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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주민 남한서 성공하는 게 최고의 대북 심리전” 구미 사랑 연합회에서 펌
Korea, Republic o 싫어 0 230 2012-02-19 22:00:30
“이탈주민 남한서 성공하는 게 최고의 대북 심리전” 세계북한연구학회│안찬일 회장
통일신문

남한사람들이 세운 정책 이탈주민에 맞지 않아

눈높이 맞춤 프로그램 만들기 위한 탈북학자가

중심이 되어 연구할 수 있는 여건 조성해 줘야

 

통일의 희망을 먹고 살아야지 자유를 먹고 사는데

만족해선 안 돼…북한체제 100년 넘기기 어려워

남한사회에서 각고의 노력하는 적극적 자세 필요

 

 

북한이탈주민들의 고민은 무엇보다도 남한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벌써 이탈주민 수도 공식적으로 2만3천여 명이 넘어섰고, 앞으로 그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의 수가 많아지는 것과 함께 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낙오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가고 있다. 하지만 남한사회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이탈주민들도 분명 존재한다.

안찬일 박사는 1979년 판문점 부근에서 북한군 민병대대 부소대장으로 복무하던 중 서부전선 철책을 넘어 귀순했다. 남한에 정착하면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거쳐 건국대에서 1997년 정치학박사를 취득해 ‘탈북자 1호 박사’가 됐다.

그는 “지금 이탈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이나 지원, 연구 등을 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한출신들로 이뤄져 있어 이들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절실하게 요구하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현실과 동 떨어지는 정책이나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탈북학자 출신들도 많아진 만큼 이탈주민 문제는 탈북학자들이 중심이 돼 이들에게 필요한 연구를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보다 확고한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찬일 박사를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벌써 남한에 온지 30년이 넘었는데 그 때와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내가 남한으로 넘어온 게 1979년도다. 그 당시에는 이탈주민이 거의 없어 인식이 안 잡혀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정착할 때 정부에서 많은 혜택과 지원을 받아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이탈주민들을 보면 경제적 어려움, 특히 취업문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내가 넘어올 당시 이탈주민들이 적어 대접을 잘해줬고 지금은 2만 명 넘는 이탈주민들이 있기 때문에 분명 환경이 달라 벌어지는 현상이다. 또 그 때는 바로 서부전선을 넘어 남한으로 왔는데 요즘은 대부분의 이탈주민들이 제3국을 거치면서 자본주의를 체험하고 넘어오기 때문에 ‘문화적 충격’에서 느끼는 것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남한에 정착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어떤 것이었나

요즘 이탈주민들처럼 경제적 문제와 취업 문제를 걱정하지 않았다. 어려움이 있었다면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컸다. 가족들이 요덕수용소에 끌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몸부림을 쳤다.

 

석·박사 도전…대학교수가 목표

 

또 적당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편안히 살 수 있었지만 죄지은 가족들에게 성공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굉장히 힘들었는데 특히 어학부분이 어려웠다. 원래는 대학졸업장을 따 일반 남한사람들처럼 지내려고 했는데 그 당시 북한학과가 생기고 북한에 대한 연구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보고 석·박사에 도전하게 됐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는 무엇이었나

대학교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물론 지금도 14년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정식 교수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탈주민들이 정식교수가 되기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큰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볼 때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파란만장하게 살았던 것 같다.

-현재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 간략히 소개해 달라

지금 세계북한연구회와 세계북한연구센터, 세계북한인총연맹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우선 세계북한연구회는 지난해 5월에 설립해 전 세계(워싱턴, 시드니, 런던 등)에 분포한 북한연구학자들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결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연구회이다.

세계북한연구센터는 지난해 7월15일에 오픈해 통일부에 등록된 사단법인이고 학자들이 모여 연구를 통해 통일 후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재건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이다. 또 정치체제전환, 경제개혁, 사회통합 등 세 가지 포커스에 맞춰 북한의 3대 세습 문제와 북한 붕괴 후 대안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설립됐다. 세계북한인총연맹은 지난해 11월26일에 창립해 전 세계 15만 탈북자사회의 유엔을 지향하는, 탈북자단체로는 처음 생긴 국제조직이다.

-각 단체들의 주요활동과 향후 계획은

세계북한연구회는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활발히 북한 연구를 진행하며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북한연구센터에서는 세미나와 학술회의, 탈북자설문조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김정은 체제 출범과 관련해 창립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북한인총연맹은 지금 탈북대학생이 900여명 정도인데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중앙대학교에서 탈북지도자 아카데미를 준비 중이다.

미국의 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원조기금)에 펀드를 신청했고 미국대표가 나와 실사하고 돌아갔다. 펀드가 나오는 대로 실시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이탈주민 정착을 돕는 것에 주력했다면 정착단계를 뛰어넘어 통일 후 북한에 민주국가, 시장경제를 건설할 수 있는 일꾼으로 만들 계획이다. 정부에서 올해를 탈북자 인식개선의 원년으로 선포했듯이 젊은 탈북대학생들이 통일 후 대안세력으로 준비하는 게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다.

-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단번에 적응하는 것은 안 된다. 문화적·정치적으로 간격이 넓은 사이를 자꾸 좁히려고 하니까 이탈주민들이 더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강제로 편입시키려 하기보다 통일 대안세력으로 준비하는 방안으로 나가야 한다. 남한사람들과 경쟁에서는 게임이 안 되지만 여기서 교육을 받아 통일 후 북한으로 가서 북한주민들과 경쟁을 한다면 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탈북청소년들과 탈북대학생들을 너무 엄격하게 정착시키려고 하지 말고 준비된 일꾼으로 만드는 것이 안성맞춤의 정착이 될 수 있다.

-이탈주민 정착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평가한다면

정책들이 바뀌어야 한다. 이남화(以南化)가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나 정책들을 보니까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이남화 시키려고만 한다. 느슨한 방향으로 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고, 그들에게 맞는 눈높이 맞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착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나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다 남한출신 학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맞는 프로그램과 정책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탈주민에 대한 문제는 이제 탈북학자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안배를 해서 더 좋은 프로그램과 정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북 가족에 송금 긍정적 효과 많아

 

-30년 이상 산 남한생활을 토대로 이탈주민들에게 조언 한 말씀

희망을 먹고 살아야지 자유를 먹고 사는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한다. 북한이 65년이 됐는데 100년은 넘기기 어렵다. 이탈주민들은 언젠가 그날을 위해 이 사회에서 각고의 노력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에는 절대적인 원칙인 10대원칙이 있는데 이탈주민들에게도 십계명이 있다. 이 십계명만 잘 지킨다면 잘 적응해 살 수 있을 것이다.

십계명은 시간 약속을 엄수하라, 예와 도를 깨우쳐라, 쾌락을 멀리하라, 반드시 종교를 가져라, 돈의 진리를 깨우쳐라, 가정에서 보다 사회에서 승자가 돼라, 대학 졸업장은 성공정착을 위한 자격증, 가까워지려면 함께 밥을 먹어라,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라, 눈앞의 것만 보지 말고 보다 멀리 봐라 등이다.

북한에 가장 강력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심리전은 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북한의 지속적 대화제의의 의도는 뭐라고 보나

대화제의에는 3가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신뢰가 떨어져 있다. 대화를 통해 냉각관계를 청산하고 군사도발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도다.

다음으로 지금 북한은 권력이양 과도기 상태에 놓여 있다.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고착화 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마지막으로 금강산 관광과 대북지원 재개를 염두에 두고 대화를 제의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북한은 김정일에 정치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동안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통해 외화가 들어왔다.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지원을 받았는데 모든 지원이 거의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시급히 대화무드로 나오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정치와 별개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재개하자는 주장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원칙적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의 진정한 사죄를 조건으로 남북대화를 여는 게 중요하다. 만약 이 조건 하에 대화를 한다면 단절됐던 것보다 훨씬 북한주민을 계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인도적 지원도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

분명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 규모는 차후 결정할 문제이고 인도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영아사망률, 노인사망률은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요즘 이탈주민들이 북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규모가 1000만 달러가 넘었다고 한다. 송금문제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베트남이나 중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에 나갔던 사람들이 가족에게 돈을 송금하면서 베트남과 중국을 변화시켰다. 송금된 돈이 북한 내 상인계층을 형성시키고 점점 자본주의화 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이집트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북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과거 동구권의 민주화 소식도 뒤늦게 북한에 알려졌다. 특히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혁명에서 분 바람이 이집트 사태로 전달되듯이 이집트발 민주화 바람도 북한으로 건너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록 민중봉기까지 이어지기는 힘들겠지만 변화에 바람은 일어날 수 있을 것이고, 특히 청년학생 층의 인식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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