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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희, 김정일과 동행 때는 수수한 차림 유지
데일리NK 2012-06-30 00:00:51 원문보기 관리자 471 2012-07-03 01:03:00



▲푸른빛이 감도는 저고리에 하얀색 치마를 받쳐 입은 고영희 전통적인 여인상을 구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RENK제공

북한이 제작한 기록영화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에서는 김정은의 생모(生母) 고영희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김정일 생전 실질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며, 시기와 장소를 고려한 이미지 연출에도 신경쓴 흔적이 엿보인다.

북한 내부 교양 용 초상화에서는 고영희는 한복을 입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고영희의 사진 역시 푸른빛이 감도는 저고리에 하얀색 치마를 받쳐 입음으로써 전통적인 여인상을 구현하려 했다.

김정일 현지지도 동행에서는 상대적으로 활동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기록영화 속 고영희는 김정일이 즐겨 입는 인민복을 여성복으로 변형시킨 듯한 베이지색 정장 상하의를 즐겨 입었다. 김정일의 현지지도가 주로 군부대, 공장기업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인민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일은 인민들과 함께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인민복' 복장을 고수했고,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 옷차림이 유행했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양복'이라 불리는 베이지색 상하의 정장은 여성들이 즐겨 입는 옷차림 중 하나다.

그러나 일반 북한 여성들과 비교할 때 고영희의 외모는 상당히 세련된 스타일이다. 부풀린 퍼머 머리를 즐겨 했으며, 외부 인사들을 만날 때는 흰색이나 검은색의 원피스, 투피스를 입기도 했다. 현지지도 현장에서도 명품 스타일의 선글라스 착용을 즐겼고 손잡이가 없는 클러치 백을 애용했다. 신발은 주로 활동성이 좋은 단화를 신었는데 키가 작은 김정일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목에 스카프를 두르거나 도트 무늬의 끈으로 머리를 묶는 등 소품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과거 배우 시절에는 비교적 마른 몸매였던 고영희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중이 많이 불어난 모습이다. 김정은의 어린시절에 같이 찍은 사진과 비교했을 때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얼굴을 비롯해 몸 전체에 살이 불어나 보인다.

또한 김정은이 우상화 과정에서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해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했던 것처럼 고영희도 김일성의 아내이자 북한에서 '혁명의 어머니'로 칭송되는 김정숙에 빗대 우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김정숙은 김일성이 본격적으로 북한을 통치하기 전 사망했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의 우상화 조작이 쉬웠지만 고영희는 30년 가까이 김정일의 곁을 지켰으면서도 재일교포 출신의 동거녀였다는 한계로 인해 이미지 연출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숙의 경우는 항일 빨치산 출신이라는 이력과 인민의 어머니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군복을 입은 모습이나 한복을 입은 모습이 초상화로 주로 그려진 반면 고영희는 여성 '양복' 등 활동적인 옷을 입고 김정일을 수행하는 모습을 주로 강조했다. 오랜 시간 '장군님'을 묵묵히 뒤에서 보필했다는 충성심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다. 

이 기록영화를 본 한 탈북자는 "김정숙은 풍모나 생김새에서 위인이라는 감을 주기 위해 가공한 측면이 많다"면서 "그러나 나중에 실제 사진을 보고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는데 어째서 '인민의 어머니'인가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북한 당국의 우상화 선전을 곧이 곧대로 믿는 주민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이 탈북자는 고영희에 대해 "이 영화를 보면 사람들은 고영희가 '조국의 진달래'에 출연했던 모습을 떠올릴 것"이라며 "한낱 배우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사회주의 생활풍모를 강조하기 위해 수수한 옷차림을 하기는 했지만, 기본 출신성분은 '배우'라는 것이다. 고영희의 생전 모습에서 '군복 차림'이 등장하지 않는 점도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로 꼽힌다. 

한편, 고영희는 영화 속에서 대부분 김정일의 대각선 정면 방향에 자리했다. 김정일 정면에 전개되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에 끼어드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대중 앞에 공개될 수 없는, '세번째 동거녀'의 현실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공개한 김정일 현지지도 장면에서 고영희가 등장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 사람이 함께 현지지도에 나섰더라도 이를 편집해 김정일의 활동 모습만 공개한 셈이다. 고영희의 존재를 어떻게 선전할지를 두고 북한 지도부가 영화 완성 직전까지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양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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