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뉴스

문학작품

상세
[시]천사가 오신다(삐라, 그들에게는 천사였다)
Korea, Republic o 관리자 4 18907 2008-12-17 00:32:46
남풍이 불어옵니다.
살랑살랑,
오늘도 오시려나 나의 천사여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결 타고오시는 그대의 더운 입김
추위로 엉켜붙은 내 맘 훈훈히 녹이시는구려.

보채는 애처럼
엄마 기다려 해종일 울다가도
정작 오시면 너무 좋아 해죽해죽 웃는 아이.
달려가 안기면 너무도 따뜻해
해종일 얼어버린 맘
봄빛 속에 녹아내립니다.

어제도 내 동무 여럿이 그대를 만난 것이 죄가 되어
지옥의 사자에게 업혀갔어요.
그래도 만나고만 싶은 당신인걸 어찌합니까.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을
검은 도포 뒤집어 쓴 저승사자인들 어찌 막을 수 있답니까.

오세요, 주저마시고
그대인들 살벌한 광풍이 부는 이 땅에 오시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으시겠죠.
그래도 제가 기다리고 있지 않나요.
그대까지 절 외면하면 저 이제 정말 못 삽니다.

정말입니다.
이 삭막한 하늘이 정말 싫어
나는 어제도 밧줄을 들고 뒷산에 올랐습니다.
죽으려구요,
살아 뭐 하나요,초근목피로 겨우내 연장되는 이 구차스런 목숨.
가족 중 이제 나 혼자 남았습니다.
모두 죽었어요.

아, 이젠 사는 것도 지겨워서,
혹시나 저 세상이라도 이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목마르게 상상해보는 좋은 세상
안타까이 갈망하며 두 눈을 감으려는데
팔랑팔랑,
고운자태 보이시며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조용히 다가 와 다정하게 속삭이는 말.

죽지마세요. 죽으면 내가 웁니다.
날 울리지 마세요, 당신을 지켜보는 나뿐이 아닌
수천만이 따뜻한 눈이 저 남쪽에 있습니다.
당신을 품에 안고
당신을 어루만지고
당신의 행복을 이루어 주기위해
당신의 용기만을 믿고 있는 혈육이 한 발 건너 있거든요.

그곳은 삭막하지 않답니다.
눈이 내려도 춥지 않고
칼바람 불어도 시리지 않는 한 없이 따뜻한 곳이랍니다.
그곳엔 힘센 사람 힘 약한 사람도 없답니다.
말 꺼내기에 앞서 눈치부터 살필 필요는 더더욱 없고요.

만민이 평등하답니다.
당신과 같이 주어먹고 빌어먹으며 살던 용이와 경희
그 분들도 지금 여기 남쪽에서
흰 밥에 고운 옷 입고
하나는 숙명여대 하나는 이름 있는 연세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거든요.

이 삭막한 하늘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랍니다.
이겨내면 언제든 꼭 따뜻한 눈이 님의 머리에도 내리게 된답니다.

아, 천사여
나를 님이라 불러주신 봄빛 같은 분
나는 밧줄을 목에서 걷어 버렸습니다
그대의 순결한 눈빛 앞에서
한없는 사랑으로 나를 안아 준 그대는 진정
이 하늘의 희망입니다
내 운명의 진실 된 구세주입니다

오늘도 오시려나
남풍이 불어오면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가는 이 몸
당신만 보면
이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인 줄 비로소 알았습니다
열린 하늘 부풀린 미래 모두 안고 오시는 당신

어서 오세요.
보고 싶습니다.

한 없이 그리운 나의 천사여

2008년 12월 2일 이지명
좋아하는 회원 : 4
미소천사 감사해요 체게바라 3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good 2008-12-17 20:06:43
    시를 재밌게 잘 지으셨네요 어쩐지 고향생각이 더 나네요 ㅠㅠ
    세월이 흘러도 고향은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게 고향인것같네요
    언제면 내 고향 마음껏 디딜수있을련지..... 보고싶다 고향아
    사랑한다 내고향아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화려한싱글 2008-12-17 20:22:01
    좋은시 잘읽어봤어요, 잘보고갑니다. 행복하세요,*^*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 지나다 2008-12-17 20:45:21
    이지명씨 이번에 장편소설 삶은 어디에.를 출간하셨더라구요 마음 아프지만 재밋게 잘 읽었어요 13일 KBS남북의 창 통일을 위한 발걸음편에 이책이 작가와 함께 소개되기도 하구요,그래서 서점에 들렸던길에 사 읽었어요
    여러분들께도 추천합니다. 너무나 생동한 소설이었어요 이지명선생님 선생님은 우리자랑입니다 축하드립니다, 화이팅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참사랑 2008-12-17 21:50:36
    북한인들의 꿈과 한이 섞인 시를 잘 읽었습니다
    어찌보면 그럴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이글을 읽으며 삐라를 보내는 사람이나 삐라의 내용이나 책임있게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림으로 끝나기보다는 현실감을 실어주는 라이프스타일이 되였으면 하고
    간절하게 기도 해 봅니다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삭제
  • 하트 2008-12-18 11:23:18
    그래요 저도 군대때 남쪽 삐라를 본적 있어요 근데 그것이 왜 그렇게 살갑게 안겨들던지 내용보단 종이의 질이 너무나 좋아 남쪽땅에 대한 우상이 스스로 생기더라구요 그러면서 선전속의 남한이 아닌 비약적으로 발전한 곳이라는 선망이 가슴속에 싹트더라고요 자그마한 동경 그것이 바늘구멍으로 밀려드는 황소바람 같은 것이겠죠 비록 한장의 종이지만 그건 참으로 쿤 힘으로 북한 동포들에게 다가 갈 것입니다. 많이 보냅시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헤드라이트 2008-12-19 12:30:10
    뭐 이런 글이 다 잇노 삐라가 천사라,,ㅋㅋ 그쪽 사람들 하느님 없으니 천사도 되게 없갰군 암튼 잘 됐으면 좋겠군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삭제
  • 성공의열매 2008-12-19 19:19:00
    이지명선생님의 시를 잘읽고 갑니다.
    너무도 생동하고 너무도 진실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참,그리고 용이와 경희의 이름을 담았는데요,북한에는 남자의 용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저의 오빠이름이 용이이고 저의 이름이 경희라 너무도 친숙하게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 예쁜글 2008-12-22 01:38:26
    죽음을 향하여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북한 현실
    남쪽의 삐라에 한가닥 희망을 가져보는 북한 주민의 애절한
    사연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잘 써 주셨습니다. 감동 받았어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이지명 2008-12-22 02:09:55
    고맙습니다. 댓글 써 주신 분들, 잊지 말아주세요. 그들의 고통을,참담한 삶을, 희대의 폭군정치밑에 귀중한 생을 속절없이 묻어야만 하는 우리의 형제들을 언제나 가슴에 안고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막지 말아주세요, 삐라는 그들의 삶을 살수 있게 하는 희망의 메세지입니다.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삭제
  • 새침띠기 2008-12-23 17:28:32
    북한에 있을땐 정말 우물안에 개구리 신세였죠. 나라 국민들을 안에 가두어놓고 바깥세상을 볼수 없게 울타리를 쳐놓았으니 세계가 어찌 돌아가는지 알수가 없엇그든요. "돌아보면 세상은 넓고 넓어도 내사는 내나라 제일로 좋아" 이런 노래를 불러대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북한을 탈북하여 바깥세상에 나가니 비로서 알게 됫어요.
    암튼 삐라가 우리 고향사람들에게 천사로 날아가 그들에게 힘을 주고 세상을 바라볼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 정말로 2008-12-24 23:02:24
    정말로 얼마나 울타리를 쳐놨는지는몰라고 도저히 상상이 가지않습니다..
    가끔 텔레비로 북한사람들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ㅠ.ㅠ..
    어떻게 한사람한사람들을 전부 설득시켜 통일을 시켜야할지..참 의문입니다...그렇다고 전부 해외여행시켜줄수도 없고..전부 탈북시킬수도없고..
    암담합니다...통일이란 두글자가...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삭제
  • 소설 2008-12-26 17:19:55
    이지명 님의 소설 삶은 어디에 를 사려고 인터넷으로 주문 하다가
    카드결제가 머가 잘 안되네요
    공인인증서 아피인증이 잘 안되더군요
    이선생님의 몫으로 책이 남아 있을거란 생각을 했는데요
    보내주실수 있으신가요 ? 돈은 보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선생님이 함북도작가동맹 문학 창작실에 계셨다니
    아시는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혹 방하일 김승수 강인철 아 ...이젠 잘 생각이 안나는 군요
    그럼 창작 사업에서 더많은 성과를 바랍니다 ....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소설 2008-12-26 17:39:53
    serenade321@naver.com 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삭제
  • 이지명 2008-12-27 00:35:31
    소설님. 반갑습니다. 책 주문이 안되시면 아이엘앤피 출판사 사장님이신 이호림 교수님 핸드폰으로 주문하시면 됩니다. 출판사에서는 7,000원으로 책을 보내드리거든요, 016-258-6137으로 하시면 됩니다. www.ilnp.co.kr홈에도 좀 들어와 보세요, 그러면 책 정보도 알수 있을 것이고요 암튼 하시는 일 잘 되시길 충심으로 빌겠습니다. 동지회에도 연재할려고 올렸는데 관리자분이 올리지 않는군요, 수기가 아니여서 그런 모양입니다. 고맙습니다.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삭제
  • charisma11 2009-01-27 22:03:32
    좋은글 잘 보았어요 삐라가 정말 북한의 부모형제를 살릴수 있는 천사였음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탈북자들의 소망이고 북한의 국민들에게도 희망이 되였으면 말이에요 전 며칠전에야 <탈북자 동지회 >사이트가 있는지 알게되었고 탈북자들의 소식도 알수있었어요 ...여기 들어와보니 내가 고향집의 따스한 아랫목에 앉아있는 그런 심정이였어요 마음이 후더워 집니다 책을 사랑하는 한 독애가로써 희망의 글로 우리들의 마음을 울려주는 좋은글 많이 부탁합니다 근하신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그리고 님께 항상 좋은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 정말로 2009-01-28 06:58:22
    이글은 정말로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09-01-28 07:40:22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나의생각 2009-01-28 07:14:04
    이글은 나의생각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09-01-28 07:40:45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삭제
  • 이이구 2009-01-28 07:42:22
    심한말 할라다가 내가참내.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dkdlrn 2009-01-28 23:42:48
    할말있으면 하시지 왜, 뭐가 쫄려서 이상한 사람이당께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삭제
  • 초콜렛 2009-10-21 03:42:01
    저도 삐라를 보내는 단체에 조그마한 후원금을 보내봤어요..

    막던 사람들을 향해 눈물로 소리치던 탈북자분들의 얼굴,

    잊지 못해서..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 날씨 2010-07-02 00:30:28
    글 잘썼네 많이 보냅시다. 요즘 회령까지 전단이 뿌려진다는데,,,
    좋아요 한 회원 1 좋아요 답변 삭제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시]꼬제비의 하소연
다음글
[산문시]눈물의 끝은 어디(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