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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시장, 고객 '니즈'(Needs)에 진화하고 있다
데일리NK 2013-01-04 16:56:38 원문보기 관리자 572 2013-01-05 01:05:19

최근 북한 장마당이 번성하면서 새로운 직종이 생기거나 돈벌이 수단이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 농수산물을 파는 상행위로 시작한 북한 주민들의 장사도 차츰 소비자의 니즈(Needs)에 장사 행태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세계적으로 가장 폐쇄된 국가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우려한 김 씨 왕조가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폐쇄된 북한도 시장을 통한 정보 유통을 막지 못하고 있다. 장마당에서 팔리는 상품은 각종 정보를 담고 있다. 장마당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본 젊은이들이 남한 상품을 찾는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배급 체계가 붕괴되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먹고 살고 있다. 당국의 장마당 통제에도 수많은 장사꾼들은 보다 많은 이문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처벌을 감수하면서 남한 인기 상품을 장마당에서 팔고 있다.

이러한 장마당의 새로운 풍경과 신종 돈벌이 수단이 내부 소식통들에 의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에 핸드폰 사용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와 관련 신종 돈벌이도 등장하고 있다. 데일리NK는 최근 내부 소식통들을 통해 2013년 북한의 '신종 돈벌이, 뜨는 돈벌이' 10가지를 선정해 2회에 걸쳐 소개한다. 

①"수백km 떨어진 장마당까지…'배달식 장사' 활성화"

최근 북한에서 구입한 상품을 집까지 배달해 주는 '배달식 장사'가 활성화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장마당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거주 지역 장마당에 없는 물건을 사야 할 경우 주민들은 타 지역 큰 장마당까지 가야 했다. 하지만 요즘엔 물건이 필요한 고객이 장사꾼을 통해 물건을 배달받는 식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가령 황해도 주민들이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양강도 백암지구의 곱돌(돌솥)냄비가 필요할 경우, 직접 가기보다는 황해도와 양강도를 오가는 장사꾼들에게 위탁해 구매하는 형식이다.

북한 주민들은 타 지역을 가려면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증명서를 원하는 날짜에 받으려면 뇌물을 바쳐야 한다. 설사 증명서를 발급받는다 해도 여비(기차표 구입비, 식사비 등)도 만만치 않게 든다.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 때문에 배달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떼이거나 약속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각 지역을 이동하는 장사꾼들이 늘어 비교적 신속하게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러한 위탁 구매는 직장 기업소에 다니는 직장원(회사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②"한류열풍 '南아이돌 댄스' 교사 각광"

최근 한류열풍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남한 노래에 이어 춤에서도 고리타분한 북한 춤보다 자본주의 스타일 댄스를 즐기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은 전언이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선 춤을 잘 추지 못하면 소위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 돈이 있는 가정에선 댄스 과외 교사를 두기도 한다. 최근에는 남한 아이돌 스타들의 춤을 배우려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댄스 개인교사들은 주로 예술 부분에 종사하는 예술인이나 음악 교사들이다. 간혹 댄스에 소질을 보인 일반인이 교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통상적으로 도시 댄스 교사들의 한 달 보수는 쌀 10kg을 기준으로 한다. 최근 북한의 쌀 1kg 가격이 7000원이므로 한 달에 7만 원을 받게된다. 일반 노동자들의 한 달 월급(3000원가량)과 비교하면 무려 20배가 넘는다.

③韓流, 北패션 바꿔놓고 있어…南잡지보며 패션 연구

한류 열풍이 북한 젊은층의 패션도 바꿔놓고 있다. 장마당에서 남한 옷을 살 수 없기 때문에 개인 재봉사들이 남한 스타일처럼 옷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최신 남한 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남한 잡지를 구해 보는 재봉사들도 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의류 공장이나 생산설비가 열악해 젊은층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옷을 재봉사들이 자체로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마당을 통해 남한 영화나 드라마가 북한 내부에 확산되고 있어, 이러한 남한 패션 열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양강도 혜산 소식통은 "최근 남한 패션 도안이나 디자인을 볼 수 있는 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옷 가공을 하는 재봉사들이 유행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 잡지 등을 구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과 같은 스타일이나 패션으로는 젊은이들을 공략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재봉사들이 남한 패션 공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④의류 매대 탈의실·가전제품 브로슈어 등장

내부 소식통들에 의하면 북한 장마당의 고객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장마당에서 옷 장사를 하는 장사꾼들이 과거에는 없던 탈의실을 만들어 놓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사꾼들이 80cm의 좁은 매대에서 옷을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지 못하고 눈대중으로 사이즈를 선택해야 했다.

눈대중으로 구매한 고객들이 사이즈가 맞지 않아 교환하거나 환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일부 장사꾼들이 칸막이로 탈의실을 만들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옷 장사꾼 2, 3명이 탈의실 하나를 만들어 고객들이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종이 피켓에 상품명만 써넣고 호객행위를 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상품사진과 함께 소개된 글로 고객들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일종의 제품 브로슈어(brochure)다. 장마당은 비좁아 상품을 진열해 놓고 판매할 수 없어 장마당 입구 또는 주변 개인 집이나 창고에 TV, CD플레이어, 녹음기 등 가전제품을 보관한다.(계속)

강미진 기자,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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