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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협상 진전 위해 韓美 역할분담 필요하다
데일리NK 2011-05-13 17:26:44 원문보기 관리자 450 2011-05-16 23:58:36

유럽 3개국을 순방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9일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면 내년 3월 26∼27일 사이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것이 북한의 미래를 위해 매우 좋은 기회이며, 국제사회에 나오게 되면 북한의 미래는 밝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가 핵안보정상회의 초청의 전제조건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없는 세상'을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로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다자정상회의이다. 2012년 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인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핵안보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현재 긴밀하게 협의해 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2차 핵안보정상회의 유치 관련 기자회견 당시에도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하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실천을 준수하면 김정일 위원장을 핵안보정상회담에 초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번 제안은 지난 2009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이 대통령이 제시했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구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랜드바겐'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게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대규모 국제지원을 본격화 한다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일괄타결방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현재의 남북관계나 6자회담 재개 여부와 관련해서는 색다른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고 북한이 여기에 호응해 올 가능성도 상당히 낮다. 특히 북한이 거부하고 있는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기 보다는 단순히 '제안을 위한 제안'이자 카터 전대통령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간접적으로 전달한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대한 형식적 대응이라는 반응도 있다. 

그래서인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의 정동영 의원은 이 대통령의 제안이 '보여주기 위한 쇼'며 "여우식사에 두루미를 초대한 격"으로 비유했다. 북한이 응하지 않을 제안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런 평가들이 나올 만도 하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이대통령의 제안을 '도전적 망발'이라고 했고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6자회담 테두리 안에서의 북남대화"에 나서기 위한 명분 세우기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이 대통령의 제안은 장기적, 총론적 관점에서 현재의 미국 입장을 간접적으로 북한에 전달하는 의미로, 각론적 관점에서 6자회담은 미국의 의사를, 남북관계는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제안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도 김정일 위원장의 '핵안보정상회담' 참석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실천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은 출범 초기의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북핵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오바마는 과거 부시처럼 이란이나 북한이라는 개별 국가들을 상대로 핵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국제적 한계를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핵감축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 노력과 다자적 협력을 통해 북한을 우회해 들어가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오마바는 2009년 4월 체코의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이상을 주창하면서 현존하는 핵무기의 감축, 핵확산금지조약(NPT) 강화와 핵보유국 증가 중단, 테러세력의 핵무기·핵물질 획득 방지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에 노벨상 위원회는 오바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여 힘을 실어주었고 오바마는 2010년 4월 8일 러시아와 전략핵무기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는데 합의함으로써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 주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작년 4월 12일 전 세계 정상과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 등 47명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국제적인 핵외교는 북핵문제와 관련해 실제적으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던 핵강국 중국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한이 취할 수 있는 행동범위는 과거보다는 좁은 상황이며 회담 결과에 대한 부담의 정도는 미국보다 중국에게로 향할 여지가 높다. 따라서 6자회담의 재개보다 더 중요한 점은 6자회담이 실제 북핵문제의 진전을 가져 올 수 있는가 하는 점인데 이 부분은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와 중국의 조정 능력에 달려있다.

만약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이 과거보다는 어느 정도 진전된 입장으로 나올 가능성은 높다. 재작년 하반기 부터 중국은 6자회담 복귀를 북한에 계속 주문해 왔고 특히, 작년에 북한의 2차례에 걸친 대남군사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두둔하면서 6자회담을 통한 문제해결을 말해 왔기 때문에 북한도 중국의 체면을 살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북핵 1차 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플루토늄을 통한 핵개발에서는 북한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북미간 '2차 핵위기'의 단초가  되었고 북한 스스로 작년에 공개적으로 밝힌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통한 핵개발도 같이 논의되어 진전을 볼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그럴 경우 폐기처분할 영변 핵시설을 담보로 6자회담 국면을 넘기고 설사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이 논의되더라도 변죽만 울리는 정도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6자회담이 재개되어 만약에 북핵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된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향으로의 진전이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한미공조만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 이 말을 하냐 하면 미국정부는 6자회담과 북한의 핵폐기 진전을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 현재 대북식량지원 문제를 고려 중이다.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할 예정인데 이번 방문에는 성 김 6자회담 특사와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도 동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우리 정부와 논의할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재개 여부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조율로 보인다. 이 부분은 대북식량지원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부딪힐 여지가 있다.

설혹 6자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대북식량지원에 한미가 인식을 같이 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6자회담에 앞서 남북 비핵화회담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도 분명히 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제안한 비핵화 논의에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대북식량지원 여부에 관해 한미가 입장을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6자회담은 필요하지만 우리가 참가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5개국 간에 합의를 도출하도록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북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어떤 내용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또 중국이 어떤 중재 역할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합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중국이 이를 중재하도록 하는 것도 핵문제를  풀어 나가는 하나의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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