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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세대' 김정은 체제 갉아먹을까
북한RT 2011-12-26 07:22:37 원문보기 관리자 726 2011-12-27 08:51:33

 

북한 사회에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른바 ‘장마당세대’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장마당세대는 1990년 이후 출생한 세대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극심한 발육장애를 겪은 젊은이들을 의미한다.

 

장마당세대의 등장은 북한 체제에 커다란 정치·사회적 변혁을 몰고 와 김정은 체제의 급격한 약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당국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규정한 내년은 이들 장마당세대가 북한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상징적인 해이기도 하다.

 

1994년 김일성사망과 함께 김정일 시대가 열리면서 출생한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년에 중학교(한국의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거나 대학에 간다.

 

북한은 20, 30대 때 겪은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혁명세대’를 규정해 왔다. 혁명 1세대는 김일성과 함께 빨치산 투쟁을 한 세대, 2세대는 6·25전쟁과 전후 복구를 겪은 세대, 3세대는 1970년대 3대 혁명소조운동을 주도한 세대, 4세대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은 세대이다. 김정은 시대 개막과 함께 이제 북한에는 5세대가 등장했다.

 

북한은 1∼4세대와 달리 5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는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들은 장마당세대라고 지칭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가의 배급망이 붕괴된 후 태어나 고난의 행군 시절에 부모들이 국가가 아닌 장마당에 전적으로 의지해 먹여 살린 세대다.
장마당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발육장애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 대량 아사사태가 발생해 가장 많이 굶어 죽은 연령대가 바로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이다.

 

특히 1994년 이후부터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사회 전반에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가 일었다. 동아일보가 교사 출신 탈북자 등을 인터뷰한 결과 출산 기피 바람은 북한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고 출산율이 1980년대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교사 김영란(가명) 씨는 "1996년 둘째를 낳을 때 병원 전체에 산모가 한두 명에 불과했다"며 "이때는 아이를 낳는 여성을 ‘머저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황해북도 사리원 출신의 교사 최미옥(가명) 씨는 "1990년대 중반 학급당 평균 인원이 40명이었지만 2000년대 중반엔 27, 28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 매년 1개 군단씩 사라진다

 

특히 인구 감소는 도시보다는 농촌에서 뚜렷했다. 양강도 출신의 문진영(가명) 씨는 "내가 자랄 때는 한 학급이 30명 정도였지만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7, 8명으로 학급을 구성하기가 불가능했을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년 중학교 졸업생이 평균 30만 명에 이르렀다. 약 15만 명의 남학생 중 10만 명 정도는 군에 입대해 10년을 복무하고 나머지 5만 명은 대학이나 건설 돌격대, 군수공장 등에 보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은 120만 명 규모의 군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4년 출생자가 군에 입대하는 2012년부터 남학생은 통틀어 10만 명이 채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5만 명가량이 줄어듦에 따라 사실상 1개 군단 규모의 인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북한은 군 입대 인원의 축소를 막기 위해 2000년 초반부터 대졸자의 군 의무 입대, 여성의 군복무 장려 정책을 펴 왔다. 발육 장애로 키가 작은 졸업생이 많아 입대 기준 신장을 145cm로 낮추기도 했다. 2005년 4월부터 "애를 많이 낳는 사람이 애국자"라며 출산을 장려했으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 탓에 내년부터는 어떤 대책으로도 병력 부족을 막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남은 유일한 대안은 여성 군복무 의무화 정도다.

 

군대의 축소는 김정은이 이어받은 아버지의 ‘선군정치’에 심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선군정치는 군을 전국에 배치해 북한 주민들을 꼼짝 못하게 감시 통제하는 정치다.

 

최근 북한은 북-중 국경에 휴전선과 맞먹는 경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국경을 봉쇄하려면 10년 전 1개 군단 규모였던 경비대를 최소한 4, 5개 군단으로 늘려야 한다. 이 병력을 채우기 위해 휴전선의 병력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후방의 각 도에 주둔하는 군단은 명색만 군단일 뿐 현역 사단은 1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1개 군단 규모의 병력이 줄어든다면 북한의 주민 통제망이 갈수록 헐거워지는 위기를 맞게 된다.

 

○ 혁명성지서 한국 노래 부르는 세대

 

장마당세대의 성향은 어느 세대보다 영악한 ‘배금(拜金)주의’,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조직생활과 통제를 우습게 아는 ‘반항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전 세대가 배급 의무교육 무상치료 등 국가의 혜택을 체험했다면 이들 세대는 국가에서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다. 학교에서 배우는 ‘당의 사랑과 배려’는 그야말로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학교에서 수십 가지 명목으로 매일 수탈을 하기 때문에 돈이 없어 학교 못 가는 아이도 많다. 요즘엔 학급반장도 돈 있는 집 순으로 된다.

 

학교에 가지 않은 대다수 아이들은 장마당에서 부모의 장사를 도우며 돈을 벌었다. 최미옥 씨는 "2005년 학급당 출석률이 58%에 불과했다"며 "중학교 5, 6학년(15∼16세)만 돼도 자기 용돈은 장마당에서 자기가 벌어 쓰는 것이 당연시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산 출신 교사 백수진(가명) 씨는 "요즘 아이들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돈’ 하고 소리치며 빠져나온다고 한탄하는 얘기가 나온다"며 "부모들은 장사를 하느라 자녀에게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도 졸업하면 군에 끌려갈 텐데 그때까지 돈이나 벌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마당세대는 사실상 ‘수탈자’가 돼 버린 교사를 우습게 여기면서 자라났다. 교권이 약해지니 아이들이 선생에게 대드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학교에 빠지기를 밥 먹듯 하다 보니 조직생활에는 더욱 참여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은 군대에 갈 연령이 되면 어떻게든 징집을 기피하려고 애쓴다. 군에 가서 10년 썩느니 사회에서 10년 동안 장사를 하면 훨씬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군에 가서도 상관의 말에 제대로 복종하지 않고 뇌물을 써서 병영생활에서 빠지는 것을 당연시한다.

 

장마당세대는 최근 급격히 확산된 한류의 가장 큰 전파자이기도 하다. 김영란 씨는 "평양은 물론이고 지방까지 한국 노래와 춤을 안 추면 노래판에 끼지도 못한다.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은 혁명성지인 백두산 답사를 가서도 한국 노래를 부르며 춤판을 펼쳤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대놓고 ‘우리 집안은 얼빤(어리벙벙)해서 한국으로 뛴(탈북한) 사람도 없다’고 푸념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선군정치에는 반항적 기질을 가진 청년들을 군이라는 조직에 묶어 놓고 통제해 사회 안정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장마당세대가 군의 주력으로 부상하면 앞으로 군 자체가 반항적 조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고 장차 김정은 체제의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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