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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방도시에 피자가게 생겨…"1판 3만원"
데일리NK 2014-08-27 13:27:54 원문보기 관리자 704 2014-09-08 09:18:52

평안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외화벌이 회사 식당에서 피자가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지방도시에도 서양 음식이 팔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평안남도 내부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순천 대동강변에 위치한  '능라 88무역회사' 식당에서 지난해 말부터 피자를 팔고 있다"면서 "돈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김정일 생일(2월16일)에 맞춰 북한 여행을 하고 돌아온 앤드류 쳉(Andrew Cheng) 씨가 본지에 연재한 여행기에 따르면 평양에는 2개의 피자가게가 있고, 모든 재료는 이태리에서 직수입한다. 평양이 아닌 지방 도시에 피자가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천 주민들 사이에서 '능라 88식당'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피자'라는 고유 명칭 대신 '종합지짐'이라는 북한 말을 사용한다. 지짐은 '부침개'의 북한 말이다. 북한 당국이 서양문화를 공식적으로 배척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짐'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지짐'은 '콤비네이션 피자'인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주민들은 '오코노미 종합지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북한 주민들이 지금까지 들어 본 외국 부침개는 사실상 일본의 오코노미야끼(お好み焼き)가 유일하다. 1960년대부터 재일동포 귀국자들이 들어오면서 전해졌다. '피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니 자신들의 경험이 담긴 외국어를 조합해 낸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돼지고기를 갈아서 넣은 종합지짐이 인기가 많으며, 피자 한 판 가격은 3만 원(약 3.5달러)이라고 말했다. 포장 판매도 병행되고 있으나 배달은 하지 않는다.

이 식당의 설비와 재료는 모두 중국에서 수입됐다. 피자를 만드는 요리사는 평양의 장철구상업대에서 '조리'를 전공했다는 후문이다. 장철구상업대학은 항일무장운동 시기 김일성의 음식을 책임졌던 작식(作食)대원 장철구의 이름을 딴 대학이다. 이 대학은 음식 조리 및 서비스 관련 일꾼들을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순천이라는 지방도시의 식당에 피자가 등장한 것을 두고 소식통은 "외화벌이 기관들이 이제는 조선 돈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이 식당은 '능라88무역회사'가 소유주다. 노동당 재정경리부 산하 외화벌이 기관이다. 주로 석탄, 철광석 등 지하자원에서부터 의약품, 주류, 건강식품까지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중국에 내다 판다.

수익금은 노동당 재정경리부에 바치거나 김정은의 이름으로 노동당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명절 선물'을 조달하고 있다. 자신들이 보유한 '무역와크'(수입허가증)를 다른 외화벌이 기관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도 수익을 얻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들이 주민들의 호주머니에 눈독을 들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서양 음식까지 손을 대고 있는 추세다. 이미 중국식 '양(羊)꼬치' 식당의 대중화는 한국보다 북한이 더 빨랐다.

중국인의 추석 음식 월병(月餠)은 이제 북한의 추석 차례상에서 송편을 밀어내고 있다.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명분 아래 무역와크를 손에 쥔 외화벌이 회사들이 앞다퉈 중국의 음식문화를 수입해 온 탓이다.   

식당의 위치는 최근 순천의 노른자로 부상하고 있는 연포동이다. 직동탄광에서 생산되는 무연탄은 '300만톤시멘트연합기업소'를 향해 뻗은 고속도로를 달려 순천시내 대동강변에 이르게 된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무연탄 하역 장소가 서해안 남포에서 순천시내 대동강변으로 바뀌면서 연포동 일대가 붐비기 시작했다. 

소식통은 무연탄을 실은 중국제 트럭이 매일 100대 이상 연포동을 지난다고 설명했다. 물류와 유동인구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신흥 상권이 형성되어 각급 외화벌이 기관들이 이 지역에 건물을 짓고 여러가지 장사를 시작했다. 중국으로 석탄 수출로 돈주(錢主)라고 불리는 부유층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외화벌이 기관들이 몰린 셈이다.

이 식당은 능라88무역회사 순천 지사가 소유한 3층짜리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다. 내부는 서구식 인테리어로 꾸려졌으며, 대동강변이 보이는 외부 테라스에는 2~4인용 좌석도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식당 앞에는 넓은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 석탄 수출로 외화를 벌고 있는 돈주들이 주 고객"이라며 "주말이면 색안경을 쓰고 종합지짐을 뜯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외화벌이 기관들이 내부 장사에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은 중산층의 구매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음을 방증(傍證)하는 징표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없는 사람이야 계속 없이 살지만,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밑천을 이용해서 계속 더 큰 부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김정일 생일에 맞춰 북한 여행을 다녀온 외국인 관광객 앤드류 쳉(Andrew Cheng)이 촬영한 평양 피자가게 내부 모습.

설송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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