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다크써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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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각에 다달은 31명과 그속에 있는 20명의 여성들때문에 나의 탈북일기를 좀더 써야겠다. 나는 온 신경을 북한 해군의 경비정을 어떻게 무사히 빠져나가겠는가 선박 단속 초소는 어떻게 기만하고 가족을 승선시키겠는가, 항로를 언제 어디로 정하겠는가 만약 단속에 걸리는 경우 어떻게 대응하며 무기는 어떤걸루 어떻게 준비하겠는가? 여기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데 나의 아내는 오직 살림살이 이삿짐 걱정뿐이다. 남조선 나가서 이거 안가져가면 언제 장만하며 당장 꽃제비 되겠는가, 꽃제비 할바엔 여기서 하자고 우겨 모험을 하며 실을 수 있는껏 배에다 실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모든 살림도구를 마대에 넣고 그위에 그물을 살짝 덮어 그물인 것처럼 하고 배의 칸마대 이삿짐으로 꽉채웠다. 다만 이불장과 김칫독만은 싣지 못하고 남들이 눈치챌가봐 팔지도 못하고 장군님께 기증한다고 써놓았다. 오후에 출항하여 자욱한 안개를 이용하여 초소가 없는 기슭으로 배를 살짝 대고 가족을 태웠다. 섬뒤에서 날이 어둡기를 기다리고 썰물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서해바다의 조류는 거세차다 밤에 썰물이 시작되면 북한해군은 바다 밑바닥이 단단한 곳에 닻을 박고 정박한다는 것을 사전에 탐지하였으나 혹 변수가 있을 수 있기때문에 배의 선수 앞에 아내를 앉히고 감시하게 하고 나는 키를 잡았다. 두 아들들은 술을 먹여 선원실에서 잠을 자게 하였다. 나도 심장이 튀여나올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는 안도를 주고싶었다. 나는 항로를 잡아야지, 엔진 상태를 살펴야지 하니 긴장이 분산되였지만 맨 앞에서 아무 것도 하지않고 감시만하는 아내는 얼마나 긴장되였으랴. 아내 덕분에 두번의 검은 물체를 우리가 먼저 발견하고 피할 수 있었다. 밤새 항해하며 얼마나 긴장했으면 아내는 30분에 한번씩 대변을 본다. 날이 밝아 이제는 휴전선도 넘었고 마음 놓고 쉬라고 내가 혼자 감시하고 갈 수 있다해도 말을 듣질 않는다. 아들놈들은 그제야 술에서 깨가지고 선원실에서 나오며 "아버지 38선 넘었나?" 묻는다. "넘었다 넘었어." 온가족이 갚판 위에서 만세를 부르고 또 불렀다. 막내놈이 부르던 즉흥시가 잊혀지질 않는다. ... 그때 나는 그 누구도 아직 짓지 않은 탈북자의 노래를 부르면서 내가 자라나고 선조의 무덤이 잇는 이땅을 다시 밟을 날은 과연 언제일까? 온가족이 한바탕 웃던 기억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날이 활짝 밝아 남조선 인민들에게 루추한 모습 보이면 안된다고 세수를 하고 치솔질도 하는데 아내의 얼굴이 이상하게도 검댕이 묻은 것이 없어지질 않는다. "아니, 여보 당신얼굴에 뭐 묻은 것이 왜 없어지질않아 비누칠하고 잘 좀 씻어봐." 별루해도 여전히 그을린 자욱처럼 눈밑이 거므스르하다. 나는 사람 얼굴이 하룻밤새에 그리 될 수 있다는 것 처음으로 체험하였다. 지금 20명의 황해남도 강령군 동포리 여성들 생각하면 그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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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람의 다크써클이 없어졌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영웅은 당신입니다
꼭 뵙고 싶습니다. 아내 분을 모셔 왔다니 가족이 함께 얼마나 좋고 축하 해드릴 일입니다만
참 아쉽네요 . 당신 같은 사람 또 없나요?
가족 모두 무사히 잘 오셔서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거길지나치면 태안반도이구요
덕적도가 제대로 된 목적지 맞소. 간단한 콤파스(동서남북)를 지참하였겠구료.
장보고의 피가 흐르요.
단, 배가 바닥이 단단한 곳에 닻을 박고 정박한다는 틀렸소.
바닥이 오히려 부드러운 뻘이어야 닻이 잘 파고 들어서 정박이 용이하오.
저질(底質)이 부드러울수록 좋은 정박지.
- 전라도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1-02-10 21:15:57
- 전라도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1-02-11 21:05:58
- 영종도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1-02-11 14:24:14
아이고~ 그많은 짐 싣다가 발각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입니다.
지금쯤 그 많은 물건들 중 사용하는 게 거의 없겠지만 그 이삿짐과 꽃제비 얘기가 나오면
부인과 많이 웃고 있겠군요.ㅎㅎㅎ^^
제2의 김만철이었네요.
가족단위로 탈북하는 분들은 정말 영웅 중에 영웅입니다. 대단하십니다.
앞으로도 온가족의 그때의 그 일념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gwangilkim@hanmail.net
가족 모두 무사히 잘 오셔서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