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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제80차 국제PEN대회 -1
Korea, Republic of 림일작가 0 497 2015-04-20 09:39:44

2014년 9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스타나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29일부터 4일간 중앙아시아 위치한 키르기스스탄공화국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제80차 국제PEN대회에 ‘망명북한펜센터’ 대표로 참가하기 위해서다.

옛 소련의 가맹공화국이었던 키르기스스탄은 1991년 8월 독립하였다. 국토면적은 19만여㎢이며 인구는 대략 600만 명, 국토의 평균 해발고도가 2750m, 1인당 GDP는 2400달러로서 한국의 10분에 1에도 못 미친다.

모두 7시간의 비행 끝에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거쳐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 도착하였다. 마나스국제공항의 풍경은 내가 20년 전 평양에서 쿠웨이트로 해외건설하려 갈 때 이용했던 순안국제공항과 유사해 보였다.

비슈케크 시내경관은 사회주의시절 러시아의 도시풍이다. 녹음이 우거진 거리를 보니 내 고향 평양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선뜻 들었다. 평양은 6·25전쟁 이후 옛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되었으며 그 정취가 아직도 내 마음에 있다.

늦은 저녁, 비슈케크 악케미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15층 높이에 170개 객실을 갖춘 이 호텔 로비에는 이곳을 방문한 세계 유명인들의 사진이 걸렸는데 알아 볼만한 사람은 당시 강택민 중국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 등이다.

1층에는 레스토랑과 커피숍, 지하에는 마사지와 사우나 등이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엘리베이터가 매우 작고 느렸다는 것, 의문점은 ‘1321’ 숫자가 적힌 방 열쇠를 들고 3층 12호 실로 갔다는 것, 앞의 숫자 1은 뭔지 도무지 몰랐다.

대회 첫째 날, 비슈케크 국립도서관에서 나는 대표단 등록을 하였다. 이번 제80차 국제PEN대회에는 70여개 나라에서 온 300여명의 대표들이 참가하였다. 행사도우미가 건네주는 대회참가증과 행사일정표, 기념품 등이 담긴 가방을 받았다.

나는 도서관 1층의 소강당에서 있은 마리안 프레이저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투옥작가위원회 분과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각국 대표들은 작가들의 보다 원활한 창작활동과 국가 간 활발한 문학교류 증진을 토로하였다. 오후에는 그룹회의가 있었으며 여기서 나는 북한작가들의 비참한 현실을 증언하였다.

북한의 도서 90%가 수령과 체제선전에 주제를 맞춘 작품이다. 심지어 교과서, 단행본, 기록문, 참고서 등에도 아주 짧게라도 수령의 교시가 인용된다. 태어나서부터 이런 환경 속에 길들여 살다보니 북한에서는 작가들이 ‘반국가, 반체제 글을 써도 되나?’ 하는 생각조차도 못한다. 그런 의문 자체가 자신의 파멸을 의미한다.

한 점의 꾸밈도 없이 사실 그대로 발언한 나의 증언을 경청하는 외국의 여러 대표들은 무거운 머리를 가로 저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우리가 사는 현 세기에 그런 나라도 있냐며 두 눈을 부릅뜨는 작가도 있었다.

 

             

 

중국의 반체제인사 겸 투옥작가 류사오보(왼쪽에서 세 번째 피켓사진) 등 세계 정의로운 문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각국의 대표들입니다. 저런 사진 한 장 없는 우리 북한투옥 작가들의 비참한 실태를 생각하니 너무나 분했지요.

 

- 림 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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