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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북한생활 만화에 담아
동지회 814 2006-01-25 10:59:17
한국전력 직원 오영진씨
부천 만화정보센터서 3월 말까지 전시회
사진·메모도… 북한 생활상이 고스란히

“우리가 탄 남한 자동차를 발견하고 손으로 남동생 눈을 가리던 어린 북한 소녀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아마도 그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이 나올 만큼 ‘남한은 해롭다’는 교육을 받았겠죠.”

북한에서 보고 느낀 일들을 2004년 ‘남쪽 손님’이라는 두 권의 만화책으로 펴낸 한국전력 도서(島嶼)전력팀 직원 오영진(36·사진)씨의 만화 전시회가 부천 만화정보센터 안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앞으로 두 달 동안이다.

오씨는 2000년 3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함경남도 금호 원자력 건설본부에 파견돼 548일간 북한에서 체류했다. 북한 경수로 건설공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전시되는 만화는 15점으로 북한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씨가 남한에서 가져온 만두찜기를 보고 북한 세관직원이 “외부와 통신하는 데 쓰는 위성안테나가 아니냐”며 거부하는 장면, 어깨에 아기를 업고 양손에 짐을 든 채 우산없이 걷는 북한 주부의 모습 등이다. 오씨가 찍은 경수로 건설현장 사진, 틈틈이 아이디어를 적은 메모도 있다. 만화를 포함한 전시물은 총 20점이다.

오씨가 10개월 된 아들과 아내를 두고 북한으로 향했을 때 주변에선 걱정도 많았다. 오씨 역시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만난 북한 사람들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걸핏하면 “우리는 장군님 품 안에서 갖출 건 다 갖추고 삽네다”라는 말을 입에 달았지만 1960~70년대 남한 시골 사람들처럼 푸근하고 따뜻했다.

“모내기를 끝내고 새참을 먹으면서 할아버지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을 봤어요. 마을 아낙들은 옆에서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구요. 그걸 보며 ‘아, 우리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당황했던 적도 많았다. 한 번은 우체국에 가서 “김정일 우표는 얼마냐”고 물었다가 이름 뒤에 ‘님’자를 안 붙였다고 여직원에게 된통 혼이 났다. 앞에 가는 노동자 뒤에서 자동차 경보음을 울렸다가 그가 “길에서 나를 모욕했다”며 사무실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바람에 진땀을 뺀 일도 있었다.

규정상 민가 15m 이내로는 접근할 수도 없었고, TV를 켜면 ‘김일성 수령 일대기’ 같은 사상 계몽 프로그램만 나와 적적할 때도 많았다.

그래도 숙소 곁에 둥지를 튼 제비나 땅강아지 같은 자연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수육처럼 착착 썰어놓은 북한 특산물 단고기(개고기)나 마치 예술작품처럼 고명을 얹은 함흥 냉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집으로 돌아올 땐 두 번 다시 연락할 길이 없는 정든 동료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눈을 붉히기도 했다.

북한 주민의 실생활은 듣던대로 많이 어려웠다. 곡창지대인 함흥에 체류했던 터라 주민들 생활수준이 꽤 높은 편이었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한전 측이 제공하는 점심을 항상 과하다 싶을 만큼 먹었고 과일이나 우유 같은 것도 꼭꼭 호주머니에 챙겨 갔다.

몇 달간 노동자들이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면 얼굴에 윤기가 흐르면서 혈색도 확 좋아졌다고 했다.

“얼마 전 경수로 사업이 끝난 걸 보고 많이 착잡했다”는 오씨는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사업이 잘 되길 바랐는데 참 아쉽다”고 했다 /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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