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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준석 YTN 기자 해외에 나갔을 때 DJ가 받는 대우는 제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선진국에 갈수록 그는 넬슨 만델라와 동격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 '20세기의 영웅'이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방문에 맞춰 DJ 일대기를 특집으로 제작하고 특집면을 만들었습니다. 에이펙이나 아셈처럼 세계 강대국들이 모두 참석하는 국제회의에서도 DJ는 거의 언제나 첫 번째의 발언권을 부여받았습니다. 지난해 덴마크에서 열린 아셈 때는 주최국인 덴마크의 라스무센 총리가 각국 정상들을 소개하면서 오직 DJ에게만 "excellent leadership, President Kim"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블레어와 시라크, 주롱지와 고이즈미 같은 쟁쟁한 인물들도 아무 수식어 없이 이름만 소개됐는데 말입니다. 그만큼 DJ에 대한 특별대우는 국제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습니다. DJ가 참석하는 기자회견이나 투자유치 설명회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일단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정상들간의 외교적 수사(修辭)는 늘 과장되게 마련이지만 DJ에 대한 것은 수사라 하더라도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김대통령은 나에게 살아가야 할 힘, 살아가야 할 도덕적 스승이자 길잡이다"(조스팽 프랑스 총리), "김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독일이 한국의 금융위기 때 한국을 돕는 동기가 됐다"(라우 독일 대통령)하는 식이었습니다. 현 정부에 다소 비판적이었던 한 선배 기자조차도 이런 모습을 보고는 "머리색 검고 얼굴 노란 황인종 중에서 백인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는 사람은 중국에도 없고 일본에도 없다. 오직 DJ 뿐이다"고 하더군요. 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이런 대접에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이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은 국내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동행한 30여명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입니다. '대통령을 칭찬하는 기사는 낯뜨겁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국내의 뿌리깊은 반(反)DJ 정서를 눈치 보느라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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