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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발에 올인하는 북한 수해는 '인재'에 가까워"
데일리NK 2013-08-05 11:32:55 원문보기 관리자 639 2013-08-08 03:42:16

올해도 어김없이 북한에서 폭우로 인한 수해가 발생했다. 국제적십자연맹에 의하면 이번 장마철 폭우로 30명이 숨지거나 다쳤으며, 18명이 실종됐다. 또한 4만 5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여의도 면적의 4배인 1천 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안도 안주시는 청천강이 범람해 80% 가까이 물에 잠겼다.

지난해에도 여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223명이 사망하고 594명이 실종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살림집 피해는 5만 6000여 가구, 이재민은 23만여 명이나 발생했다.

북한 당국은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선전했다. 지난달 5일 북한 노동신문은 '농촌경리부문에서 큰물과 비바람에 의한 피해를 철저히 막자'는 글을 통해 방재대책을 소개했다.

신문은 함경남도 금야군에서 지난겨울 강폭을 2배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했고, 금야강에 있는 발전소의 둑을 이용해 여러 하천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또 평안남도 문덕군과 평안북도 운전군의 협동농장에서는 하천의 둑과 배수로를 정비했다고 소개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해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의 수해 발생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식량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국가 경제가 파탄난 북한이 효과적인 방재 대책에 세우지 못하고 주민과 군인 등 인력에 의존한 임시방편적인 대책만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홍수 및 산사태를 막아주는 북한의 산림이 1990년대 시작된 식량난에 따른 주민들의 벌목 및 산간 지역 뙈기밭(개인 소토지) 개간으로 황폐화됐다. 북한 당국의 방치 속에 산림의 황폐화는 현재도 진행중이며 향후 산림조성을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수해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주요 연료인 석탄을 공급하는 광산에 배급이 중단되면서 이러한 살림 황폐화를 부추겼다. 탄광 광부들에게 식량 공급이 줄면서 석탄 생산이 감소됐다. 이는 도시주민들의 주요 난방 및 취사 연료 부족으로 이어졌다. 결국 도시 주민들은 주변 산간 나무를 베어 석탄연료를 대신했고 시장에서는 나무를 전문적으로 벌목해 판매하는 장사꾼이 등장했다.

이와 관련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에서 산림이 매년 평양시 면적만큼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FAO가 '세계 산림의 날(International Day of Forests)'인 지난 3월 21일에 공개한 세계산림현황 통계에 의하면, 북한 산림 면적은 1990년 820만 헥타르에서 2012년 약 541만 헥타르로 약 3분의 1이 줄었다.

매년 북한에서 약 12만 7000 헥타르의 토지가 황폐화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약 11만 2000 헥타르의 평양시 크기를 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벌목, 토양 침식 등이 주원인이라고 식량농업기구는 분석했다.

지난해 탈북한 고성만(가명)씨는 데일리NK에 "방재대책을 세워도 천재지변에 의한 피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도로 및 강하천 정비나 수해 복구를 중장비 기계가 아닌 오로지 인력으로 대체하고 있다"면서 "특히 수해 방지나 복구 등에 필요한 예산을 아끼기 위해 주민 동원에 의지하고 심지어는 주민 주머니를 짜내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고 씨는 "북한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국가적인 건설에 들어갈 돈과 인원을 수해방재 대책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북한에서 발생하는 수해는 당국이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인재(人災)'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평안남도 평성 출신 김철수 씨도 "도로나 강하천, 하수도관 정비 사업에 동원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중장비는 없고 전부 사람들 밖에 없었다"면서 "물론 큰 공사에 중장비들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에서 기름을 공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동원되는 사람들이 기름 값이며 장비 대여료를 걷어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은 "북한 정부가 대외 과시를 위한 미사일과 핵 개발을 비롯해 마식령 스키장 등의 유락시설에 막대한 돈을 들이고 있는데, 여기에 투자되는 돈을 수해대책에 써야 한다"면서 "주민의 생명을 지키는 근본적인 수해대책을 세우지 않는 이상 북한의 인재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의 수해피해는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관련이 있다"면서 "수해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댐이나 보가 경제난으로 제대로 정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생산기반이 취약해 수해피해가 농업생산물 수확량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황폐화로 인한 토사유출이 식량 수확량 피해의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오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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