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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주민 외부정보 노출, 체제변화 기폭제 될 수 있다
데일리NK 2012-02-02 13:09:42 원문보기 관리자 513 2012-02-06 23:23:28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정세 변화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이 제시되고 있다. 먼저 북한 내부의 체제결속력을 위한 의도적 도발이나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의 우발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김정은 부위원장이 안정적으로 권력을 승계하였기 때문에 정치, 군사적 차원의 강경책보다는 오히려 개혁개방을 통해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북한체제 변화 전망에 대한 여러 주장들을 정리하면, '정치, 군사적 차원의 대외 강경책'과 '안정적 권력승계에 기반한 개혁개방'으로 양분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향후 북한 체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현재 우리 사회의 논의는 모두 권력승계 여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권력 핵심층의 정책의도와 연관된 것으로, 북한체제가 강력한 내구력을 바탕으로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와 달리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북한사회 변화를 전망해 볼 수는 없을까. 이같은 '위로부터의 변화' 가능성과 함께 또 다른 면에서 '아래로부터의 변화'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경우 대안세력과 시민역량이 미흡하기 때문에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나 조직적인 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평가한다. 즉, 북한체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북한사회의 아래로부터의 변화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역으로 그러한 북한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치변동 일반론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새로운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위로부터'와 '아래부터'라는 어느 한 단면이 아닌 다층적 요인의 결과로서 북한 체제변동의 가능성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체제의 존속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외부정보의 엄격한 통제와 억압적 통치방식을 주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북한체제의 사회통제 메커니즘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주민들에 대한 외부정보의 통제와 왜곡된 정보 전달이다. 주민들에 대한 절대 사상과 충성도 고양은 의도적인 사상교육과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북한체제 존속 요인을 이 같은 당국의 엄격한 정보통제와 사상학습으로 규정한다면 역으로 이러한 부분이 어떻게 변화되는가의 여부에 따라 체제변화를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체제가 엄격한 통제와 감시시스템이 작동하고 정권의 지배담론이 북한 주민들에게 주입되어 충성도와 결속력이 강화된다면 체제내구력이 강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된다면 체제 이완과 변화의 요인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체제보장과 정권 유지라는 점에서 볼 때, 2012년은 내부결속 차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반드시 도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2012년 신년공동사설에서 잘 나타나듯이 북한 정권은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회생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정권의 딜레마는 경제강국 건설과 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면서도, 동시에 권력 강화와 내부 결속을 위해 사회를 단속하고 통제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정치, 사상부분의 충성도나 결집력은 이전 시대와 비교할 때 차이가 있다. 2012년 신년공동사설에서는 "제국주의사상문화적침투를 분쇄하고 이색적인 생활풍조를 뿌리 뽑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이자"는 내용에서 보듯이 북한 사회상의 일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경제난의 악화는 국가체계를 벗어난 비공식적 경제활동을 추동하며 시장을 통한 사적 경제활동이 확산되는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외부정보 확산에 따른 북한 주민의 의식구조 변화나 시장의 생성에 따른 북한당국의 통제기제 약화 등과 같은 북한체제 내부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미 북한 주민들의 생존터전이라 할 수 있는 시장을 통제하고 공포통치를 강화한다면 오히려 북한 체제의 결속력은 더욱 약화될 수도 있다.

더욱이 우상화 작업과 세뇌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른바 장마당 세대들은 정치적 충성도와 결속력이 그만큼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고난의 행군기 때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먹는 문제 해결이 가장 우선시 되었을 것이며, 시장을 통한 생존법과 외부정보 유입에 따른 신(新)사고를 경험한 세대들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북한 당국의 통제에 대해 더욱 피로감과 거부감을 느낀 이른바 새 세대를 중심으로 소극적 일탈 행위는 하위문화로 형성되고 있다. 남한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한 남한 발전상에 대한 간접적 경험의 축적은 경제난이 지속되고 당국의 억압과 통제가 강화될 경우 체제변화에 대한 집단적 요구를 촉발할 수 있는 의식적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북한 주민의 외부정보에 대한 노출은 북한사회 변화의 또 다른 요인과 결합될 경우 북한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권력공백기 정치경제적 변화 요인과 아래로부터의 의식변화 요인이 상호 어떠한 접점으로 이루어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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