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씨 억류, 김정은 의도따라 치밀히 계획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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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를 의도적으로 수개월간 억류하고 유기(有期) 최고형인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했다는 탈북자의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당국이 적대행위라고 주장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꽃제비(유랑아) 촬영은 그동안 자주 있어 왔지만 이번처럼 수개월간 억류하고 노동교화형을 내린 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고위 당(黨) 간부 출신 탈북자 김경만(가명) 씨는 3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배 씨 사건은 관광객들 속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범죄'라고도 볼 수 없는 사건"이라면서 "그동안 북한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헐벗고 굶주린 주민들이나 짐꾼 등을 카메라로 찍는 경우는 종종 있어 왔다"고 전했다. 이어 김 씨는 "주민들을 촬영한 것이 북한 당국에 적발되면 보통 필름을 압수하거나 엄중한 경우 카메라를 몰수하고 출국일까지 호텔에 억류시켰다가 일행과 함께 출국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이번처럼 배 씨를 장기간 억류하고 노동교화 15년형을 선고한 것은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번 배 씨의 억류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의도적인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북 관계가 최악일 경우 미국을 압박하고 대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배씨를 억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에 의하면, 북한에서 외국인에 대한 재판은 시도(市道) 재판소가 아닌 평양의 최고재판소에서 진행되며, 재판소의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중앙당의 지휘 아래 외국인의 형기가 결정된다. 이는 최고재판소와 검찰소 등을 사실상 조직 지도하는 당 행정부장 장성택이 배 씨와 관련 사건을 김정은에게 보고하고 김정은의 사인 아래 형기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김 씨는 "북한의 사법, 검찰, 국가안전보위 기관들에서 취급하는 사건 중에 반국가 및 반체제와 같은 중대사건은 당의 지시, 즉 중앙당 행정부장의 지시에 따라 사건이 판결난다"면서 "이번과 같은 경우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방침에 따라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북한에선 '방침건'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김 씨는 "이번 사건이 김정은과 장성택의 철저한 대미 정치적 의도에 따라 배 씨의 형기가 결정된 것"이라면서 "향후 배씨 석방과 관련 미국의 사과와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반국가행위를 감행한 자국민 정치범은 국가안전보위부 산하 재판소가 판결해 비밀리에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지지만 배 씨와 같은 해외공민(국민)은 북한의 최고재판소에서 취급한다. 간첩 및 반국가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안전보위부의 검찰국이 직접 수사를 진행하고 재판에 넘긴다. 검찰국 수사과에는 국내 적대분자들을 취급하는 팀과 해외반탐(反探) 수사팀이 있어 해외공민인 경우 해외반탐 수사팀이 담당해 수사를 벌여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번 배 씨의 경우에는 김정은과 장성택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과도하게 형기가 결정됐지만 기본적으로 북한 형법에 근거해 형기가 정해진다. 북한법 전문가들은 이번 배씨는 북한 형법 3장(반국가 및 반민족범죄)에 의거해 선고됐다고 설명했다. 형법 3장에는 '공화국 공민이 아닌 자가 우리나라에 대한 정탐을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 수집, 제공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63조)'고 적시돼 있다. 장명봉 북한법연구회 회장은 데일리NK에 "북한 형법에는 반국가범죄와 반민족범죄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식 국가보안법 준하는 것이다"면서 "반국가 범죄 가운데 '국가 전복 음모죄' 등이 규정돼 있고 반민족 범죄 부분에도 '조선 민족 적대죄'라는 규정도 있다. 이 규정에 근거해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회장은 "유기(有期) 노동교화형 중 15년은 가장 무거운 형벌이다"면서 "북한 당국이 배씨의 죄를 형법상 정상(情狀·범행 동기, 목적 등)이 무거운 경우로 취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 북한법 전문가는 "우리의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의 사법체계와 재판 제도는 문제가 있다"면서 "재판 과정이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이며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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