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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을 깨닫는것이 인생일런지도...
Korea, Republic o 비둘기야 1 347 2009-08-03 15:10:29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보니까 처음 보는 낯선 전화번호이다.
보통은 낯선 번호는 거의 안받는 편이지만...
왠지 마음이 움직였다고나 할까?

"여보세요?"
수화기에 귀를 바짝 기울였다.
누군지 모를 상대방은 침묵만 지킨다.
이윽고...들리는 한마디
"내다."

흠~~~
다짜고짜 전화해서 내다 라고 할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누구라는걸 알수 있었다.

"그래. **지? 별일없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안부를 주고받는식이다.

그런데...
잘 있다고 하면서...수화기 너머의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다.
오후 세시경이였는데...
이 환한 대낮에 그녀는 어인 일로 흐느끼고 있는걸까?

그녀와 나, 근 일년반만에 처음 통화를 하고있는것이다.
간단한 안부를 묻고 답하며 지금 어디냐고 물으니 육지랜다 허~~~
꺽 꺽 메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녀가 겪어왔을,
부딪치며 하나하나 깨닫고 있을지도 모를 파란만장한
삶의 고비고비들이 스치듯이 흘러간다.

그래 그렇구나...
그녀는 집을 제주도로 받았었다.
그런데 일자리도 그렇고 해서 육지에 나와서 일한단다.
그래서 내가 시간되고 하면 놀러오랬더니...
힘겹게 한마디 한마디 하는 말이 나중에 잘살면 찾아간단다.

잘살면...
그녀가 원하는 잘사는게 어떤것인지 대충 알지만...
가뜩이나 허리디스크에 시달리는 그녀가 잘살려고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는 않음을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그렇게 십여분가까이 통화를 끝내고 내가 보낸 문자...

"난 니가 어디서 무엇을 하던 너의 편이 되어줄꺼야.
넌 누구보다도 행복해야 할 권리 있다는거 잊지마!! 기운내~~"

그렇다.
그녀만큼은 세상 그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었다.

유복녀로 태어나 아빠 얼굴도 모르는 그녀,
그녀의 아빠는 구소련에 벌목공으로 갔다가 사상적으로 문제시되는 발언을 했다고
하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갔다.
발빠르게 그녀의 외가쪽에서 엄마와 아빠를 이혼시킨덕분에 그녀와 그녀의 오빠, 그리고
엄마는 다행히 수용소로 끌려가는 참변을 면할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가도 따라다니는 딱지때문에...
그녀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불행의 서막은 시작에 불과했었던 것이였다.
게다가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때문에 아빠가 그렇게 되었다면서
세상살이의 화풀이를 아무 죄도 없는 그녀에게 늘쌍 하군 했었다.
그게 왜 그녀의 잘못이였단 말인가...
어린 마음에도 친구집에 놀러가면 친구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그토록 의아스러웠었다.
늘 구박만 받고,사랑을 받는다는것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내가 왜 사는걸까? 그런 의문을 늘쌍 품고 다녔던 그녀...

십년만에 다시 보았던 그녀는 가족들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북에 있는 오빠는 어찌어찌 장가를 갔댄다.
나에게도 조카가 생겼어...
친구는 서글픈 미소를 띄웠었다.
내가 하나밖에 없는 고모니까 돈 마니 벌어서 보내줄꺼야~~~~

설상가상으로 함께 탈북했던 그녀의 엄마는 자다가 불시에 들이닥친 공안을 피해서
서로 창문을 뛰어내려 다른 방향으로 달아났다가 영 영 생사조차 모르는 형편이다.
"한족굴에 팔려가도 살아만 있어라.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만나겠지..."
이승에서의 모든것을 체념한듯한 친구의 쓸쓸한 한마디가 오랫동안
내 마음속을 맴돌았었다.

비록 자랄때 그토록 구박하고 야단만 쳤었던 엄마였지만...
어릴땐 정말 싫었고 미웠었지만...
훌쩍 커버려서 세상을 둘러보니 본의아니게 가장이 되어 자식들을
홀로 키웠어야 했던, 여자로써의 엄마의 삶이 그렇게 모질고도
힘들었다는걸 자기도 느꼈었다며...
돈 벌어서 엄마도 찾고, 오빠네 가족도 한국으로 데려오고,
이제껏 못다한 효도도 하고, 혈육의 정을 나누고싶다며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는 내게 말해주었었다.

정에 주렸던 탓이었을까?
사회생활을 몇년동안 겪어보면서 나름 깨닫고
난후에 너의 진정한 사랑을 찾으라고
진심으로 해주었던 나의 충고를 친구는 가벼이 받아들였고,
그래서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모대기다가 사랑을 선택했었고...
그렇게 내곁을 조용히 떠나갔었지만...
불과 몇달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졌다는 말을 나중에 인편을 통해서
듣고 마음이 아파옴을 숨길수 없었었다.

상처가 너무도 커서였을까?
아님 내 충고를 무시한 자신에 대한 원망이 커서였을까?
전화번호도 바꿔버리고 세상에 없는듯이 숨어버린 너를 떠올리며
내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는지 모른다.

그래...힘들겠지...
그치만, 그 모든게 어쩌면 네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어차피 넘어야 될 산이고 건너야 될 강일런지도 몰라...
그렇게 흙탕물, 가시덤불길을 헤치면서도 살아남아가지고
언젠가 꼭 다시 만날 그날 사랑하는 혈육들을 부둥켜안고
사랑한다고, 사랑했다고 말해주어야 할,
평생을 다 바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으니까...

십년만에 만났을때 친구는 나를 보고 저으기 놀라워했다.
성격이 완전 180도로 변해버렸단다. 내가? 저런?
내가 예전에 어쨌는데? 하고 물었더니 친구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있는듯 없는듯 그토록 얌전했댄다...
흠~~~~~그랬구나 내가....

그리고
내가 던진,
타향살이 십년이 함축되어있는 몇마디...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내가 살아남을려면 내가 변해야 겠더라..."
이 말을 듣고 친구는 이윽토록 말이 없었었다.

보고싶다.
손잡고 함께 투다리에 앉아서 맥주 한잔 서로의 앞에 놓고 이런 저런
살면 살수록 더욱 깊게 느껴지는 삶의 고뇌들, 번뇌들
어느것이 옳고 그른지 끝도 없는 물음을 서로 묻고 답하며 진정한
삶의 정답을 찾아서 헤매이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녀 스스로 깨닫고 느끼고 일어설수 있을때까지...

잘살면 찾아갈께~~
과연 언제일런지는 모르지만...
잘살면 찾아온다는 친구의 반가운 전화가 다시
울리기만을 학수고대 해보련다.

내가 보낸 문자에 삼십분쯤 있다가 날아온 친구의 답장
"고마워"

달랑 세글자...
그러나
여백에 가득찬 서로에 대한 그리움만큼은,
미처 말로는 다하지 못한
절절한 마음의 대화만큼은
우리는 서로가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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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노루 2009-08-04 00:09:11
    힘든 삶 속에서는 님처럼의 인간미 배인 한 마디 말에도 큰 용기가 됨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언제가 될런지는 지금은 모르지만 두분이 다시 만날 그 날이 어서 오기만을 진심 담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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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mini 2009-08-05 22:43:47
    일심으로 선도 닦지말고
    그렇다고 기세등등하게 악도 짓지말자.

    조용히 일체 생각을 끊으면
    마음이 호호탕탕하여 집착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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