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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쇼핑하고 금강산 관광하고 기차타고 중국 갈 날은?
북한RT 2012-03-25 07:00:33 원문보기 관리자 670 2012-04-03 01:38:50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 사무실이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데 하루 종일 회사 건물 안에 있다가 점심이나 저녁때면 밥 먹으려 밖에 나옵니다.

 

여긴 벤또 싸오지 않고 다 주변 식당에서 밥 사먹거든요. 저녁에 생선이면 생선, 돼지고기나 소고기 먹고 싶으면 또 그거 먹으면 되는데 회사 주변에 각종 식당이 몇 백 개나 되니 입맛대로 골라먹으면 됩니다.

 

싼 건 한 끼에 5딸라 정도면 되고, 비싼 음식은 또 몇십 딸라 줘야 합니다. 그래도 여긴 평균 월급이 몇천 딸라 되기 때문에 크게 부담되진 않습니다.

 

아무튼 식당은 그렇고, 오늘은 그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밥 먹으려 나서면 외국인들이 과거보다 부쩍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 한국 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가 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보니 한국을 방문하는 연간 관광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북조선과는 달리 여기는 모든 통계가 투명하게 발표되니 그게 좋습니다.

 

한국의 지리적 위치로 봤을 때 1,000만 명은 적은 수가 아닙니다. 물론 세계적으론 관광객 순위에서 17등인가 된답니다.

 

잠깐 세계 순위를 말씀드리면 관광객이 제일 많이 가는 나라가 프랑스인데 지난해 연간 7,500만 명이 찾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한 6,000만 명 정도고 중국, 스페인이 5,000만 명 좀 넘고 그럽니다.

 

관광대국들은 주로 유럽에 몰려 있는데, 여긴 나라들이 붙어있고 이웃국가 다니기가 좀 과장하면 북조선에서 옆 동네 가기보다 더 쉽습니다.

 

그냥 차타고 가면 막는 사람도 없으니 프랑스 갔다가 옆에 스페인 갔다가 또 포르투갈 갔다가 이렇게 돌아다니니 관광객들이 이 나라 저 나라 몰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사실상 섬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왔다 차 몰고 북으로 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중국이나 일본 가려면 비행기 타야 합니다.

 

그러니 한국에 온 관광객 1,000만 명은 딱 한국만 목표로 해서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보면 대단한 거죠. 한국은 크기가 10만㎢도 안 되고 솔직히 대단한 관광지도 별로 없습니다.

 

제가 자랄 때는 5,000년 유구한 역사와 유산이라고 배웠지만 그렇게 따지면 다른 나라는 뭐 역사가 없습니까.

 

옛날 왕궁 보려면 중국 가면 한국의 경복궁보다 훨씬 더 크고 화려한 왕궁이 널렸습니다. 역사 유적도 많지 않고 그렇다고 자연환경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죠. 여기 대표 명산이라야 지리산, 태백산 정도인데 외국 유명산에 갖다 대면 자랑하긴 좀 그렇죠.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제주도가 그나마 한국에선 제일 낫습니다. 그렇다 해도 차라리 동남아 가면 기온이 높아서 어느 계절에 가든지 종일 경치 기막힌 바다에서 해수욕을 할 수 있는데 제주도는 바다를 즐기려면 여름 한철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제가 외국인들이 왜 자연환경이 좋고, 유적도 많은 나라를 가지 않고 한국에 오냐 하고 궁금해서 이유를 조사한 자료를 봤더니 열에 여섯이 ‘쇼핑’하러 온답니다.

 

 

쇼핑이란 게 물건 사러온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 이유가 관광지 방문이고 세 번째 이유가 한국 음식 먹어보러 온답니다.

 

남쪽에 가장 많이 오는 사람들의 국적을 보면 열에 세 명은 일본사람, 두 명은 중국 사람입니다. 요즘 일본이 엔고라고 환율이 높아져 거기 물건 값이 비쌉니다.

 

한국에 와서 구경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물건 싸게 사가면 보통 300딸라 좀 넘는 비행기 값 본전 뽑습니다. 주로 옷과 화장품 많이 사가죠. 중국 사람들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물건 많이 사갑니다.

 

중국에 몇만 딸라짜리 물건도 가짜가 많아 속아 넘어가기 쉬운데 한국 백화점에서 사면 믿음이 간답니다.

 

이유야 어쨌든 한국에 관광객이 많아지면 나쁜 일은 아니죠. 외국인들이 와서 매년 몇십 억 딸라 한국 땅에 뿌려놓고 가고 몇십만 명이 관광에 종사해 벌어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저는 관광업을 생각하면 남과 북이 통일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매력적인 자연환경은 북쪽에 많죠. 금강산이라든가 묘향산이라든가 하는 것 말이죠.

 

그런데 북에선 그런 환경 전혀 이용 못합니다. 왜냐면 외국인들이 산만 보러 가진 않기 때문입니다. 산만 보려면 금강산 정도 아름다운 산은 중국에도 여러 개 있습니다.

 

사람들이 관광을 가는 목적은 자연환경을 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갔던 김에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음식도 먹고, 물건도 사고, 그러려고 가는 겁니다.

 

그런데 북에선 이런 것들이 충족되지 않죠. 북에 가려면 입국 수속도 너무 까다롭고 비행기표도 비싼데 힘들게 가서 고작 산이나 보고 오겠습니까. 요즘 북에서도 관광업에 좀 신경 쓰나 본데, 그래봤자 중국 사람들이나 좀 기차타고 돌아보고 오는 겁니다.

 

그것도 하도 북한이 문을 꽉 닫고 있으니 이 이상한 나라는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가는 겁니다.

 

집단체조 ‘아리랑’ 많이 보여주는데, 그거 보고 사람을 제대로 먹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고되게 훈련시켰으면 기계 같냐고, 감탄하기보단 불쌍해 혀를 찹니다.

 

중국인들이 써놓은 글을 보면 중국이 1960~70년대 문화대혁명을 하던 그때 분위기를 느껴보러 간다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통일되면 또 이야기는 달라지죠. 중국에 왔던 외국인들이 기차 타고 묘향산, 금강산을 돌아보고, 차를 타고 서울에 내려와서 물건도 사고, 음식도 먹어보고 그럴 수 있죠.

 

서울에 왔던 외국인들이 남쪽 돌아보고 기차 타고 북에 가서 북쪽 구경하고, 다시 기차 타고 베이징 놀러 가고 하는 것이 가능한 겁니다. 말하자면 한반도에서 1석 2조의 관광이 되는 겁니다.

 

그나저나 기차 타고 북에 가서 관광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맨 먼저 저부터 좀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2월 3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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