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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공연단 선발에 부모들 "내자식 못해"
데일리NK 2012-05-03 16:53:50 원문보기 관리자 1160 2012-05-07 23:52:02

북한 당국이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인 '아리랑' 공연 준비를 위해 참가단 선발에 들어가자 부모들이 자녀를 공연단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리랑 공연은 훈련과 본공연을 포함해 4, 5개월 동안 극심한 육체 훈련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강요한다.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들어가면 학교도 가지 않고 훈련에 매진한다. 통상 아리랑 공연 준비는 농촌모내기지원전투가 끝나는 5월 20일 이후부터 시작된다.

평양 내부 소식통은 "노동자절(5·1) 명절 휴식을 마치자 평양에 있는 학교별로 아리랑 공연 참가자 명단 작성이 시작됐다"면서 "김(정은) 대장 시대에는 공연이 중단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는데 낭패다. 학부모들도 자신의 아이를 공연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대비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그는 "부유한 부모들은 병원 관계자에게 뇌물을 주고 아이들 환자 진단서를 꾸미는 일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면서 "실제 몸이 약한 아이들은 시골에 요양을 보내 선발 여지를 없애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은 고액의 돈(뇌물)을 먹여서라도 명단에서 빼내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고 밝혔다.

아리랑 공연은 내각 산하 조선체육지도위원회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 등의 지도성원들로 구성된 집단체조조직위원회(조직위)에서 실무를 맡는다. 5월 초부터 평양의 소학교, 중학교에서 키, 건강상태, 예술적 기량 등을 판단해 참가 명단을 확정한다. 평양시 소재 각급 학급에서 보통 절반 정도가 공연단에 뽑히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부모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의하면서 다른 집에서는 어떻게 대비하는지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평양에선 '아리랑을 피하라'는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리랑 공연을 '눈물의 아리랑'이라 부른다. 2002년부터 시작된 공연에는 평양 시내 소학교, 중학교, 대학교 학생들과 여맹원 등 10만여 명이 동원된다. 옷과 신발은 물론 배경책, 조화, 손 깃발, 부채, 봉 등 공연에 쓰이는 도구를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부모들은 단체 도시락 준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공연이 임박해서는 학생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씩 무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훈련한다. 당일 연습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밤까지 연습이 진행된다. 본공연 훈련이 시작되면 몇 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참아야 한다. 자녀가 훈련에 빠지거나 훈련에 뒤쳐질 경우에는 부모들도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연 첫 해인 2002년에는 아리랑 공연단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TV를 선물해 부모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후 나일론으로 만든 담요 정도가 고작이다. 

사정이 이렇자 부모들은 "일주일 장사로 챙길 수 있는 담요 따위로 다섯달 동안 자식을 고생시키려는 사람이 어디있겠냐"고 말한다는 것. 

또한 간부들이나 외화벌이 돈주들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500달러(북한돈 약 200만원)를 뿌리더라도 정상적으로 공부시키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말이 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가난하고 힘 없는 집안 아이들만 고역을 당한다"고 말했다.

최송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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