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발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탄두 장착 능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레퍼 국장과 국방정보국(DIA)의 마이클 플린 국장은 18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북한의 핵능력에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놨다.

'미국이 직면한 전 세계 위협'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서 클래퍼 DNI 국장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인공위성을 탑재한 미사일을 통해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과시했다면서도 "북한은 핵무장 미사일에 필요한 충분한 능력을 개발 또는 시험하지 못했으며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조차 시험발사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1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더그 램본(공화·콜로라도) 의원이 DIA 보고서인 '유동적인 위협의 평가 8099: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한 대목을 공개하면서 생긴 혼선을 정리한 것이다.

램본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북한이 현재 탄도 미사일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어느 정도 자신 있게(with moderate confidence) 평가한다. 그러나 (무기의) 신뢰도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보고서에 대해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성공 가능성을 시사한 첫 사례라고 강조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에 미국 국방부와 정보 당국은 공식 성명을 내고 무마에 나섰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6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정보 당국이 현재까지 분석한 것을 토대로 할 때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 미사일에 얹을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게 나와 행정부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플린 DIA 국장은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국방정보국이 이 같은 평가를 내린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램본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가 전체 7쪽에 달하는 비밀문서였으며 작성 시점은 지난 3월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보기관마다 사안에 대한 평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신뢰 수준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고서 내용을 공개된 청문회에서 밝히기 어렵다. 비공개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상원의원은 혼선을 분명히 정리해달라고 촉구했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클래퍼 국장은 "정보를 다루는 우리들이 (북한의) 그런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과정이다.매우 정교하고 고도의 기술적 분석이 요한다"고 말했다.

플린 국장도 "우리 정보기관들은 상대의 평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며 "국방정보국의 분석은 전 세계에 걸친 인적·기술적 정보를 총체적으로 취합해 내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북한 핵실설을 직접 방문한 바 있는 미국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이날 오스트리아 빈 소재 군축·비확산 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은 아직 핵실험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미사일을 개발하려면 핵실험을 최소 1번은 더 거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들(북한)이 말하는 위협 대부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면서 "그들이 언젠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하겠지만 그러려면 수많은 실험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방부 산하 DIA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경고한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을 일곱 차례 이상 방문했으며, 지난 2010년 방북 당시 영변에 농축우라늄 생산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2000기가 가동 중인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