮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주소대로 회답을 바랍니다'라고 이동하는 곳의 주소를 적은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보름이 지나 부대 보위부에서 불러 가보니 보위부장 책상위에 내가 보낸 편지가 있었다. 이후 사상비판에다 서약서까지 쓰고 나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그 후부터 편지 쓰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어떤 글 때문에 또 혼나겠는지 몰라서 아예 편지 쓰는 것을 포기했다"며 10년 동안 편지를 7,8통 정도만 보냈거나 받아봤다고 말했다.

군관(장교)출신 탈북자 이선일(40. 2010년 탈북) 씨는 "우리 중대에는 황해도 송림에서 입대한 병사가 있었다. 영양실조로 입대한지 2년 만에 죽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6개월 전에 보낸 편지를 그가 죽은 후에 내가 받아보았다"고 전했다. 통신수단이 열악한 북한 군대의 현주소다.

이 씨는 "군인들이 힘들어 하고 외로워 할 때 고향에서 온 편지를 읽어주면 금방 힘을 얻곤 했다. 하지만 그런 편지가 부대에 도착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군인들은 편지를 받아보고도 회답하기 힘들다. 부대의 위치, 또는 군사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통제를 하거나 엄격한 검열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무기간 편지를 주고받지 못하는 군인도 있다. 호위사령부 내에서 김정일을 근접 경호하는 군인(김정일 특각 등을 지키는 군인 등)이거나 중앙당 5과(기쁨조 등도 이곳에서 선발한다)에 뽑혀 군사복무를 하는 경우에는 제대할 때까지 편지를 보내거나 받을 수 없다.

실제 조선인민군 974부대(김정일 호위부대)는 '호위사업 비밀 규정'이라는 소책자 내용에는 '소대끼리 중대끼리 하는 사업에 대하여 철저히 차단하여야 한다'고 쓰여져 있다. 다른 중대나 소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알려고 하거나 알 필요가 없다는 뜻인데, 부모라고 해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974부대에서 군사복무를 한 탈북자 신진혁(39. 2007년 탈북) 씨는 "우리는 편지를 보낼 수가 없다. 부모들도 자식이 살아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외부와 차단돼 복무했다"며 "제대 했을 때 부모님들이 놀라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군부대에는 공급되는 군사우편엽서 자체가 우리 부대에는 공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위사령부 소속 부대에서 복무했던 또 다른 탈북자는 "부대 사명에 따라 편지가 허용된다"면서 "전투부대의 경우엔 편지를 쓸 수 있지만 철저히 검열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무 당시 한 동료가 '김정일 장군의 배려에 자랑스럽게 호위사령부에서 복무하게 되었다'고 편지에 썼다가 보위부에 끌려갔다"고 전했다.

이처럼 거의 유일한 통신수단인 편지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곳이 오늘 날 북한이다. 때문에 집안에 급한 일이 발생할 때는 전보를 이용한다. 그러나 '어머니 병 위급, 급래' 같은 내용의 전보도 6, 7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전달된다.

이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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