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녀의 탈북 이야기(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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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서 한번만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2010년 02월 09일 (화) 10:22:16 뉴스코리아 qor829@naver.com 그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나랑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아빠는 하루 종일 집을 나가있어야 했다. 뭔가를 찾아야만 했고, 모든 게 뜻대로 안되면 끝내는 취해야만 했다. 아빠도 야속하고, 엄마도 야속하고, 가난도 야속했다. 항상 목구멍이 꽉 메어 있었다. 하지만 귓바퀴에 먼지가 뽀얗게 찬 나의 사랑하는 동생을 보면서 생각했다. 미친 듯이 버티고, 끝내는 살아남아야 한다고. 이 세상이 더 가난해 지더라도, 엄마를 영영 만날 수 없더라도, 동생과 함께 살아남고 싶었다. 그리고 동생을 꼭 지키고 싶었다. 혼자 1년간 심고 가꾼 곡식들이 어설프게나마 열매를 맺고 어느덧 추수할 때가 되었다. 이제 어느 정도 눈물을 참고 견딜만한 힘이 생긴 것 같다고 느꼈다. 엄마가 집을 떠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동생과 내가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 보다 더 큰 기적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국가의 경제위기에 대한 회복 따윈 바라지도 않았다. 이제 우린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한번만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왜 집을 나갔고, 어디로 갔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엄마지만 말이다. 아빠가 두려워서 근처에 왔다가도 집에 들어오지는 못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가끔씩 자다가도 밖에 나가서 작은 목소리로 엄마를 불러도 보곤 했다. 나는 왠지 엄마가 우리를 볼 수 있는 어딘가에 와 있을 것만 같았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까지 엄마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고, 결국 나의 기발한 상상으로 끝났다. 우리가 다시 만난 것은 엄마가 집을 나간 지 꼭 1년 후인 2003년 9월의 어느 날 이었다. 이미 엄마에 대해서는 포기한 상태여서 나는 추수로 분주하게 보내고 있었다. 지저분하고 여기저기 곡식들이 마구 널려 있는 우리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엄마가 근처에 와 계시고,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듣자마자 나는 내 몸에 힘이 다 빠지도록 소리 지르고 울고 싶었다. 벌써부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책임이라도 지라고 따지고 싶었다.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엄마를 향해 계속 달렸다. 집에서 떠나 빠른 속도로 걷고 뛰면서 1시간 반이 지나고 엄마를 만났다.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던 엄마, 그리고 꼭 다시 만나고 싶었던 사랑하는 엄마다. 엄마를 보자마자 목이 메어서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한 채 계속 울었다. 한참을 울고 엄마 얼굴을 쳐다 볼 수 있었다. 엄마는 1년 전 모습과는 달리 건강해 보였고, 멋진 구두도 신었었다. 틀림없이 좋은 곳에서 지냈다는 것과 부유해 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차분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말만 간단히 할게. 잘 듣고 판단하는 건 니 몫 이야.” 관련기사 · 17세 소녀의 탈북이야기(3) · 17세 소녀의 탈북 이야기(1) 뉴스코리아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코리아(http://www.newskorea.info)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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