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탈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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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망대] 탈남자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2012-05-24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탈남자’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청취자 여러분 혹시 ‘탈남자’(South Korean Defector)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북한에서 도저히 살 수 없어 고향을 떠난 사람을 가리키는 ‘탈북자’(North Korean Defector)라는 말은 익히 들어 아실 테지만 ‘탈남자’란 단어는 아마 생소하실 겁니다. ‘탈북자’는 처참한 북한인권의 상징이므로 세상이 다 알지만, ‘탈남자’는 혜성처럼 갑자기 등장한 용어입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은 최근 낸 백서에서 ‘탈남자들의 참상을 고발한다’며 ‘탈남자’란 단어를 썼습니다. 백서는 ‘탈남자’를 남한을 떠나 “해외로 나가 떠돌아다니면서 숨어 살다시피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탈남자’는 현재 50만 명에 달하고,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엄청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백서는 망명, 이민, 유학, 국제결혼 등으로 남한을 떠난 사람이 300만 명인데, 이들은 남한이 “사람 사는 곳 같지 않다”며 필사적으로 탈출한 사실상 ‘탈남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탈남자’를 북한인권 유린의 대명사처럼 인식된 탈북자와 같은 범주에 넣었습니다. 과연 백서가 말한 대로 탈북자와 탈남자가 출생지만 달랐지, 동일한 범주에 속할까요? 우선 단어 자체에 대한 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탈북자는 국제사회가 다 아는 말이지만, 탈남자는 새롭습니다. 탈북자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국제사회는 탈남자를 주제로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이 뜬금없이 내놓은 탈남자를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틸북자의 대다수는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아사 위기에 처하자 고향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탈남자의 대부분은 보다 나은 미래를 일구려 고향을 떠났고 지금도 끊임없이 떠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더 넓은 세상에서 펼쳐보려고 외국으로 나가는 겁니다. 탈북자는 비밀리 탈북을 준비한 뒤 목숨 걸고 결행합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일반인은 남한을 떠날 때 남 몰래 하지도 않고 목숨을 걸지도 않습니다. 어린아이건 할아버지건 탈북하다 걸리면 엄벌을 받지만, 탈남자는 손끝 하나도 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국경을 넘는 탈북자에 총을 쏘지만, 남한은 탈남자에 나뭇가지와 고무줄로 만든 새총도 겨누지 않습니다. 탈남자를 잡으라는 법도 없고 잡으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지요. 탈북은 교도소에서 탈출하듯 북한을 벗어나는 모험이지만, ‘탈남’은 그저 남한을 떠나는 것입니다. 비행기를 타는 게 다를 뿐이지, 북한의 주민이 가까운 인근 마을에 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당국은 탈북자의 가족을 교도소로 끌고 가거나 오지로 추방하지만, 남한당국은 탈남자의 가족에 전혀 해를 가하지 않습니다. 탈남자의 가족의 행방에 대해 관심조차 두지 않습니다. 탈북자는 북한당국에 의해 ‘민족의 반역자’로 낙인 찍힙니다. 그 가족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탈남자와 그 가족에겐 특별한 용어가 부여되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외국에 사는 동포와 그 가족 정도로 불립니다. 대다수 탈북자는 탈북에 성공해도 중국에 숨어 지내며 전전긍긍합니다. 중국이 북한과 합세해 중국 내 탈북자를 체포해 강제로 북송하니 당연하지요. 북한정권은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조차 책임지지 못하면서 중국에 있는 탈북자를 잡아다 혹독하게 벌합니다. 반면, 남한당국은 남한을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외국 경찰과 공조해 현지에 있는 탈남자를 체포해 본국으로 압송하지 않습니다. 탈북자는 북한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다 걸리면 큰 변을 당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수많은 탈북자가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겁니다. 그러나 탈남자는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남한에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자유롭게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전 세계에 사는 300만 명의 탈남자는 현지에 정착해 살면서 직접 간접으로 남한의 국익에 도움을 주고 국위를 선양합니다. 그래서 한국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탈남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사선을 넘어온 탈북자들도 새로운 터전에서 이를 악물고 땀 흘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해외에 있는 탈북자들을 만나 악수하고 격려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탈북자가 2만 3천여 명이나 되는 남한엔 정치적인 이유로 가지 않는다 해도, 수만 명이 사는 중국에 가서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닌지요? 조국통일연구원 백서에 나온 대로 북한정권은 탈북자와 탈남자를 동일시하려 합니다. 그러나 탈북자가 북한정부로부터 받는 대우와 탈남자가 남한정부로부터 받는 대우는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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