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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北주민, 軍馬 타고 사진촬영…"나도 장군님"
데일리NK 2015-02-17 11:54:50 원문보기 관리자 661 2015-03-06 13:34:58

오는 2월 19일은 북한에서도 민족의 명절인 설이다. 북한 주민은 양력설(1월 1일)이 새해라는 의미로 보지만 음력설은 자기운명의 신을 처음 맞이하는 날이라고 받아들인다. 한해 신수를 점치는 '토정비결' 계산법이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날 쌀독에는 쌀이 가득해야 일 년 먹거리 걱정이 없고 물탱크에는 물이 가득해야 일이 슬슬 풀린다며 가정생활을 책임진 가두(길거리) 여성들은 한해를 근심한다. 행운과 불운은 음력설 하루로 시작된다고 생각하면서 '꽝튀기'(옥수수 뻥튀기)라도 풍성하게 준비해 한해 풍족하게 살기를 희망한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과 김여정이 군마를 타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특히 북한에서 설명절에 빠지지 않는 가족 행사는 사진촬영이다. 역전, 광장, 경치 좋은 관광지 등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진다. 때문에 장사를 하려는 개인사진사들이 사진광고로 고객을 유혹한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이는 군마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사진사다. 군마는 군부대에서 돈을 주고 임대한다.

이날 평안남도 소식통은 통화에서 "음력 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군마 임대비용은 최소 5만원(시장 쌀 10kg가격)"이라고 전했다. 군마도 흔하지 않고 군 간부 인맥이 있어야 임대할 수 있으니 군마를 임대한 사진업자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남녀노소 말을 타고 손을 든 포즈를 취할 때, 억눌려 있는 북한 주민에게는 숨통이 틔는 순간이다. '장군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북한은 지난 60년 동안 김일성, 김정일을 백마 타고 달리는 절세의 영웅으로 선전했다. 김정은 체제 들어 또다시 김정은과 김여정을 말에 태워 위대한 백두혈통이라며 조선중앙TV로 방영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말은 동물이기 전에 위인에 준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돈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시장원리를 체득한 주민들이 군마를 타고 사진 찍을 때 무슨 생각을 할지, 탈북기자는 충분히 겪어보았다. 기자도 10살배기 아들이 장군님 같은 큰 사람이 되라고 음력설날 군마에 태워 컬러사진을 찍어 줬다. 사진 한 장 가격은 크기에 따라 북한 돈 3000원에서 20,000원까지 한다. 군마를 타고 있는 아들의 사진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고는 가정의 미래를 점쳐본다.

가정과 나, 사회를 한번 쯤 고민하면서 기자는 어린 자식에게 남이장군(조선 세조 때의 무신) 시 부터 암기시켰다. 백두산의 흰돌은 칼을 갈아 없애고/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없애리/사나이 스물에 나라평정 못하면/후세에 그 누가 대장부라 하리오.

3대세습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 음력설 군마는 오늘도 평범한 엄마들의 의식을 개인과 나라의 운명으로 이어 놓는다. 김정은이 타고 있는 말도 음력설 언젠가는 시장에 임대돼 주민들이 마음껏 탈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설송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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