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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부유층 '돈주' 軍 간판걸고 운수회사 운영"
데일리NK 2011-08-16 16:52:30 원문보기 관리자 569 2011-08-19 02:42:14

북한의 신 부유층인 '돈주'들이 군대나 경찰의 이름을 빌려 운수회사를 운영하는 등 개인들이 국가가 운영하던 사업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설 운수회사는 북한 당국의  경제난이 심화된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대표는 16일 북한 내부 기자들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북한에서 개인들의 장사가 활성화되면서 이동에 대한 수요가 생겨 자생적으로 이같은 운수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관차의 노후나 전기 공급의 불안정 등으로 북한의 국영 철도가 마비되면서 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북한에서 장거리 대중 교통수단으로는 열차가 거의 유일했다. 그러다 개인들의 장사가 활성화 되면서 군대, 안전부, 기업소와 각 기관에 소속된 트럭과 자동차 등의 차량이 돈을 받고 사람들을 이동시켜주는 이른바 '써비차(service-car)'가 등장했다.

써비차는 개인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다소 규모가 작지만 돈주들이 운영하는 운수회사들은 여러대의 버스를 구입하고 기사, 안내원, 정비공 등을 고용해 자본주의 운수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군이나 인민보안부, 보위부에 상납하고 회사를 운영한다.

북한에서 버스를 비롯해 자동차는 개인이 소유할 수 없을 뿐더러 운수회사를 운영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북한 권력기관들은 돈벌이 차원에서 개인에게 이름을 빌려주고 민간이 운수 사업을 운영하게 한 것이다.

이시마루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속버스 네트워크가 주요 도시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외형적으로 권력기관 산하의 회사로 포장되지만 개인들이 국가 기관에 돈을 바치고 운영하는 회사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주들은 일본산이나 중국산 중고 버스를 구입하고 운전수, 조수, 버스 수리공 등을 고용해 운수회사를 운영하는 등 자본주의의 운수회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민보안부 산하 116기동대 같은 경우도 돈주가 운영하는 운수 회사다. 116기동대는 신의주 부근과 평안남도 및 평양을 연결해 주는 버스 등을 운행하고 있다. 돈주가 버스를 사서 역이나 광장 앞에 대기시킨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 손님들이 버스에 꽉 차면 출발하는 방식으로 운행된다.

한편, 이시마루 대표에 의하면 청진과 무산까지 버스 운행을 독점했던 인민무력부 산하 울림회사는 이익을 제대로 상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올해 4월 해체됐다.

이와 함께 자토(自土)라고 불리는 사설탄광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노동시장이 형성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이사마루 대표는 전했다. 자토 또한 개인이 국영탄광의 채굴권을 사서 운영하고 일정한 금액을 국가에 상납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북한에 거주하는 아시아프레스 김동철 기자에 따르면 국영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뇌물을 주고 자토로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국영탄광은 적은 월급과 부족한 배급 등 처우가 좋은 않기 때문에 자토로 이동하는 제한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시마루 대표는 "기본적으로 국영탄광에는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토로 노동자들을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돈이 있는 노동자들은 국영탄광 간부 인맥을 동원하거나 뇌물을 주고 자토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순천 지구 및 청성, 신천 탄광 등의 자토에서 국영탄광 생산량을 훨씬 초과하는 양의 석탄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청성에는 자토가 200여개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탄광들은 하루에 1천여 톤의 석탄을 생산하고 노동자들도 1천여 명 이상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토에서 생산되는 석탄은 장마당에서 판매되기 보다는 외화벌이 차원에서 많은 양이 중국에 수출된다"면서 "외화벌이 차원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항목에서 가장 많은 것이 석탄인데, 실질적으로 상당량의 석탄은 자토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원할 때 그만두거나 이직을 할 수 있는 등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노동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 김 기자의 설명이다. 김 기자는 "석탄을 제대로 캐지 못해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면서 "그만 둔 노동자들은 다른 자토로 옮길 수 있는 등 자유로운 노동시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마루 대표도 "자토처럼 국가가 포기한 기간산업인 석탄산업을 시장경제가 들어가서 재가동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자토 내 노동의 자유, 시장 경제식 자유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시위나 파업은 불가능하지만 노동 조건에 대한 교섭권까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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