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아가씨의 어린왕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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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까만 스타킹에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 제길... 언제 까지 이런 생활을 계속 해야 할까...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굽 높은 구두... 어제 취해서 비틀거리며 돌아오다 삐꺽 한게 아직두 고통스럽다.. 휴~ 한숨... 움... 누구지? 멀리서 어떤 꼬마애가 나를 멀뚱멀뚱 바라본다...췻! 짜식이 보는 눈은 있어 가지구... 한번 피식 웃어주고는 길을 나선다... 별들도 숨어버린 밤하늘... 달 혼자 덩그란히 남겨서 오히려 더 처량해 보이는 밤... 오늘도 비틀비틀... 나도 비틀.... 너도 비틀... 세상도 비틀~ 어라? 그런데 조고... 어서 많이 본 물건인데... 오라~ 아침에 본 그 꼬맹이로군... 안녕~ 꼬마 늑대님~ 너도 조금만 자라면 그들과 같아지겠지~ 히힉~ 우~욱~... 웩~ 툭~툭~ 작은 손이... 내 등을 망치질한다... 전봇대를 움켜쥐고 주저앉은 내 등뒤로... 환한 달빛을 등진 꼬마 아이가 보인다... "넌 누구니?..." 그냥 말없이 웃기만 하는 아이... 머리가 아프다...그놈의 술...아우~ 속이 쓰린다... 뭐라도 먹어야 할텐데... 부시시한 모습으로 슬리퍼를 질질끌며 슈퍼로 향했다... 이것저것 주섬주섬 대충 집어들다가... 문득 그 꼬마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 꼬마... 그 늦은 시간에 그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오늘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과자가 든 봉지를 들고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아인 오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오랫만에 휴일...목욕탕에 가려고 나오는데 멀리서 그 아이가 보인다... 왠지 많이 야위어 보이는 모습... 수줍은 듯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아이... 그 아이에게 오라고 손짓하고는 전에 사두었던 과자 봉지를 쥐어주었다... 한사코 받지 않으려고 손을 뒤로 숨기는 아이... 너무도 순진하고 귀여운 아이가...사랑스럽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집이 어디야?"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은 언덕 위에 있는 작은 성당... 아마도 고아인가... "누나 목욕가야 하는데 같이 갈래?" 농담으로 던진 한마디... 놀란 듯이 눈이 똥그래진 체 고개를 젓는 아이가... 너무 귀엽다.. " 그래... 그럼 안녕~ 담에 또 보자~" 멀어지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그 아이의 눈빛이 슬퍼 보이는 건...내 착각일까? 다음날... 밤이 다가오는 시각... 역시 그 아이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무엇인가 할말이 있는 듯... 내 앞에서 우물쭈물거린다... "음... 누나한테 할말 있니? 누나 지금 바쁘거든? 빨리 말해줄래?" 잠시 결심을 한듯 결의에 찬 얼굴 표정을 짓고는... 알 수 없는 손짓을 해댄다... 어디선가 많이 본 손짓들... "그게 뭐야?... 누나 모르겠다... 그게 뭔지..." 열심히 한 자기의 행동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울분(?)일까... 아이가 울먹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처음으로 그 아이가 입을 열었다... "어버버... 버버.." 오~ 신이시여... 그 아인 끝네 울음을 터트렸고... 나는 그저 그 아이를 안아주었을 뿐... 어떤 말로도... 어떻게도... 해줄 수 없었다... 까만 밤하늘을 가득 채운 검은 구름... 그 날부터 퍼붓기 시작한 비는 끝네 장마가 되어 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아이를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지겹게 내리는 이 비 때문이리라... 비가 그치고... 햇님이 얼굴을 내민지 벌써 5일째... 어느 샌가 나는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던 시간들을... 그 아이가 가득 채워준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리움이란 것도... 기다림이란 것도... 그렇게 이주가 지나가고...밤늦게 돌아오는 그 골목에...그 아이가 서 있었다... 순간 난 뭔지 모를 뜨거운 것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간신히 건넨 한마디... "아... 안녕?" 묻고 싶은 게 머리 속에 가득한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 아이가 말을 못한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 아이의 모습이... 평범한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란 것을 느껴서일까... 너무나도 헬쓱 해진 모습... "어디 아프니?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이는 그저 웃기만 할뿐...대답하고 싶어도... 아마 할 수 없겠지... "자... 누나가 바래다 줄께 어서 가자... 혼자 여기 있으면서 무섭지 않았어?" 내 말에 그저 고개만 좌우로 돌리는 아이... 뒤로 두 손을 숨긴 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자... 어서 집에 가야지... 다들 걱정하실 거야... 자.. 어서" 내가 내민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 그러다... 무엇인가를 내 손에 올리고는... 뒤도 안 돌아 보면서 달려간다... 훗!... 아픈 건 아닌가 보구나...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쥐어준 그것을 보았다... 작은 도화지에 그려진 공주님의 그림... 그리고 그 아래 꼬불거리는 글씨로 써진 몇마디의 말... . . . . "누나는 공주님 같아요.".. . . . . 그날 나는 달빛 아래서...한없이 울었다... 왜 그랬을까?...그냥... 그 아이의 마음이 나를 슬프게 했다... 너무나도 순수한 마음이... 오랫만에 들어보는 성당의 종소리... 평소엔 그 소리에 잠에서 깨면 짜증만 났는데... 왠일인지 너무나도 아름답게만 들려왔다... 그런데... 평일에도 종소리를 들었던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처음으로 가보는 성당... 성당 옆쪽으로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 그 아이도 있겠지 아마 내가 온걸 알면 그 아이가 놀래겠지?... 그런데 왜... 다들 두손에 하얀 꽃을 들고 있는 걸까?..왜지? 왜?... "저... 무슨 도와드릴 일이라도..." 어느새 다가온 나이 많은 수녀님... "아... 예... 그냥... 저... 그런데 무슨 일이 있나보죠?" "그러시군요... 오늘 작은 생명 하나가 주님의 곁으로 떠났지요..." 어?... 어?... "저... 혹시... 혹시... 말 못하던... 그... 그 아이? 아니겠죠?" "어떻게 아시죠?... 혹시 [인연]이가 말하던 그분이신가요?" "[인연]... 그 아이의 이름이 [인연]인가요?" "예... 불쌍한 아이죠... 태어난지 얼마 안 되서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지금까지 살아온 게 기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아인 심한 병을 앓고 있었답니다... 오~ 신이시여... 바람이 불어와 어느샌가 흘러버린 내 볼의 눈물들을 떨구워간다.. "이렇게 오신거... 그 아이 마지막 가는 길 인사나 해주시지요..." 작은 몸뚱이가 나무로 만든 관 속에 누워있다... 그 위로 친구들이 놓아준 꽃들이 그 아이에게 안녕 이라 말한다.. . . . . 눈물이 흐른다... 더이상 나올 눈물조차 남지 않을 만큼의 눈물이... 멀리 떠나가는 그 아이를 뒤로 하는 내게 수녀님께선 말씀해주셨다.. 동화 책속에서만 보던 공주님을 보았다고... 꿈속에서도 그리던 공주님을 보았다고... 그 날 이후로 우울해하기만 하던 아이가 활기를 찾았었다고... 아마도... 그 아인 행복한 꿈을 꾸면서 잠들었을거라고... 그날 이후... 나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 더이상 짧은 치마도 입지 않았다... 더이상 추하게 살 순 없었다.. 그 아이가 밤하늘의 달빛이 되어 나를 지켜볼테니... 말로만 듣던 어린 왕자란 책을 샀다...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조금씩 읽기 시작한 그 책... 아마도 내게 있어 그 아인 . . . . 이 책속의 어린 왕자가 아니었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