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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젊은층, 입당 출세보다 돈 벌기 원한다
데일리NK 2011-11-30 17:47:02 원문보기 관리자 479 2011-12-05 18:56:18

북한 김정일 정권이 화폐개혁을 단행한지 2주년을 맞았다. 화폐개혁은 '자본'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촉진했고, 이후 정치·사회제도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키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특히 '시장화'의 확산으로 주민들의 의식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는 반면, 당국의 정책에 대한 무관심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사회적 지위도 자본의 영향력 확대로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지도부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당초 김정일 정권은 화폐개혁을 통해 물가를 잡아 지도부의 권위를 높이는 동시에 세습 정당화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 또한 2000년대 이후 급증하던 신흥 부자들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 충성심을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시장을 통해 '민심'을 이끌어왔던 다수 중간 상인 계층을 한순간에 몰락시켜 정권에 대한 불신만 키운 악수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민들은 "화폐교환이 된 다음부터 주민들의 사상이 180도 달라졌다", "내화 거래가 사라질 만큼 체제를 믿지 못하고, 정부 시책에 대한 거부감도 팽배해 있다", "국가에서 이제 뭐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오로지 시장뿐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본' 갈수록 위력 발휘…"신흥 권력층 생겨나"

특히 자본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환전장사꾼이 도시 전반의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역 행정일꾼들보다 부유한 장사꾼의 사회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화폐개혁 이전에도 환전장사꾼과 외화벌이 기관들의 영향력은 비교적 컸지만 소위 '법 일꾼'(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 검찰소 등)의 권력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 화폐가치가 급락하면서 '외화'를 다량 보유하고 있던 이들의 영향력은 대거 확대됐다. 별다른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김정일과 당에 '충성자금'을 바치려면 이들에게 '읍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소식통들은 "교화소에 가거나 보안서에 체포된 자녀들을 구하기 위해 힘 없는(주변에 권력을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들은 외화벌이 단위의 책임자나 환전장사꾼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탈북자들은 "신흥 권력층이 발생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8월 함경북도 등 국경지역에 파견됐던 '폭풍군단'의 비(非)사회주의 검열 당시에도 이같이 돈 있는 사람들을 통해 단속을 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도 했다.

자본의 영향력은 학교 조직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평안도 소식통은 "전에는 '간부집' 자녀들이 학교에서 간부를 많이 했지만 최근에 '잘사는 집' 아이들이 간부를 도맡고 있다"고 말했다.

◆간부 생활방식에도 영향…지도부에 대한 불만 토로도 

화폐개혁은 기층 간부들의 생활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화폐개혁 전에도 간부들의 기강해이 현상은 종종 발견되어 왔지만 법질서를 옹호하는 분위기도 많았다. 하지만 이후엔 장사꾼들과 공개적으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소식통들은 "체제 보위를 책임진 보위부원들도 탈북자 가족들의 외부전화 사용을 눈감아주고 대신 돈을 요구하고 있다. 보안원들은 밀수꾼을 도와 단속물품을 운반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기층 간부들이 나서 정부 시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일부로 단속을 회피하는 경향도 늘었다.

평양 소식통은 "시장단속을 나온 검열일꾼들도 한국 물건을 파는 장사꾼들에게 '눈에 띄지 않게 상표를 떼고 예술적으로 팔아라'라고 말한다"며 "심지어 이들은 '다 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무책임으로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는 말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층, 군(軍)·당(黨) 관심 하락세…김정은에 대한 불만 확산

화폐개혁의 여파는 젊은 층들의 지향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전에는 '선군정치'의 영향으로 신분상승을 위해 '군(軍) 입대 후 당(黨) 입당'을 희망했는데, 현재는 장사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대거 늘었다.

조선인민군에 입대해 군 정치대학 등을 마치고 군관(장교)이 되는 약 10년의 기간에 밀수나 장사에 뛰어들어 경제적 밑천을 잡으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당에 충실하던 사람들도 화폐개혁 이후 경제적 신분 상승을 위해 입당이나 입대를 거부하는 추세다"며 "많은 사람들이 '돈이면 다 해결되는 세상이 됐는데 간부면 뭐하고 당원이면 뭐하나'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불어 정권에 대한 불만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제도 자체를 불신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화폐개혁은 장군님과 김정은 대장동지에 대한 충실성에 금을 가게 했다"며 "전에는 지시나 방침을 무조건 관철해야 된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우리가 못 살고 고생하는 것은 다 화폐개혁을 단행한 정권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나 유선 라디오방송인 제3방송의 전원을 꺼놓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화폐개혁 이후 노골화된 정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의 확산된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이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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