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미국 이민에 관한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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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남한에서 태어나서 지금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 제작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미국 이민을 희망하시는 탈북자님들의 글들을 보고 나서 느낀 점들이 있어 글을 올립니다. 여기 게시판을 보면 남한 사회가 북한과 비교하여 다원화된 사회라는 의견을 많이 듣지요. 그런데 남한을 미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남한도 역시나 단일화된 언어, 문화,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미국은 언어, 인종, 문화, 종교, 지역, 계급, 젠더 (이성애/동성애/트랜스섹슈얼) 등등에 따라 정말 수많은 소수 집단들이 사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 로스앤젤레스를 보면 인종적으로 백인,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계 사람들이 삽니다. 이들 세 그룹을 다시 또 세분화하면 영미계, 독일계, 라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계열, 동유럽계, 북유럽계, 캐리브 연안 지역 출신 히스패닉, 멕시코 출신 히스패닉 (그 안에서도 가난하고 키작은 인디오에서부터 백인처럼 생긴 혼혈까지), 브라질계, 중앙아시계 (아르메니아 등 구 소련 연방), 중동계 (레바논, 이란, 사우디 등등), 중국인 (이 안엔 다시 대만/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본토), 일본인, 베트남계, 필리핀계, 한국계 등등 정말 구분을 하자면 밑도 끝도 없습니다. 종교를 보자면 기독교/카톨릭/그리스정교/러시아정교/이슬람 수니, 시아/대승불교/소승불교/라마교에서부터 톰 크루즈가 신자가 되어 유명해진 사이언톨로지까지 역시 구분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같은 미국 출신들끼리도 서부 출신이냐 동부 출신이냐 남부 출신이냐, 같은 서부 안에서도 엘에이 출신이냐 샌프란시스코 출신이냐, 같은 엘에이 안에서도 오렌지 카운티 출신이냐 아니냐 등등에 따라서 사람들의 특징이 각각 다릅니다. 젠더 문제에서도 동성애자냐 양성애자냐 (자기와 같은 성과 다른 성에 동시에 끌리는 것, 예를 들어 여자가 남자 애인을 둘 수도 여자 애인을 둘 수도 있는 것)에 따라 각각 따로 커뮤니티가 있구요, 트렌스섹슈얼 (번역하면 성전환자, 자신은 남자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여자의 육체를 가지고 있어서 그 육체를 자신의 영혼에 맞게 바꾸는 것)들은 동성애자들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삽니다. 저도 같은 과 동기 중에 60%가 동성애자이고 40%가 이성애자인 까닭에 동성애자들이 주류가 되는 그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설명이 좀 장황했습니다만, 이렇게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불가사의하게 공존하면서 사는 게 미국 사회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정체성, 자기 뿌리 같은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은 자신이 어떤 인종, 계급, 종교, 젠더 속에 속해 있는지 명확히 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문화라는 게 생겨나고 그 각각의 커뮤니티에 시정부, 주정부, 연방정부는 일정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겁니다. 이런 커뮤니티 문화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뉴욕 같은 곳에선 이탈리안 커뮤니티와 흑인 커뮤니티가 길 하나를 맞대고 있어도 흑인 동네에 이탈리안은 절대로 가지 않고 반대로 흑인들도 이탈리안 동네에 절대로 가지 않습니다. 중간에 담벼락을 쌓은 것도 철조망을 쳐놓은 것도 아닌데, 절대로 다른 커뮤니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만큼 마음 속에 새겨진 인종간의 경계선을 지울 수 없다는 얘기겠죠. 그런데 이런 인종간의 구분과 경계만큼 사람을 메마르게 만드는 것도 없습니다. 미국의 나이트클럽에 가면 각각의 인종들이 노는 자리들이 각각 정해져 있고 심지어는 클럽에 등장하는 시간까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시안들은 좀 이른 8-9시쯤에 몰리고 히스패닉들은 11시쯤 그리고 백인 애들은 자정이 넘어야 클럽에 등장합니다. 더 엽기적인 건 사람들이 약에 취해서 인상불성일 때조차 인종간의 경계는 의식하고 행동한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인종간의 긴장감이 팽배한 덕분에 미국인들은 그 긴장감을 해소할 배출구를 찾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유머와 위트를 굉장하게 중요하게 생각하죠. 미국에서 시청율이 가장 놓은 프로중 하나인 새러데이 나이트 라이브라는 코미디 쇼를 보면 유머의 반이 각 인종들의 스테레오타입 (번역하면 "전형")을 비웃고 풍자하는 데서 오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듯 인종간의 긴장감이 유머를 통해 해소되지 못하고 조직적인 불만으로 펼쳐져 나올 때 인종폭동이 발생합니다. 중요한 건 인종 폭동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감춰져 있던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와 이를 제어하는 정치적인 시스템이 선명하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94년 벌어진 엘에이 인종 폭동을 볼까요. 당시 경찰 쪽의 진압 계획이 이러했다고 합니다. 원래 흑인들이 자신들이 살던 사우스 센트럴에서 출발해서 북쪽으로 헐리우드나 서쪽으로 부자들이 사는 베벌리힐즈 쪽으로 진출하려고 했는데요, 그 중간에 완충 지대로 자리하고 있던 곳이 코리아타운입니다. 그래서 경찰이 처음엔 코리아타운에 바리게이트를 치고 흑인들을 봉쇄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흑인 폭동을 제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경찰이 코리아타운을 포기하고 헐리우드 남쪽과 베벌리힐즈 입구로 자기들의 바리케이트를 옮겼다고 하더군요. 그 덕분에 코리아타운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고 그래서 한인들이 무기로 무장해서 자신들의 가게를 지켰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 미국의 인종 정치 시스템은 이렇습니다. 공권력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각 인종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에 간섭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발생하여 한 인종 구역에서 터진 문제가 다른 인종들이 거주하는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결국 공권력은 힘있는 자들을 보호해 줍니다. 여기서 힘 있는 자들은 백인, 기독교도, 남자와 거의 일치합니다. 결국 평상시에는 눈에 보이지 않게 보였던 차별의 문제가 폭동과 같은 유사시 상황이 되면 전면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좀 서론이 길었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미국 이민을 생각하고 계신 탈북자 분들께 생각하여야 할 점 몇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이렇듯 인종별로 갈라진 미국 사회에서 탈북자분들도 초창기엔 불가피하게 한인 커뮤니티에 기대어 정착하셔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한인 커뮤니티라는 곳이 미국의 주류사회만큼이나 복잡합니다. 완전히 미국 사람이 된 이민 2-3세들, 아직 마음은 한국에 있는 이민 1세들, 돈을 벌어서 중산층 교외 도시로 이사간 이민자들, 갓 이민 와서 아직도 코리아 타운에 사는 분들 (코리아타운은 엘에이 시내에서 우범지역 중 하나입니다), 일시 체류하는 유학생들이나 어학연수생들, 멕시코나 캐나다 국경을 통해 밀입국하신 분들, 조선연변족 분들. 미국 문화가 워낙 끼리끼리 노는 문화라서 그런지, 한인들 사이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는 잘 섞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민 2-3세와 1세대간의 갈등, 밀입국하신 분들과 정상적으로 이민오신 분들간의 갈등 등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요. 엘에이에 계신 조선연변족 분들도 다른 한인들과 어울려 살지는 못합니다. 코리아 타운의 그토록 많은 교회 중에서도 연변족들이 다니는 교회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미국에 이민 오신다고 해도 한국에서 겪으신 문제들은 이곳에서도 적어도 이민 초창기엔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2. 그래서 탈북자 분들에게 미국에 이민 오시려면 앞으로의 10년간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하실 것을 권합니다. 일단 남한의 대학에 가서 공부하시구요, 그 다음에 미국의 대학원이나 학부로 오세요. 그래서 이쪽에서 학위를 따고 나면 한인 커뮤니티와 관련이 없는 전문 직종에 취직이 될 겁니다. 그 다음에 학생비자를 취업비자로 바꾸시고 영주권 신청하시면 한인 커뮤니티에서 독립해서 사는 게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미국 주류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는데요. 3. 그럼 미국 주류 사회에 적응할 때 겪을 수 있는 문제들에 얘기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심리적인 병들은 대개 스트레스인데 반해 미국의 심리적인 병들은 대개 소외로 인한 우울증입니다. 한국에서는 가슴이 터질 것처럼 못살게 구는 사람이 많아서 문제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도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우울해집니다. 특히나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인종간의 격리가 심한 미국에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를 떠나서 홀로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구요. 또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미국이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라는 점입니다. 돈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됩니다. 저희 과에서는 1년에 한번씩 학생들이 만든 영화들을 리뷰하고 학생들간에 순위를 매깁니다. 그래서 그 순위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지급합니다. 자기들이 스스로 벌어서 학교 다녀야 하는 대학원생들로서는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악을 씁니다. 이런 미국인들의 시스템과 사고 방식을 남한에서 성장한 저조차도 이해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언어도 동일하고 국가에서 일정 정도 탈북자들 지원 정책을 하고 있는 남한에서 자본주의에 적응하시는 기간을 두었다가 미국에 오시는 것이 새로운 체제 적응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4.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미국 이민을 결정하셨으면 합니다. 세탁소, 음식점, 슈퍼 같은 자영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평화롭게 살고 싶은 분들께는 이민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하기를 바라시는 분들, 예를 들어 저처럼 영화를 만들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민을 극구 말리고 싶습니다. 미국은 기회의 땅, 어메리칸 드림 이런 말들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미국이 아직도 미개척지를 가지고 있을 때 이민온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입니다. 지금 미국 사회 계층간의 유동성은 매우 낮고 거기에 이민 1세대 소수 인종들이 진입할 수 있는 직업군들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문화나 예술 계통은 꽉 막혀 있습니다. 저한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 남한에서는 상품으로의 가치가 있지만 여기 미국에서는 소수 인종의 얘기이고 관심을 받기가 힘듭니다. 5. 미국에서 남한 남자들 보고 생각하는 스테레오타입 중의 하나가 무뚝뚝하고 여성들에게 폭력적이라는 겁니다. 김윤진씨 나오는 아일랜드라는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진이라는 한국 남자 캐릭터에 그 스테레오 타입이 딱 요약되어 있지요. 그래서 저도 그런 남한 남자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선입견과 싸우려고 부단히 애썼지만 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났을 때 그 친구가 나를 알기도 전에 나를 규정하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면 그 시선을 바꾸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탈북자분들이 여기에 오셨을 때 북한에서 왔다고 한다면 미국 사람들은 어떤 스테레오 타입을 생각할까요. 저희 학교에 조총련 출신이라서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 말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이 자신이 북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된 후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것처럼 자신을 대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걱정하는 것도 탈북자님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하려고 할 때 이런 미국인들의 선입견과 싸워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좀 길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미국에서 경험한 차별로 인해 탈북자분들이 중국, 남한에서 겪는 차별을 조금이나마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해서 그렇겠지요. 전 한국에 갔을 때 버스 운전기사가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묻는 질문에 대답도 않고 무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한국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준비가 전혀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미국은 다인종들이 어울려서 산지가 2백년이 넘어서 "다른" 사람들과 그 문화를 받아들이고 더불어 사는 지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남한에서 살기 힘드시다고 바로 미국에 들어가시지 말고, 남한에서 차분차분 단계를 밟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시라는 겁니다. 탈북자분들의 인생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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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제적인 상황과 많이 멀어져 있다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한마디로 저또 한 북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첨단화된 과학은 따라 가는것만으로도 벅차며 그 무엇을 전공하거나 연구할 아무런 기초가 부족하다는 현실입니다 예술이나 문학을 하려 해도 꼭 닫힌 봉건 사회에서 사회주의 심리학 사회주의 경제학 사회주의 철학 사회주의 정치경제학을 수년간 배운 우리로써는 도저히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할수가 없다는 현실
또한 한국 대학에 입학하면 당장 밥은 누가 먹여주며 교통비는 어떻게 해결하며 미팅이나 동아리 참여에 맨주먹으로 띄여들었다가는 왕따 당하기 쉽상인 자본주의 현실 그리고 뭔 돈이 있어 미국으로 유학을 가며 어떤 직종으로 취업비자를 가질수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조언은 고마우나 현실과는 거리가 참으로 멀고 먼 충고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움만 받기를 생각하지 말고,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자기 인생,결국 자기가 사는거지요.........
글을 잘보았습니다, 보라님의 말씀을 보시면 한마디고 많이 배우셔야 한다는 말씀임니다. 그런데 여기 LA에 사시는 한인들이 다 배워서 사는것도 아니라고 생각함니다. 저도 탈북자의한사람이지만 여기서 잘살고 있거든요,
사실 문화적으로나 생활적으로볼때 한국사람이 한국이 좋은거야 당연하지요, 하지만 탈북자들 경우에는 틀리다고 생각 함니다,
한국정부가 받아주고 정착할수있게 해준데대해서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함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착하는데는 엄청나게 힘든게 사실임니다
거기서 기본은 인간 차별 때문임니다, 탈북자라면 직업을 엇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보니 안정된 생활 보장이 어려운것이 제일 힘든게 문제지요,
하지만 미국은 그런 차별이 거의 업고 일자리도 많으니 한국보다는 정착하기가 많이 쉽다고 생각함니다. 하기야 어디서살든 자기가 열심히 사는게 기본이기는 하겠지요, 암튼 어디서 살든 본인 각자에게 달린거겠지요,
보라님도 고국을 떠나 고생이많겠습니다. 성공하시길 기원 함니다.
저도 LA한인타운에 살고 있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 커피라도 한잔 나누어으면 함니다. 감사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