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한석동] “北 인권문제에 나설 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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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유대인 학살 만행에 자주 비견되는 북한의 인권 참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최소 20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정치범이 관리소에 수용돼 있는 것과 공개처형이 다반사로 자행되는 것은 공포정치의 전형이다. 식량 배급제를 무기로 한 주민 통제는 약과라고 할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이미 백 수십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에 이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언제 또 굶어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9월 국가인권위는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북한 인권에 관한 본격적인 내부 논의를 시작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힐 수 있을지 논의를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것이 미국 출장보고서와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극히 초보적이고, 조바심이 역력해보였다. 그나마 “정보가 없다” “북한 인권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면 우군인 시민단체로부터 버림받는다”던 앞서의 자세에서는 진일보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북한 인권실태를 용역 조사하고서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서도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렇긴 해도 초등생 일기장 검사,중고교생 두발 간섭까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정했던 것 등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우리 정부의 행보는 인권위의 그것에도 한참 못미친다. 북한정권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2002년 유엔 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내놓자 상정 자체를 막았던 것보다는 나아졌지만 2003년 불참에 이어 이후 2년 연속 기권했다. 주도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최소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은 했어야 옳다. 북한 인권 참상은 1인 독재체제의 모순에 기인한다. 북한정권의 개혁·개방 딜레마와 한계도 마찬가지다. 남북 교류·협력은 분명히 중요하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같아서는 우리가 북한 인권 탄압의 ‘공범’ 취급을 받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이제 할 말은 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돕고자 하는 인민은 어디에 있으며 김정일에게 퍼다주며 달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북한 인민이 침묵 속에서 학살됐는지 알아야 한다… 독재의 잔악성을 따진다면 남한의 역대 독재정권은 김정일의 발바닥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정권과는 피흘려 싸운 사람들이 김정일에 대해서는 무비판으로 일관하고 김정일에게 잘해주면 스스로 변할 것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은 그만 둬야 한다.”(강철환,수용소의 노래) 국민일보 한석동 논설위원실장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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